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국회 보좌관 연구 모임인 새정치연구회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 박원순 시장 국회 보좌관 모임 초청강연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국회 보좌관 연구 모임인 새정치연구회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요새 '창조경제'를 저 멀리 하늘에서 찾는 것 같다. 가까이 있다. 즐거우면 많은 것이 창조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원순씨, 정치를 말하다' 특강에서 '개념 정립' 논란을 겪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의제 '창조경제'에 대해 한 말이다. 이 특강은 시민사회단체 출신 보좌관 모임인 '새 정치 연구회'의 초청으로 열렸다.

창조경제뿐만이 아니었다. 박 시장은 이날 질의응답을 통해 행정의 갈등조정 역할, 현장 중심의 혁신, 정당 개혁 등을 거론하며 청와대와 국회를 뜨끔하게 했다. 또 경남 진주의료원 휴업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을 지지 방문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창조경제, 저 멀리 하늘서 찾는 것 같다"

박원순 시장이 이날 특강에서 "즐거우면 창조된다"고 한 까닭은, 핵심 근간인 '창조성'은 사라진 채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을 통한 수요 창출에만 무게가 쏠리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

앞서 여야는 '창조경제'를 두고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해온 바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융합형 선도형 경제"라고 설명했고,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기술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두뇌를 활용해 세계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해석이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나오는 상황에 박근혜 대통령이 한 가지를 더 보탰다. 그는 지난 4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층간소음 해결도 창조경제"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적인 측면에서 층간소음을 줄일 방법을 찾으면 그것 역시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하는 '창조경제'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아이디어'와 '참여'를 강조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서울시의 빅데이터 공개를 꼽았다. 이는 이미 있는 자원을 '아이디어'로 재활용한 경우다. 그는 "오바마 미 대통령은 당선 후 첫 임기에 데이터베이스를 만인에 공개하며 2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창출 효과를 얻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다"며 "서울시는 일반 정보공개는 물론, 빅데이터도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의 창업 음식점에 대한 빅데이터를 공개하면 어느 동네에 어떤 식당이 과잉인지 알게 되고 사람들이 지하철 몇 번 출구로 주로 나가는지, 주요 이용 시간대가 어디인지 다 공개한다면 어느 곳에 어떤 가게를 열어야 하는지 안다"며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시민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원전에 쓰인 <위지동이전>을 봐도 한국민들은 신이 있는 민족으로 나온다, 문화예술을 통해 창조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런던시도 이 같은 창조경제로 전체 GDP의 20%를 만들고 있는데, 서울시에는 세계 어디에나 있는 100층짜리 랜드마크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산·도봉산처럼 국립공원이 있는 대도시는 (서울 말고) 아무 데도 없다, 서울처럼 백제·조선 등 1000년 이상 수도 역할을 한 곳도 없다"며 "전 세계에 없는 많은 특징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참여'도 중요한 재료라고 밝혔다. 그는 "시민의 힘을 극대화시키면 저절로 다 잘 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청 신청사에 마련할 시민청이 그 예였다. 박 시장은 "서울시청 신청사 1·2층에 '시민청'을 만들었는데 10만 명 정도가 왔다"며 "서울시는 그곳에서 결혼식도 하고, 시장도 만들고, 마음껏 하시라고 했다, 이처럼 틀거리를 만들면 시민들이 다 알아서 한다"고 역설했다.

"정당, 시민 대변하려면 시민을 주인으로 모셔야"

"입장이 다른 양쪽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답변은 정부조직개편 협상 등에서 드러난 정치권의 '협상력 부재'를 다시 생각케 했다. 박 시장은 "정치적으로 갈등은 없을 수 없고 저는 모든 사람의 시장으로서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며 "(특정 사안에 대해) 반대할 만한 분들을 다 만나고 그분들의 얘기를 들어서 많이 해결했다"고 답했다.

서울시 수방대책 마련 당시 1시간 넘게 싸우며 토론한 일, 자신이 보수 성향의 향토예비군 명예회원이 된 일, 우면산 산사태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의 만남 등을 예로 들며 "처음에는 거친 소리가 나오지만 (숙의의 과정을 거치면) 얘기들이 훨씬 평화적으로 오가고 조정할 수 있다, 어떤 민원이든 골치 아프지만 그럴수록 만나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갈등조정관을 만들어서 사전에 갈등이 있을만한, 예산편성시 예측되는 상황에 대해 미리 예방적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고도 밝혔다.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정치 혁신 문제에 대해서도 박 시장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 행정의 핵심은 서울시민 스스로 행정에 참여하고 스스로 정책 입안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며 "정당도 (당원과 국민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인 것처럼 (정치에) 신나게 참여할 수 있고 스스로 당의 주인이 될 수 있게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 시장은 "시민운동의 경우 회비를 받아 생존하려면 자발적 회원이 많아져야 하고 그 회원이 단체의 주인의식을 가져야 회비도 열심히 낸다"며 "얘기를 듣기론 민주당이나 기존 정당들의 전체 당비가 시민단체보다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 말하자면 시민과 관계없는 당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 정당이 시민의 삶에 천착하고 진정한 대변자가 되려면 시민들을 당의 주인으로 모시려는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혁신은 멀리서 오는 게 아니라 현장에 있다, 현장에 가면 시민이 바라는 것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며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쭉 적은 뒤 바로 실천한다, 예산 없이 할 수 있는 일도 많다"고 덧붙였다.

"진주의료원 폐업? 서울에도 적자 시립병원 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특강을 마치고 경남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중인 김용익 민주당 의원을 찾아 홍준표 경남지사를 비판했다. 홍 지사는 지난 3일 진주의료원 휴업을 강행했다.

박 시장은 "서울에도 시립병원이 10개가 넘는데 적자가 나고 있는 병원이 있다"며 "경남에는 '보호자 없는 병원' 모델도 있고, 전국에 다 이런 도립·시립 병원들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그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중앙 정부의 지원이 많아지면 주민들의 의료 공공성이나 무상 지원 등 할 수 있는 게 참 많을 것"이라며 "브라질에 가서 보니 거의 무상의료시스템이 자리 잡혀 있어 정말 놀랐다, 처음에 어떤 위상을 갖고 설계하느냐가 중요한데 지금 와서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태그:#박원순, #서울시장, #창조경제, #진주의료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