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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의 데이터 1480만 개를 디지털포렌식 방식(범죄수사에서 각종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국정원 직원 등이 사용했으리라고 보여지는 ID 수가 당초 경찰 발표보다 훨씬 많은 73개에 이르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의 데이터 1480만 개를 디지털포렌식 방식(범죄수사에서 각종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국정원 직원 등이 사용했으리라고 보여지는 ID 수가 당초 경찰 발표보다 훨씬 많은 73개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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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0일 오후 3시 48분]

원세훈 전 원장이 이끌던 국가정보원이 정치 개입을 넘어 지난 대선 당시 선거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검찰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현직 국정원 직원과 일반인 보조요원인 PA(Primary Agent)로 추정되는 아이디(ID) 73개가 선거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의 데이터 1480만 개를 디지털포렌식 방식(범죄수사에서 각종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국정원 직원 등이 사용했으리라고 보여지는 ID 수가 당초 경찰 발표보다 훨씬 많은 73개에 이르며, 게시글에 대한 이들의 반대 행위가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에게 불리한 내용과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에 집중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변이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국정원 ID 16개를 기반으로 ▲TC 쿠키 값이 일치하는지 ▲가입시 기재한 이메일이 동일한지 ▲비슷한 시점에 가입 당시 IP가 동일한지 ▲비밀번호가 같은지(단 쉬운 비밀번호 제외) ▲30분 이내에 모바일이 아닌 같은 IP(유동/고정)에서 다른 아이디가 등장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출한 결과, 국정원 직원이나 보조요원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ID가 73개에 달했다.

이 73개 ID의 반대 행위를 살펴본 결과 ▲전체 반대행위 1467건 중 1100건이 박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에 집중됐고 ▲북한 관련 게시물에 대한 반대행위는 3건에 불과하며 ▲'TV에 출연한 문재인 대선후보가 화면을 잘 받는다'거나 '문재인과 안철수에게 신뢰가 간다'는 등 야당 후보에게 우호적인 게시물에 반대 행위가 집중됐다고 밝혔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는 각 게시물의 추천과 반대 수에 따라 좀 더 잘 보이는 '베스트' 또는 '베스트오브베스트'에 올라가는 평판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반대수가 3을 넘어가면 베스트 게시물에 올라갈 수가 없다. 따라서 73개의 ID 규모면 충분히 게시물 비중에 조작이 가능하다.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지난 1월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지난 1월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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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유머'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여)씨와 일반인 이아무개(42)가 주로 활동했던 사이트다.

민변의 데이터 분석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가입해 활동하기 시작한 지난해 8월 28일부터 오피스텔 대치 사건이 벌어진 12월 11일까지 약 4개월간 쌓인 회원 가입과 탈퇴, 로그인과 로그아웃, 접속 IP, 글쓰기 및 삭제, 댓글, 추천, 반대, 쿠키 등 각종 기록 1480만 개 데이터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의뢰해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분석에는 백승헌, 박주민, 양흥석 변호사와 OHP 프로그램 전문가, 데이터분석 전문가가 참여했다. 1차 분석 결과는 약 3주 전에 나왔으며, 이후 다각적인 검증 작업을 거쳤다고 민변은 밝혔다.

이같은 분석 결과는 '통상적인 대북심리전의 일환'이었다는 국정원 측의 해명은 물론,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에는 해당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없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배척하는 증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경찰은 지난 4개월에 걸친 수사에서 혐의자의 인터넷 활동 가운데 찬성·반대 행위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보고 처음부터 수사 대상 자체에서 배제한 바 있어, 이번 분석 결과를 놓고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분석 결과는 선거법 위반에 대한 중요한 증거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린지 11일만인 2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소환하고, 바로 다음날인 30일 오전 국정원을 압수수색 하는 등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민변은 이날 자세한 분석 결과를 첨부해 추가적인 고소·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국정원 추정 ID 무려 73개... 최소 4명 이상 8개 그룹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서양 속담은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다. 이번 분석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행위가 1480만개에 달하는 오늘의 유머 사용자 데이터 속에서 '반대' 행위에 있었음을 과학적으로 밝혔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분석은 백업되어 경찰에 넘겨진 자료와 동일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추천·반대 행위는 애초부터 수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게시글 400여 개만을 분석해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 "문제 ID가 올린 게시글만 보면 경찰 발표처럼 선거 관련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추천-반대 행위, 특히 반대 행위에는 강한 정치성과 선거 관련성이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

민변은 경찰수사에서 확인된 국정원 직원 김씨의 ID 11개와 일반인 이씨의 ID 5개에서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위에서 밝힌 근거로 국정원 추정 ID를 추적한 결과 총 73개의 ID가 나왔다(위 그래프 참고).

분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활동 패턴을 들여다보니 모두 8개 그룹으로 나뉘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민변은 "분석 결과 국정원 직원 김씨 외에 최소 3명의 추가 이용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 "최소 4명 이상의 인원을 동원하여 총 8개 그룹, 73개의 ID를 만들어 IP 주소를 기술적으로 바꾸어가면서 접속하거나 복수의 ID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람은 3명으로, 한 명이 부족하다.

민변은 "지난해 9월 18일과 19일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일명 '반대 테러'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공지글을 올리자 주춤하다가 대선에 인접한 시기에 갑자기 증가했다"면서 "대선 막판 소위 '오피스텔 사건' 이후 활동을 일제히 중단하고 삭제하지 못한 게시글을 삭제한 후 탈퇴했다"고 말했다.

73개 ID, 어떤 글이 올라가는 것을 막았나


73개 ID는 주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비판하는 글이 주요하게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는데 반대 행위를 집중했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이나 '박근혜 캠프, 인디밴드 2군 발언', '박근혜, 본인과 정수장학회 무관하다더니...'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반대 행위가 전체 1467건 중 734건에 달했다.

반대로 '문재인 화면 잘 받는다'거나 '문재인과 안철수 모두에게 드는 신뢰감' 등 야당 후보에게 유리한 게시물에도 반대가 이어졌다. 이런 반대 행위는 366건이였다. 두 경우를 합하면 1100건으로 전체의 74.98%에 달한다.

그 외 반대 행위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비판 글이나 나꼼수 내용 글 등 대북심리전이라고 보기 힘든 내용이었다. 북한 관련 게시글은 3건에 불과했다.

민변은 "이런 모습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국정원법을 위반하여 정치에 개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여 특정 후보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국정원, #오늘의 유머, #선거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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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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