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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4일 시민단체들이 MBC 대선보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연 날, 여의도 MBC본사앞 철문은 보안관계로 굳게 닫혀 차량 출입이 통제됐다.
 지난해 12월 4일 시민단체들이 MBC 대선보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연 날, 여의도 MBC본사앞 철문은 보안관계로 굳게 닫혀 차량 출입이 통제됐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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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장 선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가 최종 심사할 후보 4명 중에는 김재철 전 사장과 가까운 인물도 들어있는 만큼, MBC의 운명은 '김재철 2기냐 아니냐'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방문진은 5월 2일 오전 10시 이사회를 열어 구영회(60) 전 MBC미술센터 사장, 김종국(57) 대전MBC(57) 사장, 안광한 MBC 부사장, 최명길(53) MBC보도국 유럽지사장의 개인 발표를 듣고 면접을 한 뒤 투표로 차기 사장 내정자를 정한다. 내정자는 이후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최종 확정된다.

후보들 가운데 안광한 부사장과 김종국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특히 '포스트 김재철'로 평가받는 사람은 안광한 부사장이다. 한 전직 MBC PD는 특히 안 부사장을 가리켜 "김재철의 아바타"라고 표현했다. 그는 "김종국 사장도 김 전 사장 밑에서 간부에, 경영진에, 지역방송국 사장까지 했지만, 안 부사장보다는 낫다"며 "안 부사장은 김 전 사장의 여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종국 사장이 유력하다고 들었는데, 그도 진주MBC와 마산MBC를 통폐합해 창원MBC를 만드는 과정을 잔인하게 지휘했다"며 김종국 사장 또한 '김재철 2기'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PD는 "김종국 사장은 '김재철 비리는 문제였다'고 하면서도 '(노사문제 등에) 원칙을 지켰다고 평가한다더라"며 "근본적으로는 노사관계에 있어서 김재철 전 사장과 같은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철 2기는 MBC 모욕하는 일... 여야 6대 3 구조라 우려"

MBC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김재철 2기를 만드는 건 정말 MBC를 모욕하는 일"이라며 김종국 사장의 대항마로 구영회 전 사장을 가리켰다. 그는 "두 사람이 확 갈리는 것은 김재철을 어떻게 보느냐"라며 "김종국 사장과 달리 구영회 전 사장은 항상 김재철과 대척점에 있었다"고 평했다. 또 "구 전 사장은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라며 만약 그가 MBC 신임 사장에 오른다면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한계야 분명 있겠지만, 진심으로 회사가 잘 되길 바라는 조치를 할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방문진 구성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방문진이 이제는 '김재철 사람을 뽑을 것인가, 아닌가'란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너무 친(親)김재철 같다"며 "지금 방문진 구성이 여야(추천 이사 수)가 6대 3인데,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방문진의 한 야당 추천 이사 역시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야당 이사) 숫자가 적고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라며 걱정스러워했다.

또 다른 MBC 관계자는 "여당 이사 쪽에선 김종국 사장과 안광한 부사장을, 야당 이사 쪽에선 구영회 전 사장과 최명길 지사장을 단일화해서 (표결에) 부칠 것 같다"며 "어느 후보가 유력하냐를 떠나 그래야 표가 안 깨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이사가 과반수를 넘는 방문진 구성을 생각하면, 안광한 부사장이나 김종국 사장 쪽에 유리한 판이긴 하다. 그는 "둘 중 누가 되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MBC 구성원 대부분이 당분간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지난 29일 "MBC의 새 사장은 MBC의 정상화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인물이 돼야 한다"며 "'김재철' 체제를 연장하는 인물이 될 경우, 총력 투쟁에 즉각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시 "MBC 정상화"란 말이 나오고, "MBC를 지키자"는 촛불에 불이 켜질 것인가. 수많은 눈이 2일 방문진 이사회를 주목하고 있다.


태그:#MBC, #김재철, #방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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