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 오픈하우스

관련사진보기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오픈하우스 펴냄)는 누구나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의 장점을 잘 활용한 책이다.

오늘날 중요한 대중문화매체인 영화 이야기를, 아마도 영화를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선뜻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영화의 120년 역사를,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가볍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화로 흥미롭게 들려준다.

세계 최초의 영화로 기록된 것은 '뤼미에르 형제'의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1895년, L'arrevee D'un Train En Gare De La Ciotat)'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 혹은 <열차의 도착>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알려진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세계 최초의 영화가 아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이 영화를 상영한 것보다 9개월이나 빠른 같은 해 3월 2일에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이 상영되었다(뤼미에르 형제의 것이지만). 그리고 같은 해 11월에 막스 스클라디노프스키란 사람이 베를린의 윈터가든에서 여러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찍은 단편영화를 상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가 우리에게 세계 최초의 영화로 기록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형제는 이 영화를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 파리 카퓌씬 4번가에 있는 르 그랑 카페에서 귀족들에게 1프랑씩을 받고 상영했다. 형제가 이때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기자들에게 영화의 존재와 상영사실을 알리는 등,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제대로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유럽 사람들에게 막대한 삶의 밑천을 쥐게 해준 영화지만, 유럽 여러 나라들이 전쟁(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 미쳐있는 동안 미국으로 건너가 훨씬 더 많은 흥행을 거둔다.

미국으로 건너간 영화는 처음 얼마동안은 하나의 '쇼'에 지나지 않았다. 만국 박람회나 과학 전시관에서 기이한 쇼처럼 상영되던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영화는 그리 오래지 않아 미국인들의 중요한 오락거리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할리우드가 세계 영화의 중심지가 된 것은 단순히 지리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유행했던 영화는 스펙터클한 서부극. 서부극을 찍으면서 사막이 필요했고, 캘리포니아에는 이에 적합한 사막이 있었다. 또 할리우드는 땅값이 동부지역보다 훨씬 저렴했고, 노동조합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인권비가 저렴했다. 사계절 온화한 기후, 다채로운 자연과 싼 인건비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생산에 적합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제작, 홍보, 배급, 상영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공장제 시스템이 마련되었고, 이는 저비용·고효율 구조를 만들어 주었다.

공장제 시스템 혹은 할리우드 시스템은 전 세계 영화제작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할리우드를 꿈의 '공장'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 할리우드는 당시 미국 영화계를 쥐고 흔들었던 영화 특허회사 (MPPC)의 거점인 뉴욕과 무려 2천마일이나 떨어져있었다. 그들의 눈을 피해 영화를 찍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공간.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MPPC를 그토록 두려워했을까? 그들의 눈을 피해 할리우드로 옮겨온 사람은 대체 누굴까? -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에서

그리고 이처럼 이른바 할리우드 시스템이 출현, 세계 곳곳에 영화를 퍼뜨리는 한편 영화시장을 움직이며 눈부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수많은 영화 인물들을 탄생시킨다. 

오늘날 영화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곳은 '영화의 중심지' 혹은 '영화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의 '할리우드'다. 영화의 발상지가 아님에도 오늘날 미국이 영화의 중심지가 되어 세계의 영화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영화가 언제 누구에 의해 발명되었는지를 시작으로 할리우드는 언제부터 어떤 연유로 영화의 중심지가 됐는지, 세계 영화사에 길이길이 남고 있는 특별한 영화인물과 사건 및 영화에 얽힌 중요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또 아마도 영화 관계자들이나 알고 있을 만 한 촬영 기법 등 알고 보면 영화가 훨씬 실감날 영화 요소들을 만화기법으로 쉽고 흥미롭게 들려준다.

모든 이야기들을 라이벌 구조로 들려주는 것도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의 장점 중 하나. 관련 있는 인물이나 사건을 한 장으로 묶어 들려주기 때문에 정리가 쉽고 그만큼 이해가 쉽다.

유럽 vs. 미국을 통해 영화 초창기 영화중심지를 둘러싼 패권쟁탈전을, 찰리 채플린 vs. 버스터 키튼을 통해 무성영화시대 두 천재의 희극과 비극을, 앨프레드 히치콕 vs. 오손 웰스를 통해 영화계 두 거장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영화들을, 조지 루카스 vs. 스티븐 스필버그를 통해 SF영화의 출현과 당시의 영화계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최초의 유성영화는 <재즈 싱어>(1927). 영화사상 최초로 소리가 담겨졌다. 알 졸슨이 부른 'Mother I Still Have You'는 최초의 영화 삽입곡이다. ▲최초의 포르노 영화는 <목구멍 깊숙이>(1972) ▲최초의 엑스(X) 등급 영화는 <영원한 마법>(1914). 벤자민 그리스텐센이 만든 덴마크 영화로 노출의 강도가 세고 성 도착증에 대한 묘사가 많아 수많은 나라에서 상영 금지 또는 엑스(X) 등급을 매겼다. ▲가장 많은 키스신이 나오는 영화는 <돈후안>. 주인공 존 배리모어는 영화 속에서 무려 127번의 키스를 했다. ▲가장 많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는 톰 런던. 무성 영화 초기부터 1960년대까지 약 2천여 편에.▲가장 연령 폭이 넓은 캐릭터를 연기한 더스틴 호프만. <작은 거인>(1970)에서 17세부터 121세까지, 무려 104년의 나이를 뛰어넘은 연기를 했다. ▲가장 러닝 타임이 긴 영화는 <불면증 치료>(1987). 러닝 타임은 무려 5220분(87시간), 불면증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루하게 만들었다. ▲가장 많은 엑스트라가 출연한 영화는 <간디>(1982). 무려 29만 4천 5백 60명의 엑스트라가 출연했는데, 모두 돈을 받지 않고 우정 출연했다고 ▲찰리 채플린은 <라임라이트>(1952) 마지막 장면을 무려 342회나 재촬영, 최고 기록이다. -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영화사상 최초, 최고의 기록들' 일부 정리.

그리고 이처럼 소소한 영화사 이면의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들려주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

이외에도 최초의 키스신은? 언제부터 계약사 전속이라는 것이 생겼을까? 서부영화는 언제부터 누가 제일 먼저 찍었을까? 세계 최초의 배우는 누구일까? 세계 최초의 공포영화와 액션영화는 어떤 작품들일까? 할리우드 사인은 언제 누가 왜 만들었을까? 초창기의 영화관은 어떤 형태였을까? <지옥의 묵시록> 스캔들? 할리우드 최고의 블록버스터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없는 영화인물은? 오스카상 후보에 가장 많이 오르고도 수상하지 못한 스타는? 오스카상 수상을 거부한 배우도 있다? 등과 같은 흥미진진한 영화계 이야기들이 풍성하다.

나는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여유가 없어 그냥 지나가더라도 크게 아쉬워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지만 영화 보는 것은 좋아해 세간의 화제가 되는 영화들은 가급 보고 지나가는 편이다. 자연 영화가 품고 있는 이야깃거리에도 막연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이런지라 이 책이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들은 다소 매혹적으로 와 닿는다.

덧붙이는 글 |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남무성 (그림) | 황희연 (글) | 오픈하우스 | 2013-02-26 |정가 15,800원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 라이벌 난장사

남무성 그림.각색, 황희연 글, 오픈하우스(2013)


태그:#영화, #만화,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 #뤼미에르 형제, #할리우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