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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자사 대리점 업주들에게 회사 제품을 부당하게 강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와 불법 리베이트를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한 편의점 가맹점주가 음료수 진열대에 '남양유업 제품을 취급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날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는 남양유업의 반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인 영업행태를 비난하며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판매중단을 선언했다.
▲ 편의점, "남양유업 제품 안 판다" 남양유업이 자사 대리점 업주들에게 회사 제품을 부당하게 강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와 불법 리베이트를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한 편의점 가맹점주가 음료수 진열대에 '남양유업 제품을 취급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날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는 남양유업의 반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인 영업행태를 비난하며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판매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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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유아무개씨는 지난 7일 자신의 점포에서 남양유업 제품을 전부 뺐다. 우유, 커피 등의 유제품은 물론 커피믹스까지 본사로 돌려보냈다. 반품 처리가 안 되는 제품은 자비로 본사에 비용을 지불하고 진열대에서 치웠다. 창고에 남은 남양유업 우유나 커피믹스는 "직접 먹어서라도 처리"할 생각이다. 이후에도 남양유업 제품은 아예 주문하지 않고 있다. 대신 타사의 대체상품을 주문해 진열대 빈자리를 채워 넣었다. 

금전적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유씨가 남양유업 제품 불매에 돌입한 이유는 '동병상련'의 감정 때문이다. 영업직원 폭언·제품 강매 등 남양유업이 그동안 대리점에게 휘두른 횡포를 알게 된 유씨는 "우리 편의점주들처럼 본사의 횡포에 휘둘리는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의 상황을 양심상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대리점이나 저희(편의점)이나 처지가 같아요. 본사의 과도한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들어야하는 입장이잖아요. 저도 지난해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때 본사가 반품도 안 되는 빼빼로 수십 박스를 '밀어넣기'식으로 발주해 피해를 입었어요."

유씨는 "이럴 때일수록 약자들이 뭉쳐서 대기업인 본사들을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점포 안에도 남양유업 제품 판매중단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붙여 손님들의 양해를 구하려고 한다. 그는 "단순한 불매운동이 아니다, 본사와 싸우기 위해 생업을 걸고 싸우는 것"이라며 "왜 동네 구멍가게 같은 편의점 사장이 남양유업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는지 손님들이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 확산... "우리는 대기업의 노예"

유씨를 비롯한 편의점주들이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CU, GS25,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가맹점주들이 참여한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아래 전편협)은 8일 성명을 통해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편협은 "남양유업이 대리점에게 가하는 고압적이고 반인륜적인 행태에 심히 분노를 느낀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주 모두에게 사죄하고 불공정한 관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같은 '을'의 입장으로 (남양유업 제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방경수 전편협 대표는 "편의점주들이 불매운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다들 남양유업 사태가 대기업 횡포에 휘둘리는 우리의 처지와 같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편의점주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피해를 입는 남양유업 대리점 사례에 분노해 불매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성북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당한 '밀어내기'식 강매처럼 우리도 과도한 발주 압박을 받는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때 본사에서 초콜릿이나 사탕을 너무 많이 넣어줘요. 저번 밸런타인데이 때는 5천 원짜리 초콜릿이 40만 원 어치 들어왔는데, 다 못 팔아서 30만 원 치 물량이 남게 됐어요. 그중 절반은 반품하고 절반은 아직도 진열대에 남아있고요."

그는 "오늘 같은 어버이날에는 본사가 주문하지도 않은 카네이션을 발주시키곤 한다, 한 편의점은 (카네이션) 5개를 주문했는데 10개가 오는 식으로 주문량 이상의 발주를 강요받았다고 한다"며 "(남양유업) 대리점이나 우리나 본사에 휘둘리는 건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역 근처의 한 편의점 점주도 "본사 뜻대로 안 하면 지원금이 끊기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나도 지난번에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는 이유로 최근 본사 지원 혜택을 일절 못 받고 있다"며 "우리 같이 본사와 거래를 맺는 점포들은 대기업의 노예일 뿐이다, 함께 뭉쳐 횡포를 휘두르는 본사를 규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양유업이 자사 대리점 업주들에게 회사 제품을 부당하게 강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8일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는 어버이날 카네이션도 밀어내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남양유업이 자사 대리점 업주들에게 회사 제품을 부당하게 강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8일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는 어버이날 카네이션도 밀어내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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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한 편의점 진열대에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본사 직원들로부터 강제 발주된 초콜릿이 재고로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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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불매운동 현상, 가맹점·대리점 보호 위한 법안 마련에 영향 미칠 것"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남양유업 대리점 사례가 남 일 같지 않으니 편의점주들이 나서게 된 것"이라며 "'슈퍼갑'의 횡포에 불만이 쌓인 '을'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뭉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 사무처장은 이같은 불매운동 움직임이 가맹점·대리점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적 보완장치가 마련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갑을 관계'인 가맹본사와 가맹점 간에 공정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개선책을 담았다. 현재 개정안은 6월 임시국회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 본사의 제품을 위탁 판매하는 대리점의 경우 본사의 횡포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보호 장치가 없다. 이에 대리점주·시민사회단체들은 남양유업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안 사무처장은 "지금과 같이 '을'들이 뭉치면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는 물론 대리점주 보호를 위한 법률적 보완장치도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남양유업,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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