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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귀빈실로 이동하고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 미국으로 출국 지난 23일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귀빈실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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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위원장 주승용)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태아건설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태아건설은 이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매출액이 70% 이상 급성장한 태아건설의 김태원 대표는 이 전 대통령과 대학·현대건설 동기다. 특히 이 건설사는 비자금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해 기획부도를 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토위는 조만간 전체회의를 열고 태아건설의 하도급 특혜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태아건설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확정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직접 겨냥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감사원은 국회로부터 감사요구를 받은 날부터 3월 이내에 감사결과를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한편 검찰에서도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아건설, MB 재임 중 5천억원 이상 수주... "슈퍼파워의 입김 없이는 불가능"

<오마이뉴스>가 최근 국토위로부터 단독 입수한 '태아건설 하도급 특혜 의혹 관련 감사요구안'에 따르면, 태아건설은 2008~2012년까지 고속국도 건설 사업, 경부고속철도 건설 사업 및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관급공사에 하도급사로 참여해 5000억 원 이상을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아건설은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국도 60호선 동홍천-양양 건설공사 7공구 및 13공구 공사(527억 원)를 비롯한 4개 공구에서 1200억 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경부고속철도 제6-4B공구 노반신설공사를 비롯한 7개 공구에서 1670억 원,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4대강 사업 및 경인아라뱃길 공사에서 1665억 원 등을 수주했다.

이렇게 태아건설은 이 전 대통령 재임기간 거액의 관급공사에 참여하면서 시공능력평가액이 2008년 1540억 원에서 2012년 2820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와 관련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업계에서는 지난 5년간 특수공법 및 특허기술이 아닌 일반 토목공사 수주금액이 5000억 원이 넘는 경우는 전례가 없고, 공사수주 배후에 슈퍼파워의 입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태아건설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SK건설 등 건설대기업인 원도급자들로부터 낙찰금액보다 높은 수준의 공사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요구안은 "일반적으로 원청업체로부터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평균 하도급률(원도급자가 낙찰 받은 공사비 중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는 비중)은 70% 내외에서 결정되는 것과 비교해 태아건설은 관급공사 수주과정에서의 평균하도급률이 104%인 것으로 확인돼, 수주과정에서 특혜를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굴지의 건설대기업들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태아건설에게 계약한 금액보다 더 많은 공사비를 몰아주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실제 이미경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태아건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숙원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 공사에 참여하면서 낙동강 구간의 6개 공구 공사에서 124.4%의 하도급률(하도급 총 금액은 1414억 원)을 기록했다. 또한 2009년 SK건설로부터 경인아라뱃길 6공구 수역굴착공사를 188억 원에 수행하기로 했지만, 공사 진행 과정에서 63억 원을 더 받아내 최종 하도급률은 177.5%(총 금액 251억 원)에 달했다.

이미경 의원은 "이들 공사를 통해 태아건설에게 하도급 금액 500억 원 이상이 과지급 됐다"며 "과지급 금액 중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잘나가던 태아건설의 '이상한 부도'...  "검찰 수사 및 국조 회피용?"

2011년 6월 경기도 여주군 4대강사업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굴삭기가 바쁘게 움직이며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 사진)
 2011년 6월 경기도 여주군 4대강사업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굴삭기가 바쁘게 움직이며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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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급성장하던 태아건설은 지난 4일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09년 현대건설의 대규모 해외사업인 싱가포르 주룽섬 해저 원유 저장시설 공사에 도급사로 참여했다가 경영난에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야당은 "비자금 조성이후 4대강 사업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해 기획 부도를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위도 감사요구안에서 "태아건설은 지난 5년간 5000억 원 이상을 수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회계를 처리했거나 비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아건설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1부로부터 회생개시 결정을 받았고, 법정관리인으로는 현 대표인 김태원 회장이 선임됐다.

이와 관련 이미경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5년간 5000억 원 이상을 수주하고도 부도를 내는 기업을 믿을 수 있겠냐"며 "태아건설과 관련해서는 국토부의 자체 감사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태아건설에 대한 자체감사 실시 여부에 대해 "현행법상 국토부 자체엔 감사권한이 없어 (자체감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서승환 장관은 "태아건설이 수주한 6개 공구는 발주처가 수자원공사로, 현행법상 감사원 감사가 가능하고, 당해 기관의 자체조사만 가능하다"며 "하지만 수공이 계획실태 등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 조사만 가능해 비자금 조성 여부를 밝히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 장관은 '4대강 사업과 경인아라뱃길 공사를 수주한 태아건설의 하도급 계약률이 각각 최고 124%, 177%에 달한 것은 대단한 특혜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숫자상으로 그렇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태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여부와 관련해 "부도가 났다는 사실은 얼마 전에 들었다"고 밝혔으나 기획부도설에 대해선 "처음 듣는 얘기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모른다"고 답했다.

MB의 '절친' 김태원 회장... '친구 게이트' 현실화 될까?

2010년 4대강 사업 중단 시위 모습
 2010년 4대강 사업 중단 시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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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표적인 전문건설업체인 태아건설은 이명박 정권 시절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태아건설의 2007년 매출액은 2023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1년 1423억 원 증가한 3446억 원으로 치솟았다. 2009년과 2010년에는 2년 연속으로 전문건설협회의 토목공사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2820억 원으로 전국 6853개 업체 중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태원 태아건설 대표는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이자 현대건설 입사동기로 이른바 '절친' 사이다. 지난 1973년부터 1985년까지 10여 년간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에 함께 근무하면서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할 때 김 대표는 관리 부장을 맡았다.

이 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김 대표의 활발한 사회활동도 눈길을 끈다. 그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고려대 부산교우회 회장을 지냈고, 2009년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산지역회의 부의장을 맡아 지난해 말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2010년에는 부산전문건설협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같은 해 경부고속철도 건설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방호실장을 지낸 권태섭씨는 자신의 책 <아름다운 시절>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든든한 벗'이라고 표현했다. 권씨는 책에서 "김태원씨는 MB와 마찬가지로 가난과 더불어 살아온 경상도 시골 출신이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어려운 시절을 헤쳐 나가는 데 있어 서로의 든든한 벗이 돼 주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김태원씨는 MB의 소개로 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의원 집에서 과외 선생으로 1년 넘게 기숙하기도 했다"며 "그러니 두 사람은 절친한 대학 동기일 뿐 아니라 가족 같은 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태아건설이 4대강 공사 등의 관급공사를 하면서 하도급 계약을 맺은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로부터 높은 수준의 공사비를 받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이미경 의원은 "일반적인 하도급 관행과 비교했을 때 태아건설은 높은 하도급률로 인해 500억 원 이상을 과지급 받았고, 이는 이 전 대통령이 절친에게 준 특혜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주로 하도급 업체에 주는 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4대강 공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빈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검찰 조사로 드러난 대우건설의 비자금 조성이 대표적인 사례다. 4대강 사업 낙동강 칠곡보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할 금액을 과대계상한 뒤 실제 공사비와의 차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마련했다.

또 공사대금 부풀리기 등의 방법으로 설계 변경을 해주는 대가로 원청업체와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공무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4대강사업조사 특별위원회는 지난 2월 "4대강 사업 전 구간에 걸쳐 광범위한 공사 부풀리기 등 설계 변경을 통해 국토부 발주 공구에서만 5000억 원에 달하는 공사비가 증액됐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 공사비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고 비자금 조성의 개연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미경 의원은 "4대강 전체구간을 살펴보면 제2, 제3의 태아건설이 더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국회 국토위에서 태아건설의 하도급 특혜 의혹 및 비자금 의혹에 대한 감사요구안이 의결되고,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할 경우, 검찰에서도 'MB 비자금' 수사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미 검찰에서도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자료를 수집 중"이라며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는 것에 맞춰 태아건설에 대한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아건설 측은 "한 톨 의혹이 없다, 감사원 감사든 검찰 수사든 빨리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태아건설의 한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고, "어떤 식으로든 의혹이 빨리 해소가 되고, 만일 문제가 없다면 의혹을 제기한 이미경 의원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 시절 관급공사에 하도급사로 참여해 5000억 원 이상을 수주한 것은 특혜가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 회사 연간매출이 2000억~3000억 원인데, 5년간 5000억 원을 수주한 것이 특혜냐"며 "동종 다른 회사에서는 1조원 넘게 수주하는 곳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김태원 대표가) MB와 친구라는 게 잘못이면 잘못"이라며 "우리만 당하면 이해하겠지만, 우리와 관계된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 등도 다 조사를 받기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다"고 강조했다.

4대강 공사 등의 하도급 계약률이 100%를 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공구도 다 마찬가지"라며 "턴키공사(시공업체가 설계까지 맡아 처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애초 설계가 잘못됐을 경우 불가피하게 하도급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획부도설'에 대해서는 "현대건설과 사업을 같이 하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이지, 절대 기획부도가 아니"라며 "4대강 사업을 해서 20억 원 넘게 적자가 났는데, 어떻게 비자금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태그:#이명박 비자금, #4대강 사업, #태아건설, #4대강 하도급 특혜, #MB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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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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