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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대표 비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민주통합당의 변화와 자신의 '노동존중 복지국가' 꿈을 위해 10년간 당에서 일할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대표 비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민주통합당의 변화와 자신의 '노동존중 복지국가' 꿈을 위해 10년간 당에서 일할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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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보정당을 하면서 실패했다. 그건 박용진의 실패가 아니라 민주노동당 모델의 실패고 노선의 실패다. 선거제도 때문에 독자정당-독자집권은 불가능하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면서 1987년 당시의 독자정치세력화 노선을 고집한다면 그 자체로 난센스다."

박용진(43)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잔뼈가 굵은 진보정치인이다. 그러던 그가 2011년 '혁신과 통합'을 통해 민주통합당으로 '이사'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소위 민주진보진영이 다수의석을 점유하고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했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대한민국 유권자의 48%는 '멘붕'에 빠졌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트위터 멘션은 분초를 다투고 올라왔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대변인 논평'을 발표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와 각을 세우며 날마다 신문을 펴놓고 그날의 '야마(주제)'를 잡느라 충실했다. 참으로 성실한 직업 정치인처럼 보였다. 아마도 진보정치권에서 몸에 밴 대로 했을 터다.

그러던 그가 "대변인 1년이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진보언론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그래도 '박사모(박용진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에선 꽃배달이 왔노라 은근 '자랑질'을 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민주당 당대표비서실에서 그와 만났다. 그는 민주당의 변화와 자신의 선택, '노동존중 복지국가'의 꿈을 위해 10년간 민주당에서 일할 계획 등을 소상히 밝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지난 1년,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터 타고 보낸 시간들"

- 진보정당에서 건너와 민주당에서 대변인 맡은 지 1년이 지났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2011년 9월에 진보신당을 탈당하고 바로 '혁신과 통합'에 결합했으니까 1년 반 정도 지난 셈이다. 지지난해 12월 민주당이 민주통합당으로 합당했고, 지난해 1·15 전대에 출마해서 나름 파란을 일으켰지만(웃음) 총선 공천도 못 받았고 지역에서 30년 민주당으로 살아온 지역위원장과 경선해 떨어졌다. 그해 3월 15일, 대변인에 임명돼서 총선과 대선을 치렀다. 지난 1년은 그야말로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보낸 시간들이었다."

- 총선 때 공천 못 받으면 대개 관두는데, 버틴 이유는 뭔가.
"공천 못 받으면 삐쳐서 해당행위 하거나 당을 나가거나 대개 그런 식인데 나는 버텼다. 내가 민주통합당에 들어온 이유는 이 당 안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치대로 내 정치를 구현해보겠다는 뜻이 있어서였다. 줄도 백도 계파도 없는 상태에서 주요 당직자인 대변인을 맡아 1년을 버텼다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나 스스로 참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본다.(웃음)"

- '박용진표 진보정치'가 민주당 안에서 통할 거라고 기대하나.
"1·15 전대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당내 여러 인사들은 튀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공천을 받는다고 했다. 박용진은 젊고 진보정당에서 왔으니 그걸 이용해서 공천받아라,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내가 1·15 전대에 출마를 하겠다고 한 데는 이런 생각도 있었다. '진보정당에서 왔는데 설마 1석도 배려 안 하겠어?'(웃음) 그런데 뭐 결과는 배려 안 하는 것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1·15 전대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정치를 민주통합당에 잘 설명하고 싶었다. 결과는 최고위원도 못 되고 공천도 못 받고, 심지어 외부에서 온 사람에게 그 지역에서 30년 지역위원회 활동해온 사람과 붙어서 싸워 이기라고 응원했다. 당시 한명숙 대표가 내게 한 말을 정확히 기억한다. '운동화 끈 졸라매고 열심히 뛰면 이길 수 있다.' 그게 말이 되느냐 하는 생각은 지금까지 든다."

- 당시 전대 때 내걸었던 정치좌표에 어떤 성과가 있었나.
"대한민국을 노동존중의 복지국가로 만들어 가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내 각오가 있었다. 진보정당보다는 민주당에서 그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판단한 것은 사실 대선승리와 집권이 전제됐던 거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통해 100%는 아니지만 60~70%는 내가 생각하는 사회와 유사한 정책을 밝혔다. 그런데 결과는 집권을 못했다. 구조적으로 지키기 어려워진 게다.

실제 '노동존중 복지국가'가 되려면 정치적 동력이 붙어야 한다. 국회의원 몇 명이 모여 세미나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정치적 동맹군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에서는 그게 어떨지 싶다. 사실 민주당이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호남이라는 지역연대 전략, 386 민주화세대라는 세대연대 전략으로 버텨왔다. 그러나 앞으로 민주당은 노동이라는 계급연대 전략을 꼭 써야 한다."

- 민주당이 노동이라는 계급연대 전략을 쓸 수 있겠나.
"민주당은 쌍용차 폭력진압 사진전 같은 것을 하면서 노동자들과 함께 비를 맞아주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걸로는 세상이 안 바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노동자들이 비를 맞지 않게 우산을 씌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집권하면 큰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찢어진 비닐우산이라도 좋으니 일단 비를 피할 수 있게 우산을 씌워주어야 한다는 게다. 그런데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는 찢어진 우산일망정 하나 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나? 국민들이 비 맞지 않을 우산이 필요한데 그런 고민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

"민주당은 노선논쟁 하기에 참으로 부끄러운 정당"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민주당은 노동자들이 비를 맞지 않게 우산을 씌워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는 찢어진 우산일망정 하나 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나"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민주당은 노동자들이 비를 맞지 않게 우산을 씌워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는 찢어진 우산일망정 하나 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나"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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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민주당에서 박용진의 정치적 동맹은 가능할까.
"작년에 정치아카데미를 개설해서 30대들과 함께하고 있다. 한국정치에서 사민주의 정치전략을 어떻게 구현할까 고민하는 통로다. 당내에서는 아무도 의견을 구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끼리는 자칭 의견그룹이라 칭하는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가 있다. 나름 잘나가는 의견그룹이다.(웃음) 우리는 민주당이 사민주의 노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DJ가 평민당을 만든 뒤 계속 강좌를 만들고 토론하면서 세를 규합했다. 대개 30대 보좌관, 당직자들이지만 우리는 이제 곧 큰 정치인들이 될 것이다."

-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에는 누가 함께하나?
"배지가 아니기 때문에 유명한 사람은 없다. 다만 김성주, 은수미, 김경협, 장하나, 김광진 의원 등이 다녀갔다.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 무슨 행사를 하든 평균연령이 가장 젊은 사람들의 모임이라고나 할까."

- 지난 총선 내내 '늙은 민주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486 이후 젊은 정치인이 눈에 띄지 않는데 민주당 내 새로운 세대전략이 요구되는 것은 아닌가.
"춥지 않은 사람은 불을 지피지 않는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밥 안 짓는다. 486들이 뭔가 부족하고 안타까움을 절실히 느꼈다면 당을 바꾸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나는 민주당의 문제가 계파정치 때문이라고 하는데, 계파정치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내용 없는 계파, 비전과 철학, 가치가 없는 정치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날 앉아서 공천권, 당권을 누가 어떻게 먹을 것이냐 이런 권력에 대한 공동의 향유만 있었던 게 문제였다고 본다. 이런 건 정말 매섭게 비판받아야 한다. 이 당의 계파들이 매월 한 번씩이라도 공개특강을 열고 자기들의 가치에 기반한 정치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참 답답한 게다."

- 대선 패배 이후 중도로 노선변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 당은 노선논쟁을 하기에 참으로 부끄러운 정당이다. 지난 대선 때 우리가 무슨 진보를말했나? 그건 박근혜 대통령도 한 얘기다. 진보전략 때문에 망했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도 진보네? 말이 안 된다. 민주당이 일부 젊은 층만 바라보는 세대전략을 썼다, 이건 말이 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진보정책과 진보전략을 써서 망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민주당이 진보다 아니다 그 논쟁하는 것도 부끄럽다."

- 왜 부끄럽다고 생각하나.
"민주당은 진보로 간 적이 없다. 민주당이 집권한 10년간의 역사도 진보는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백한 대로다. 정리해고제를 도입한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어 기초복지에 기여한 점 인정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나 퇴임 후 대단히 가슴 아프고 잘못했다고 반성하면서 다시 '진보의 길'을 모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봐야 한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 집권 시기의 동맹군이어야 할 노동자들의 복지 기본을 허물었다. 그 점은 인정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도 말했다. 문제는 말해놓고 안 지켜서지만. 진보 때문에 대선 졌다 이건 정말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으신 게다."

- 이런 민주당에서 어떻게 진보정치를 하려고 하나.
"얼마 전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만났다. 그분 말씀이 '조급해 하지 말아라'였다. 앞으로 10년간 나의 정치적 과제는 민주당의 변화다. 지금은 대변인이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재보선 포함해 빠른 시기 안에 나 스스로 정치적인 의견을 갖는 것으로 인정받을 거다. 내 정치를 분명히 할 거다. 그 전에는 기초체력을 열심히 다지는 것을 해야겠지만."

"안철수 주변 대개 '뜬구름 정치'... 안철수 정치에 '물음표'"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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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신당 출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민주당에서 젊은 정치는 가능하겠나.
"안철수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해도 지금과 같은 정치 토대 위에서는 또 하나의 인물 중심 정당이 되는 거다. 이것은 또 젊은 사람들의 열망을 배신하는 것과 같다. 안철수 이전에 우리에겐 박찬종도 있었고 고건도 있었고 박철언도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물 중심으로 가면 그저 흘러가는 정치인이 될 것이다. 안철수가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든다고 하면 찬성이다. 그러나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정당정치 경험이 거의 없고, 뭔가 새로운 정치라고는 하나 대개는 '뜬구름 정치'로 보인다. 이래서는 안 된다. 안철수 정치에 여전히 물음표를 찍는 이유다."

- 지난해 총선 당시 내홍을 겪었지만 그래도 진보정당이 훨씬 변화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왜 민주당이 진보정당보다 훨씬 더 변화가능성이 많다고 보나.
"나는 진보당을 하면서 실패했다. 그건 박용진의 실패가 아니라 민주노동당 모델의 실패고 노선의 실패다.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으로 분당하기 전까지 정말 행복하게 정치했다. 민노당 하다가 감옥까지 갔지만 그래도 민노당이 잘 될 것 같아서 그저 행복했다. 우리가 추구했던 모델은 영국 노동당이었다. 독자정당이 독자 집권하는 게 목표였다. 정말 열심히 했고 2004년엔 열몇 석 의석도 따냈다. 그러나 한국에서 진보정치는 딱 거기까지다.

선거제도 때문에 현재의 진보정당은 독자정당으로 독자집권이 불가능하다. 지난 10년간 잘 안 됐는데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잘 된다? 그건 불가능한 얘기다. 10년 했는데 잘 안 됐으면 다시 평가해야 한다. 그게 현실정치다. 독자정당의 독자집권 요소가 실현 불가능한데 고정관념대로만 가는 건 문제 있다. 노선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물론 '나는 그냥 소수정당으로만 있을래' 한다면 그대로 인정하겠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면서 1987년 당시의 독자정치세력화 노선을 고집한다면 그 자체로 난센스다. 나는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진보정당 활동을 했다. 내 선택에 전혀 부끄럽지가 않다."

- 예전의 동지들에게 가혹한 건 아닌가.
"진보정당엔 심장같이 아까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내가 일하는 것을 보고 민주당에서 뛰어나다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그때마다 꼭 하는 얘기가 있다. 진보정당에는 저보다 뛰어난 사람이 100명도 넘어요. 이 아까운 사람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는데 현재로서는 다 자기 선택이라고 본다. 만약 박용진이 원내에 진출하고 최고위원이 됐다면 그들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개별적으로 몇몇 진보정당 인사들이 민주당에 결합했고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의 선택이지만 더 큰 정치를 위해 고민해주기 바란다."

- 앞으로 진보정치의 파이가 더 커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나는 솔직히 진보정당에 대한 10%의 지지율이 유지될까 그것도 의문이다. 솔직히 묻고 싶은 게 있다. 지금 하고 싶은 게 진보정치냐 진보정당이냐? '노동자에게 권리를!' 길거리에서 주장하고 싶어서 (진보정당) 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걸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진보정당 활동가들의 뜨거운 열정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랑하면 바로 결혼해야지 10년 기다리라고는 말 못하는 거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0년간 민주노동당에 낸 돈이 1000억 원이 넘는다. 다 월급에서 십시일반으로 떼내 진보정당 잘 되라고 모아준 돈이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됐다. 그런데 앞으로 잘 될 테니 또 10년을 기다려달라고?"


태그:#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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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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