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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서 맞붙은 김한길, 이용섭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민주통합당 당대표 후보 초청 토론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서 맞붙은 김한길, 이용섭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민주통합당 당대표 후보 초청 토론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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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자의 조급함과 쫓는 자의 간절함이 충돌해, 뜨거운 설전을 낳았다. 내달 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30일 오후에 열린 KBS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 토론에서는 김한길·이용섭 후보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김한길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쫓기는 자' 김한길 후보가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했고, '쫓는 자' 이용섭 후보가 맞받았다.

이날 토론은 전당대회 전 마지막 토론인 만큼, 두 후보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김 후보는 이 후보에게 "5분 동안 혼자 말했다"고 항의했고, 이 후보는 "내가 언제 그랬느냐"며 응수했다. 이날 맞짱 토론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당 대표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민주당 대의원·당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김한길 후보가 44.6%의 득표율로 이용섭 후보(42.2%)를 오차범위 이내인 2.4%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 시작부터 '후끈'... 두 후보, 상대에게 대선 패배 떠넘겨

이날 토론은 초반부터 뜨거웠다. 김한길 후보의 선공이었다. 김 후보는 대선에서 정책 생산을 담당한 이 후보를 겨냥해 "대선평가보고서에 의하면, 민주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의제를 선점했지만, 이를 생활현장의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데 새누리당보다 못해 대선에서 졌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이 후보가 발끈했다. 그는 "대선 때 실력 발휘를 못했다, 사정이 있었다"면서 "왜냐하면 우리의 모든 관심은 단일화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저만 정책을 설명하고 뉴스레터도 발송했다"고 맞받았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우리 정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졌다고 해도 되느냐?"고 공세를 이어가자, 이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정책도 일부 영향은 있었지만 정책이 주요한 패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가장 중요한 패배 요인은 리더십의 부재였다, 김한길 후보가 대선 앞두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바람에, 지도부 없이 선거를 치렀다"고 역공에 나섰다.

이번에 발끈한 쪽은 김 후보였다. 김 후보는 "제가 사퇴해서 졌다고 하면, 이해찬 대표 체제로 갔으면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져 묻자, 이 후보는 "지도부가 있었으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조금 이따가 또 토론할테니 그만하자"며 제동을 걸었다.

두 후보의 설전은 과거 선거 승리 경험으로 옮겨갔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과거 선거를 지휘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가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승리에 공헌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꺼낸 말이다. 이 후보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민주당의 큰 패인은 성공 함정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선거 때 이겨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때보다 상황이 좋은 이번 선거에서 방심했다"며 "과거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단으로 치달은 신경전 "5분 동안 혼자 말해" - "내가 언제 그랬나"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서 맞붙은 김한길, 이용섭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민주통합당 당대표 후보 초청 토론 시작에 앞서 목을 축이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서 맞붙은 김한길, 이용섭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민주통합당 당대표 후보 초청 토론 시작에 앞서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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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단연 이용섭·강기정 단일화였다. 두 후보는 서로에게 '분열적'이라고 비난했다. 이번에도 김 후보가 선공이었다.

김 후보는 "단일화는 여야 대결에서 상대가 이기는 것을 반드시 막겠다는 각오가 섰을 때 하는 것이다, 당내 선거에서 단일화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5년 전 대선 앞두고 이해찬·한명숙·유시민 후보가 단일화한 것을 제외하고 본 적이 없다"면서 "당내 단일화에 어떤 명분이 있나? 제가 당선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명분과 원칙이 있는 정의로운 단일화"라고 맞받았다. 그는 이 후보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과거 리더십, 분열의 리더십으로는 민주당을 살릴 수도 통합할 수도 없다"며 "우리처럼 혁신해서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 당원 여론조사를 하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반대 의견의 2배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단일화를 두고 "계파주의"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 후보는 "국민이 당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다, 단일화 이후 신문에 '주류 대 비주류 계파대결', '친노 결집'과 같은 제목이 나왔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는 "언론이 '혁신과 비혁신'으로 써주기를 바랐다, 김 후보는 과거에 중요한 자리에 많이 중용됐으니, 새로운 사람이 민주당을 바꿔야 한다"며 반격했다.

김 후보는 다시 "한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해 두 후보가 뭉치는 게 혁신이냐, 편 가르기이자 분열"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철학과 가치가 같은 사람들이 합친 것이다, 숭고한 것이다, 강기정 전 후보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맞받았다. 김 후보는 "그런 후보가 제 옆에서 그렇게 슬프게 울 수 있느냐"고 비꼬았다.

토론 막판으로 갈수록 두 후보의 신경전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용섭 후보가 자신의 주도권 토론회에서 김 후보의 답변을 듣지 않고 말을 이어가자, 김 후보는 이 후보와 사회자를 바라보면서 "(이 후보가) 5분 동안 혼자 말했다, 규칙을 지켜 달라", "4분 동안 말하면서 답변 시간을 1분밖에 주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제가 언제 5분 동안 혼자 말했느냐"고 발끈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발언이 끝나기 전에 발언을 내놓으면서 신경전을 이어갔다.

사실 관계를 둘러싼 설전도 뜨거웠다. 대선 직전 김 후보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두고, 두 후보는 서로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문재인 선대위 새정치위원회의 지도부 사퇴결정에 따라 사퇴했다"고 했다. 이에 이 후보는 "팩트(사실)가 틀렸다, 최재성 의원에게 확인해 보라"고 응수했다.


태그:#김한길-이용섭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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