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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만찬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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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문제로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 윤진숙 후보자는 지켜봐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거듭된 인사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박 대통령이 새 정부의 인사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하기는 처음이다. 다만, 자질 부족 논란으로 여당 내에서도 '임명 불가' 입장을 밝힌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12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정성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와보니 자료가 없어서 각 기관의 자료를 모아 검증했는데 (자료에) 나오지 않는 사안이 나와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부실 검증'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윤진숙 쫄아서 머리 하얗게 됐다고 해... 지켜보시고 도와달라"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질 시비에 부딪혀 낙마 위기에 몰린 윤 후보자를 두둔했다.

그는 "(윤 후보자는) 실력으로 말하면 연구한 게 많고 해양수산부 폐지 반대 토론 때 폐지반대 입장에서 설득력 있게 얘기를 잘했다, 실력이 없는 게 아니다"며 "윤 후보자가 난생 처음 청문회에 서서 너무 쫄아가지고 머리가 하얗게 됐단다, 이제 마음을 가다듬어 하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후보자를 지명한 건) 그 분야에 여성을 발탁해서 키워보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지켜보시고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민주당은 거듭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훈 비상대책위원은 박 대통령에게 "(윤 후보자 청문회) TV 지켜보셨느냐"며 "TV를 본 사람들은 (윤진숙 후보자는) 안 된다고 한다, 용기 내서 결단해야 국민들도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사전 질문서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조용호 헌법재판관 후보자 문제나 '제2의 최시중' 논란을 빚고 있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세금 탈루 의혹을 받고 있는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홍근 비대위원은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도 탈세 문제로 낙마했는데 두번째 후보자인 노대래 후보자도 세금을 뒤늦게 납부하는 등 문제가 있다"며 "인사검증과 관련해 국민들의 의구심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조용호 헌법재판관 후보자에게 200여 개 질문의 사전 체크 리스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인사검증 및 추천 과정에 대해 전면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재정 비대위원은 "대통령께서도 선거기간 중 방송공정성을 많이 말했는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으로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고, 김동철 비대위원은 "인사에 있어서 공정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이나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는 임명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대통령께서 모범적인 선례를 만들어 국정 운영의 큰 획을 그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조 후보자에게 사전질문서가 안 간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앞으로 사전질문서를 더욱 보강하고 시스템 인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평가가 저조한 편"이라며 "인사와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이) 소통하시면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한) 48%의 목소리를 금방 들을 수 있다"며 "듣는 위치에 있으면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고 조언했다.

"야당과 국정동반자 관계 맺을 것... 부동산대책·추경 협조 간곡히 부탁해"

한편, 이날 만찬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생일을 맞이한 문 위원장을 위해 케이크를 준비했고, 이에 문 위원장도 "평생 잊지 못할 생일이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전날(11일)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밝힌 것에 대해 민주당 측의 긍정적 평가도 이어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야당과 국정 동반자로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문 위원장이) 안보와 민생에 여야가 없다며 적극 공조하겠다는 말을 해줘서 굉장히 반가웠다, 이념갈등, 남남갈등을 지양하고 민주당이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면서 "국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야당과 국정동반자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야당과 발전적인 토론과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 당시) 여당도 해보고 야당도 해봤는데, 야당을 더 오래 한 것 같다"며 자신의 경험을 얘기한 뒤 "국정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야당과 국정동반자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요구한 검찰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내가 약속했고 공약한 사안인만큼 여야가 합의 처리했으면 좋겠다"며 "각별한 관심을 갖고 보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4.1 부동산대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 "정책의 타이밍이 중요하니 국회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그는 "(부동산대책, 추경 등에 대해서는) 장관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겠다, 잘 부탁한다"면서 "부동산정책은 시기를 놓치면 하나마나이고, 추경은 경기회생을 위한 마중물과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위원장은 "민주당도 안보와 민생에 초점을 맞추고 그 점에는 여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또 "부동산과 추경에 대해 민주당이 큰 틀에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여야 6인 협의체'에서 착실하게 논의할테니 대통령께서는 느긋하게 지켜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