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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국정원 절대시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국정원 절대시계 사진
ⓒ 커뮤니티 게시판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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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보수 성향의 젊은층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거론되는 '절대시계'가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절대시계는 국가정보원에서 일반인에게 기념품으로 지급하는 손목시계다. 시계 앞면에는 국정원을 뜻하는 'NIS'란 영문, 뒷면에는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란 문구와 함께 국정원의 상징인 이중 나침반이 새겨져 있다. 남성용과 여성용이 있으며 총 15종의 디자인이 있다.

보통 간첩이나 좌익사범, 중대한 정보 누설 등을 신고한 사람에게 절대시계를 보내준다. 국정원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나 초청행사 참가자들에게도 증정한다. 서울 서초구 국정원에서도 직접 판매하지만 신고자·행사 참가자가 받는 시계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된다. 판매시계와 증정시계를 구별하는 방법은 일련번호다. 판매시계에는 일련번호가 없다.

원래 국정원에서 지급하는 손목시계에는 정식 명칭이 없었다. 누리꾼들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보물 '절대반지'(The One Ring)에 빗대 절대시계라는 이름을 지었다. 희소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1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국정원, 온라인 이벤트 등에 적극 활용

포털사이트 온라인 중고 물품 판매사이트에 올라온 국정원 절대시계
 포털사이트 온라인 중고 물품 판매사이트에 올라온 국정원 절대시계
ⓒ 포털사이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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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평범한 손목시계이지만 보수 성향의 젊은층 누리꾼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다. '일간베스트저장소', '디씨인사이드' 등의 10~30대 이용률이 높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남자라면 국정원 절대시계 정도는 차야 가오(허세)가 산다" "이 시계를 차면 후광이 비쳐 간첩이 눈을 가리고 멀리 도망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돈다.

절대시계를 받은 누리꾼들은 해당 시계와 포장 박스, 감사장 등의 인증사진을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올려 자랑한다. 게시 글에는 "부럽다" "방법을 전수해달라"는 댓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절대시계 받는 것을 하나의 게임처럼 즐기는 누리꾼들도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절대시계를 받으려면 신고 마일리지를 얼마나 쌓아야 하는가" 등의 질문도 올라온다.

온라인 중고제품 판매 사이트에서 절대시계 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보통 기본 가죽시계는 4~8만 원, 두 개의 시계가 들어 있는 듀얼타임 시계는 16~18만원에 거래된다.

절대시계가 젊은층 누리꾼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국정원은 절대시계를 기관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2009년부터 국정원은 안보홍보 이벤트에 '절대시계'라는 이름으로 상품을 내걸었다. 2011년에는 "젊은층에게 좀 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를 기대한다"며 스마트폰용 절대시계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이 앱은 절대시계 중 인기 있는 7종의 디자인을 요일별로 나타나며 현재 시각과 날씨 등을 알려준다.

국정원의 이같은 홍보 활동과 동시에 젊은층의 신고도 늘어났다. 지난해 8월 16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북한 체제 찬양 글이나 종북 사이트를 적극 신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사이버 신고가 2010년 1만 1700여 건에서 2011년 2만 9100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홍보 방식·예산 사용 두고 문제 제기돼... "국정원 예산 통제 강화해야"

지난 19일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원세훈 국정원장 지시·말씀 문건
 지난 19일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원세훈 국정원장 지시·말씀 문건
ⓒ <뉴스타파>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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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젊은층을 공략한 온라인 이벤트 위주의 홍보방법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원은 지난 2009·2010년 6월 연달아 절대시계 등의 경품을 내걸고 '간첩 및 좌익사범 색출해내기' '가상 6.25 전쟁' 플래시게임 이벤트를 진행해 안보 문제를 가볍게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철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해 7월 24일 '국정원, 동네 정보원이 되는가'라는 제목의 자사 칼럼을 통해 "요즘 우리 사회는 국정원을 치열한 첩보조직이 아니라 이벤트 회사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라며 "젊은 네티즌들은 국정원이 유해 사이트를 신고할 때마다 나눠주는 '절대 시계' '절대 손톱깎이'를 받는 놀이에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절대시계 증정 등 젊은층 홍보 활동에 예산을 과다 사용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지난 2월 28일 국정원 시민·학생 초청행사 후기에 따르면, 80여 명 전원 듀얼타임 시계와 5만원 어치의 문화상품권을 받았다. 1인당 약 20만 원, 초청행사 1회에 약 1600만 원의 비용이 든 셈이다. 연 4회 정도 실시되는 국정원 초청행사에는 한 해 약 4000~6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 사무차장인 박주민 변호사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사상 조작이나 침투 행위에 대비해 일정 정도의 교육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경품을 내걸며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적절한 교육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과도한 이벤트성 홍보 활동을 견제하기 위해 국정원 예산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민변 등이 참여한 공안기구감시 네트워크는 지난 14일 국정원 개혁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면서 국회의 국정원 예산 통제 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 뿐만 아니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도록 해 경품 지급 등의 이벤트에 과도한 예산이 쓰이지 않도록 국회의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국정원, #절대시계, #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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