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환경보건시민센터

관련사진보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방과 후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원·상가건물들이 석면 관리의 사각지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6일 "아파트와 초등학교에 가깝고 학원 여러 곳이 입주한 서울 시내 상가 건물 5곳을 임의로 선택, 실태조사를 한 결과 모두 석면이 검출됐다"며 정부와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1~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서초구와 강서구·양천구·노원구 상가 다섯 곳 복도·화장실 등의 석면 실태조사를 한 결과, 모두 천장 마감재 텍스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서초구에 있는 두 개 상가에서는 발암성이 강해 1997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갈석면이 나왔다.

하지만 1차 조사(2011년) 후 2년 동안 석면 함유 자재가 비석면 자재로 바뀌는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진 곳은 없었다. 오히려 석면이 외부로 노출, 인체에 영향을 미칠 위험만 높아졌다.

2011년, 석면 천장재 훼손부위가 78곳이었던 서초구 A상가의 경우 2년 뒤 110곳으로, 하나도 없었던 서초구 B상가는 19곳으로, 양천구 C상가는 12곳에서 350곳으로 늘어났다. 강서구 D상가와 노원구 E상가도 각각 93곳, 15곳씩 증가했다. 유독 훼손부위가 많이 늘어난 C상가와 D상가는 공통적으로 태권도장이 있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태권도장 등 체육시설이 위층에 있는 경우 진동으로 인해 천장재 속 석면의 비산(飛散)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내부 공사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석면이 비산됐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2011년 1차 조사 당시 노원구 E상가는 2층 독서실 개보수 과정에서 철거된 석면 텍스 수십 장이 그대로 상가 밖에 버려져 있었다. 또 2년 사이에 실내 인테리어 작업 등이 이뤄져 천장재를 고정하는 부품이 바뀐 곳도 상당수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 작업과정에서 학원 상가 건물을 오가는 많은 어린이들과 주민, 상가직원들이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돈 핑계 말고 석면관리 엄격히 해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1~2013년에 걸쳐 학원밀집상가 다섯 곳을 두 차례 실태조사한 결과, 1차 조사(2011년) 때 다섯 곳에서 모두 석면이 검출됐고, 2차 조사(2013년) 때는 석면 자재가 드러난 곳 등이 더욱 늘어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냉난방기 공사를 하면서 석면함유 천정재가 제거돼 있는 서초동 A상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1~2013년에 걸쳐 학원밀집상가 다섯 곳을 두 차례 실태조사한 결과, 1차 조사(2011년) 때 다섯 곳에서 모두 석면이 검출됐고, 2차 조사(2013년) 때는 석면 자재가 드러난 곳 등이 더욱 늘어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냉난방기 공사를 하면서 석면함유 천정재가 제거돼 있는 서초동 A상가.
ⓒ 환경보건시민센터

관련사진보기


백도명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는 "석면은 폐암·중피종 등을 일으키는데 그 잠복기가 30~40년"이라며 "(어릴 때 석면에 노출된) 아이들은 살아가며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계속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환경관리공단에서 석면피해를 인정한 915명 가운데 20~50대는 약 4분의 1정도(235명)를 차지한다. 백 교수는 "이들은 (어린시절 석면에) 노출된 것 같다"며 "앞으로 계속 환경 중에서 석면에 노출되는 경우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원은 석면관리의 사각지대다. 안종주 한국석면네트워크 자문위원은 "건축법·학교건축법·산업안전보건법 등 현행법 어디에도 '석면을 강제로 해체하라'는 내용은 없고, 조사대상 정도만 규정돼 있는데 학원 등은 그것도 아니다"라며 "민간 건물이라 정부가 직접 지원하기도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많은 어린이들이 사교육을 하고 있는지만, 자녀가 다니는 학원이 석면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다"며 "학원도 이제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도 불안하다. 교육부는 2009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1만9815개교를 상대로 석면 실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 1만6982개교가 석면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조사는 대부분 '육안검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훼손 정도가 심해 1등급(전체 면적 대비 훼손 정도가 10% 이상 또는 부분훼손 25% 이상) 판정을 받은 22곳, 2등급(전체 훼손 10% 미만 또는 부분훼손 25% 미만)인 697곳은 개·보수를 진행했지만 나머지 학교들은 여전히 석면 제품이 그대로 있다.

안종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자문위원은 "교육부 조사 대상 가운데 실제 (후속 조치를) 한 곳은 전체 10%정도인데다 학원 건물 등은 민간 건물이라 더욱 (석면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어린이·청소년 관련 시설의 석면 안전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역시 "법이 없고 돈이 없다고 (석면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 학교·학원 건물의 석면관리는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며 "지금은 관심을 갖고 우선 상태가 어떤지 봐야 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1급 발암물질 석면... 잠복기만 30~40년
석면은 자연광물로 크게 청석면, 갈석면, 트레몰라이트석면, 악티놀라이트석면, 안소필라이트석면, 백석면 등 6종류로 나뉜다. 모두 1급 발암물질이다. 한국은 1997년 발암성이 강한 청석면과 갈석면을 사용금지했고, 2003년에는 트레몰라이트석면, 악티놀라이트석면, 안소필라이트석면을, 2009년에는 백석면까지 모두 사용금지했다. 또 2011년엔 '석면피해구제법'을 제정,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6일 "석면이 체내에 들어가면 폐암, 흉막 중피종암, 복막 중피종암, 난소암 등을 유발하는데 30~40년 정도 잠복기가 있다"며 "특히 악성 중피종은 적은 양의 석면에 노출되어도 발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석면 채광, 제조, 사용은 모두 금지됐지만 (기존에 사용한 석면의) 폐기, 또는 환경 중에 석면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며 "앞으로 계속 환경 중에서 석면에 노출되는 경우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석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