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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존 경기도 고양시 화정점
 세이브존 경기도 고양시 화정점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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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길이를 줄이고, 터진 주머니를 꿰매는 작업은 심정호(가명, 55)씨에게 가장 익숙한 일이다. 그는 30년 가까이 옷 수선을 밥벌이로 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대형할인매장 '세이브존' 화정점에서 수선실을 운영해왔다. 규모는 13㎡(4평)남짓했지만, 10여년 만에 다시 마련한 '내 가게'였다. 기분이 남달랐다.

하지만 2013년 4월, 심씨는 옷 수선이 아닌 다른 일로 골치가 아프다.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올린 세이브존과 법정에서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임대료 문제로 영업을 중단했던 세이브존 화정점은 이듬해 다시 매장 문을 열면서 심씨 등 입주업체들에게 '임대료를 더 내라'고 요구했다. 부가가치세를 더해 월 145만 원이었던 월세가 순식간에 495만 원으로 뛰었다. 세이브존 측의 설명은 없었다. '임대료를 못 내겠으면 나가라, 다른 사람과 계약하겠다'란 말만 있었다.

그즈음 심씨의 수선실 한 달 매출은 800만~900만 원 수준이었다. 임대료를 내고나면 직원들 월급주기도 빠듯했다. 그는 "200만 원 안팎이었던 다른 유통업체 매장 임대료와 비교해도 턱 없이 높았다"고 토로했다.

하루아침에 세 배 오른 임대료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구둣방, 여행사 등 약 10곳은 아예 재계약을 포기했다. 심씨 역시 한참을 고민했지만, 별 다른 수가 없었다. 또 세이브존은 그에게 '장사가 잘 될 테니 걱정마라'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2011년 3월 9일, 심씨는 세이브존과 다시 계약서를 썼다.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심씨의 수선집은 점점 어려워졌고, 몇 달치 임대료를 내지 못했다. 2012년 5월 세이브존에게서 "밀린 임대료를 내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이 날아왔다. 그는 한 달 동안 여기저기서 빌린 돈으로 간신히 임대료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도 세이브존은 임대료 체납을 이유로 '가게를 비워달라'며 심씨에게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이유였다. 2012년 8월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그에게 '임대료를 3개월 이상 밀리면 점포를 비우라'고 했다. 올 2월, 법원에서 '3월 18일까지 철거하라'는 강제집행 계고장이 날아왔고 예고한 날 집행관이 그의 가게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9월과 12월분 임대료만 아직 납부하지 못한 상태였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지방노동청 등에 문의한 끝에 심씨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법원에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빚을 내 공탁금 3000만 원을 마련했다. 또 화정점이 제시한 재계약 조건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3월 중순쯤 직원 조회에서 "심씨 수선집이 곧 문을 닫을 테니 옷을 맡기지 말라"고 한 화정점장도 영업방해 등으로 고소해 둔 상태다.

"수수료도 갑자기 3% 포인트 올려... 업체들 부담스러워 철수"

4월 2일 세이브존 경기도 고양시 화정점. 갑작스런 수수료 인상에 임대업체 13곳은 '감당할 수 없다'며 전날 매장을 비웠다.
 4월 2일 세이브존 경기도 고양시 화정점. 갑작스런 수수료 인상에 임대업체 13곳은 '감당할 수 없다'며 전날 매장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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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마이뉴스>가 그의 수선집을 찾았을 때 같은 층 매장 13곳은 텅 비어 있었다. 심씨는 "세이브존이 이번에 수수료를 갑자기 3%포인트나 올리자 부담이 큰 매장들이 어제(1일)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수수료가 매출의 20% 안팎인데 갑자기 3%나 올렸다, 월 매출 1억원이면 갑자기 300만 원을 더 내야하는 것"이라며 "점포에겐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임대료·수수료 인상은 화정점만 겪은 일이 아니다. 세이브존은 2011년, ㄱ지점에서 수선집을 운영하는 김명진(가명)씨에게 갑작스레 '월 임대료를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올렸다'고 연락했다.

김씨의 문제 제기로 임대료는 250만 원까지 낮춰졌지만, 2012년 다시 440만 원으로 올랐다. 영문도 모른 채 비싼 임대료를 부담할 수 없었던 김씨는 거듭 항의했다. 그러자 세이브존은 생활정보지에 '새 수선집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고, 밤에 몰래 김씨 가게 간판을 떼어갔다.

60대 후반인 그가 새삼 다른 일을 찾기도 어렵다. 김씨는 "(임대료가 부담스럽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ㄱ지점 역시 최근 느닷없이 수수료를 올려 몇몇 매장이 못 버티고 나갔다는 얘기도 했다.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세이브존 보면 피부에 안 와 닿아"

심정호씨는 "경제민주화니 동반성장이니 하는데, 세이브존 보면 하나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2년 동안 세이브존에 낸 임대료만 1억 2000만 원, 여기에 경영난으로 손해 본 금액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는 약 2억 원에 달한다. 심씨는 "이마트 사태가 많이 알려졌지만, 세이브존은 그보다 더한 사각지대"라며 "서민들도 같이 먹고 살아야하는데, 이들은 막무가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끝까지 법정 싸움을 이어갈 생각이다.

세이브존은 3일 이 내용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 <오마이뉴스>에 공문을 보내 "임점업체들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임대료 및 수수료를 인상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임대료·수수료를 인상한 까닭과 그 규모는 영업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또 "현재 유통시장의 위기 상황 속에서 각 입점업체들과 상호 긴밀한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내부 윤리경영으로 상생 협력 및 신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세이브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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