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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동북아 한민족유소년축구대회 현장.
 지난 4일 열린 동북아 한민족유소년축구대회 현장.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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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러시아·중국·일본의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4일 강원도 동해시 종합운동장에는 동북아지역에 살고 있는 네 나라의 어린이들이 공을 차며 하나가 되었다.

(사)동북아평화경제협회(이사장 이화영)와 환동해포럼이 주최한 '동북아 한민족유소년축구대회'에는 이들 네 개 나라 어린이 120여 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동해시 묵호초등학교, 삼화초등학교, 해오름축구단, 삼척시 정라초등학교, 경기도에서는 서현초와 귀인초 학생들이, 러시아는 아르촘학교와 우스리스크 고려인 아이들, 중국은 훈춘 조선족 제4소학교, 일본은 오까야마지역의 학 생들이 참가했다.

대회가 확정되면서 축구연습을 하는 틈틈이 자신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모습을 다른 나라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상을 만들어 비행기로, 또 배를 타고 왔다.

해양레일바이크를 타고, 사찰을 탐방하고, 초등학교를 방문해 같은 또래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일본팀 선수들 가운데 유일한 여자선수인 시마다하나(10)는 모든 게 재미있다고 웃음을 멈추질 않는다. 그는 "축구가 재미있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여자축구선수 지소연이 있는 한국에 와서 재미있고, 외국인 아이들을 만나서 반갑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기를 끈 친구는 러시아에서 온 '빠샤'. 잘 생기고 활달한 성격으로 아이들의 우상이 되었다. 아무하고나 어깨를 부딪치고, 손을 잡고 크게 웃는다. 한국아이들은 장난삼아 "빠샤"를 외친다.

재미난 일도 있었다. 3일, 삼화초등학교를 방문해 공동 수업을 했을 때 여학생들이 환영의 의미로 러시아 남자아이들의 손을 잡자, 손을 뿌리치고 표정이 굳어지고 분위기가 돌변했다. 러시아에서는 여자가 남자 손을 잡으면 모욕을 주는 것이란다. 머리를 만져도 마찬가지다. 상황을 알아차린 통역의 설명으로 분위기가 풀어지고, 메일주소를 주고 받으며 친해졌다.

중국 훈춘에서 온 축구팀은 이산가족(?) 만남의 장이 됐다. 아들 안진호(14)가 온다는 소식에 일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 정명자씨가 비행기를 타고 왔고, 서울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할머니를 비롯해 아버지와 이모까지 동해로 찾아왔다. 아이 혼자 훈춘에 있는 학교에 맡겨두고 생계를 위해 이 나라 저 나라로 흩어져 사는 한민족의 비애를 보여준다.

이번 행사는 2년 전 환동해포럼이 결성되면서 추진되었다. 일제의 수탈에 못 견뎌서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고, 어떤 이유로든 중국, 러시아, 일본으로 간 우리 민족을 하나로 모아보자는 의지가 이번 축구대회를 만든 계기다.

러시아 아이들을 인솔하고 온 우스리스크 아르촘학교 교장 박스텔라는 고려인 3세다. 1917년 할아버지가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로 갔고 중국 쪽에서 건너온 할머니와 가정을 이루었다. 고려인 이주 140주년 기념관을 운영하는 조엘레나하리또브나와 함께 고려인 4세를 이끌고 할아버지의 고국을 방문한 것이다.

"모든 것이 고맙고 반갑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음식을 잘 먹고 잠자리가 편하고,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환대해 줘서 고맙다"면서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계속되고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짧은 시간 동안의 만남을 아쉬워했다.

여러 나라의 아이들이 만났지만 소통은 금방 이루어졌다. 훈춘은 우리말을 쓰기에 대화의 어려움이 덜했지만, 러시아 일본 아이들은 통역이 필요했다. 아이들 옆에서 이 불편을 없애고 말을 이어준 것은 '러시아동인회' 회원들의 자원봉사였다. 권정수 회장을 비롯해 채수호 부회장과 송미화 회원 등은 아이들과 숙식을 함께 하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밀고 밀리는 승부를 겨루고 나서, 큰 그림그리기를 함께했다. 운동장에 펼쳐진 큰 천 위에 평화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경기도 교육청은 '평화'를 주제로 전세계의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오는 6월 1일 임진각에 전시한다.

문화의 힘은 컸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을 모르는 아이가 없었다.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함성을 지르고 같은 동작을 취하고, 감정을 표현했다. 한 민족임을 얘기하지 않아도 서로가 통했고, 어린이들이기에 나라가 다름을 드러내지 않았다.

환동해포럼 이진근 회장은 "민간 차원에서 4개국의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민족은 거의 모든 나라에 살고 있다. 이들이 힘을 합쳐 경제는 물론 세계를 주도할 날이 올 것을 믿는다. 이 자리는 그 일의 시작"이라며 행사의 의미를 찾았다.


태그:#동북아평화, #유소년축구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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