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중섭 (1916~1956) 작품. 은지화에 유채
▲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이중섭 (1916~1956) 작품. 은지화에 유채
ⓒ 박건

관련사진보기

26일 통영에서, 이중섭이 그린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작품 속 물고기가 공공 조각으로 살아난다. '푸른통영21'이 기획한 '강구안 푸른골목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세워지는 공공조각이다. 이 조형물을 만든 작가들은 놀랍게도 한국 작가가 아닌 프랑스 예술가 그룹 '아트북 콜렉티브'다. 

이중섭은 한국전쟁 중 통영에 머물며 그림을 그려 생계를 이었다. 소, 닭, 새 등 사람과 가까운 동물들을 소재로 가족과 헤어져 살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울분과 삶의 정서들을 절박하게 표현한 화가로, 통영과 친숙한 화가다.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도 이때 그린 작품이다. 이 그림 속 물고기가 프랑스 환경조각가들에 의해 삶의 공간에 되살아난 것이다.

 이중섭의 물고기를 공공조각으로 만들어 설치하기 전 제작과정을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 <아트북 콜렉티브>의 공공조각 이중섭의 물고기를 공공조각으로 만들어 설치하기 전 제작과정을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 박건

관련사진보기


밤에 불 빛을 받으면 금빛으로도 빛난다
▲ 이중섭의 물고기 조형물 밤에 불 빛을 받으면 금빛으로도 빛난다
ⓒ 정정엽

관련사진보기


은빛으로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조형물을 보고 아이들이 몰려든다. 비늘을 만지고 물고기 입 속으로 얼굴을 넣어 이야기를 건넨다. 영락없이 이중섭의 그림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이 현실 공간에 새로 태어난 모습이다.

물고기 비늘을 자세히 보면 낯 익은 재료다. 스테인리스 밥그릇 뚜껑! 한국인의 희로애락이 밥에 담겨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식탁에서 이 그릇들을 만난다. 이중섭 시대와 오늘의 정서를 잇는 이 재료는 감성적으로 탁월한 선택이다. 이 조형물에 쓰인 재료들은 모두 통영에서 구하고 3인의 프랑스 작가들이 직접 현장에서 만들었다.

'아트북 콜렉티브'는 환경조각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적인 프랑스 예술그룹이다. 이들은 작품을 만들 때 광장이나 공원등 설치될 현장에서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터미널도서교환'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조각들은 조형물 안에 작은 도서관을 설치하여 '시민들의 문명적 소통을 돕고 도시공간을 활성화' 하는 특색을 갖고 있다.

이중섭 물고기 조형물도 꼬리 부분에 책을 꽂아 나누어 볼 수 있게 하였다. 사고 파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나누고 싶은 책들을 지나다 꽂아두면 다른 사람이 꺼내 보는 방식이다. 시각적인 조형물을 넘어 돈으로 유통되면서 일어나는 단절을 넘어, 소박하지만 인간 관계의 회복을 꾀하자는 뜻은 '아트북 콜렉티브'가 지닌 매력이자 공감의 선물이다.

장 미셀 후비오, 얄 룩 마스. 마갈리 루이 3인이 이중섭 물고기 조형물의 산파역을 맡았다. 이들은 정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독학으로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는 팀이다. 20대, 30대, 50대 작가들인데 모두 싱글이다. 자유롭게 세계를 떠돌며 현장 프로젝트를 통한 공공조각 속에 아트북을 결합하여 시민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행복으로 일삼고 있다. 

3인으로 구성된 프랑스 환경조각 그룹 <아트북 콜렉티브>. 푸른 통영21환경사업에서 이중섭의 물고기 그림을 높이 4m의 공공조형물로 만들고 물고기 꼬리 부분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기증하고 교환할 수 있는 기능을 할 수 있게 하여 단순히 조각으로만 머믈지 않고 소통의 의미를 살렸다.
▲ 장 미셀 후비오, 마갈리 루이, 얄 룩 마스 3인으로 구성된 프랑스 환경조각 그룹 <아트북 콜렉티브>. 푸른 통영21환경사업에서 이중섭의 물고기 그림을 높이 4m의 공공조형물로 만들고 물고기 꼬리 부분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기증하고 교환할 수 있는 기능을 할 수 있게 하여 단순히 조각으로만 머믈지 않고 소통의 의미를 살렸다.
ⓒ 박건

관련사진보기


이들은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에서 스쾃(버려지거나 빈 집을 점거하여 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예술)운동을 펼치며 예술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사회화 시키는 작업을 활발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작업을 물고기 조형물로 이끌어낸 것은 '예술과 도시사회 연구소' 김윤환 팀장이 이들과 협업하며 이끌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이중섭의 물고기 조형물은 바다가 골목 상권 입구에 영구 설치되어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며 통영을 찾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달무리는 통영에서 태어난 윤이상씨가 작곡한 작품이다. 그 악보를 소재로 프랑스 아트컬렉티브팀들이 만든 부조물이다.
▲ 달무리 달무리는 통영에서 태어난 윤이상씨가 작곡한 작품이다. 그 악보를 소재로 프랑스 아트컬렉티브팀들이 만든 부조물이다.
ⓒ 정정엽

관련사진보기


강구안 일대의 골목상권을 익살맞은 지도로 그렸다. 이중섭의 물고기 조형물과 윤이상의 달무리가 설치된 골목지도 일부분이다
▲ 화가 정정엽씨가 그린 강구안 골목지도 강구안 일대의 골목상권을 익살맞은 지도로 그렸다. 이중섭의 물고기 조형물과 윤이상의 달무리가 설치된 골목지도 일부분이다
ⓒ 정정엽

관련사진보기

강구안 골목길을 되살리는 일은 지역 사회운동단체인 '푸른통영21'이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기획한 '강구안 푸른골목 만들기' 프로젝트가 경남도의 녹색성장위원회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진행이 본격화됐다. 신도심에 상권을 뺏기면서 활기를 잃은 구도심 골목길을 이전처럼 되살리자는 것이 사업취지다.

아트북 콜렉티브가 만든 첫 번째 작품은 이미 골목길에 설치 완료됐다. 통영 출신의 고 윤이상 선생이 작곡한 <달무리> 악보의 음표를 확대하고 꽃바구니가 붙은 자전거 부조로 표현했다.

강구안 골목은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통영의 명동'이라 불리며 지역 최고 상권으로 유명세를 누렸다. 그러나 이후 무전동 매립지와 죽림신도시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골목길로 전락해 버렸다.

'푸른통영21'은 조형물 설치에 이어 1.4㎞에 달하는 강구안 골목길을 오는 연말까지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골목과 건축물의 역사, 유명인 등 재미있는 사연을 담은 안내판을 주요 골목길마다 설치하고, 각 가게의 간판도 친환경 간판으로 교체한다. 골목 홍보 전시장과 북카페를 배치하는 한편 골목길 스토리북도 발간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아트북 콜렉티브 http://www.livrelibre.org

<강구안 푸른골목 만들기>프로젝트: 2013.1.1-12.31 강구안 김밥골목 뒷골목 일대
시행주체: 통영시 푸른통영21, 실행주체: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태그:#이중섭의 물고기 조각, #프랑스 '아트 북 콜렉티브', #강구안 골목길, #푸른통영21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