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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부터 순천시에서 정원박람회가 시작되었다. 순천만과 접한 농경지를 매입하여 조성된 이번 박람회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생태수도'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순천시는  흑두루미와 검은머리갈매기등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는 순천만을 보전하면서 생태도시를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원박람회는 제목부터가 웬지 생태적이지 않아 보인다.

나는 지난 22일 순천에 찾아갔지만 정원박람회는 입장하지 않했다. 1만 원이라는 입장료가 비싸 보이기도 했지만, 정원이라는 게 따로 없이 자연이 곳 정원이었던 시골에서 자란 내게 익숙치 않았다. 하지만, 순천역에서부터 이 도시에서 정원박람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로 거리가 조성돼 있어 일반적인 도시의 거리에 비해 화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순천만을 보고 싶었기에 박람회장을 뒤로하고 순천만을 찾았다. 흑두루미 등의 겨울철새들이 떠난 순천만은 평일이라 한적하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갈색의 갈대들은 쓰러지거나 사라지고 푸른 잎의 갈대가 대신하면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생기가 넘쳐 보였다.

새순이 돗아난 순천만 갈대들
▲ 넓은 갈대밭이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면서 파릇파릇한 새순이 돗아나고 있었다. 새순이 돗아난 순천만 갈대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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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위에 설치된 데크를 지나가며 만날 수 있는 짱둥어와 칠게는 생태도시 순천을 대표할 만한 생물처럼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데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갈대가 크게 자라지는 않았지만 봄내음과 순천의 생태성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순천만을 운행하는 생태탐방선이 운행 할 때마다 움직임에 놀라서 편하게 쉬지 못하는 청다리도요와 삑삑도요들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순천만에서 볼 수 있는 짱뚱어
▲ 짱뚱어 순천만에서 볼 수 있는 짱뚱어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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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찾았던 순천만 용산 전망대를 찾았다. 올라가는 길이 5년 전과는 변화가 있었다. 새롭게 돌아가는 데크를 만들어 놓았고, 훨씬 폭넓게 넓게 조성된 산책로가 그동안 순천만의 변화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람이 찾는 만큼의 시설로 확장된 듯 보이긴 했지만, 사람에게 좀 더 불편하고 생물들이 좀 더 배려가 되는 산책로나 데크가 됐다면 조금 더 생태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아름다운 순천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5년전 순천만 전경 아름다운 순천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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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5년전과 달라지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 용산전망대에서본 순천만 순천만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5년전과 달라지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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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망대에 올랐을 때 바라본 순천만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넓게 펼쳐진 갯벌과 갈대들, 그야말로 전망 좋은 곳이었다. 신비롭게 조성된 동그란 갈대밭과 사행하며 바다와 만나는 하천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5년 전의 비경과 다름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순천만이 무척이나 좋았다.

순천만의 절경을 뒤로하고 내려온 뒤 전시관을 찾았다. 평소 탐조를 즐겨하는 나는 몇 가지 오류를 찾아내었다. 뜸부기사촌이라고 푯말을 세워놓은 표본은 쇠물닭 암컷이었고, 비행하는 5마리의 청둥오리 중에 2마리는 집오리였다. 날지 못하는 집오리를 날아다니는 청둥오리로 묘사해 전시해 놓은 것이다. 여러분도 나중에 순천만 전시관을 찾는다면 한번 오류를 찾아보시기를 제안해본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묘한 희열감을 맛볼 수 있었다.

날고있는 앞쪽 2마리는 집오리이다.
▲ 청둥오리 날고있는 앞쪽 2마리는 집오리이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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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부기사촌이 아니라 쇠물닭 암컷이다.
▲ 잘못표기된 뜸부기사촌 뜸부기사촌이 아니라 쇠물닭 암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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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을 돌아보고 나는 '생태도시 순천'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순천을 대표하는 순천만은 그야말로 생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전망대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저짝보다는 이짝이 낫구만"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저짝'은 정원박람회장이고 '이짝'은 순천만이었다. 진정한 생태는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아주머니의 말은 나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했다. 인공적인 것이 어찌 자연스러움을 이길 수 있을까? 생태도시 순천에 조성된 인공정원이 순천만의 자연스러움에 그대로 패했음을 선언하는 말이었다. 정원박람회를 직접 찾아가보지는 못했지만, 정원박람회를 안가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게 한 말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생육조건을 가진 정원들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생태적인 일은 아니기 때문 아주머니도 자연스럽게 몸으로 느꼈을 게다. 옛날 우리나라에 집 뒤뜰장독대 뒤편으로 펼쳐진 대나무 밭이나 넓은 마당에 텃밭이나 싸리나무로 만들어진 초가집 안마당을 재현해 보는 것이 훨씬 생태적일 거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이제 시작한 정원박람회를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잘 진행된 정원박람회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순천만과 인접하여 인공적으로 조성된 정원이 잘 조화를 이루며 수 있을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순천만의 자연스러운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미래의 모습이 인공정원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태그:#순천만, #정원박람회, #생태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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