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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지난 2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초·중·고교의 교원 배치기준 조항을 모두 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9월 말 교과부는 학급수를 기준으로 시·도교육청에서 정하도록 한 교원 배치기준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교과부 관계자는 '1998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제정한 이래 일부 조문들을 여러 차례 부분적으로 개정해 옴에 따라 조문 상호 간의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행령 전반을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아울러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 내용 중 행정규칙으로 정하고 있는 사항을 옮겨 규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삭제된 법조문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삭제된 법조문
ⓒ LAW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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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정원은 교육의 질보다는 경제 논리로... 

이번 개정안을 보면 33조에서 35조, 38조에서 39조에 있던 학급 규모에 따른 학급 담당교사와 교과교사, 보건교사, 사서교사 등을 배치하는 기준을 모두 삭제했다.

개정의 핵심은 학급당 교원 수 배치 기준에 대한 명백한 규정을 없애 학생 수 기준으로 교원을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학생 수가 적은 강원도 같은 지역 초·중등학교는 교원이 줄고 작은 학교 통폐합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야하는 건 불 보듯 환한 일이다.

교과부 국회 제출 자료
▲ 교원 법정정원 확보율 교과부 국회 제출 자료
ⓒ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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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기준으로 교사 법정정원 확보율은 초등은 101.9%로 기준치를 넘은 반면 유치원은 65.6%, 중등은 78.4%로 교원 수급의 극심한 불균형을 드러냈다. 초등교사 배치기준 정원은 13만 6792명이지만, 배치된 교사수는 13만9448명으로 기준보다 2656명이 초과하였다.

반면 중등은 실제 필요한 교사수는 17만 3274명이지만, 학교에 배치된 교사는 13만 5764명으로 무려 3만 7510명이 모자란다. 유치원은 더욱 열악하다. 중등학교 기준 교원 법정정원 확보율은 국민의 정부 때 84%, 참여정부 때 82%였던 것이, 이명박 정부에 들어 70%대로 떨어진 것이다. 초등교사가 기준치를 넘은 까닭은 그만큼 작은 학교가 많다는 반증이다.

이제 교원 배치 기준은 '지방교육행정기관 및 공립의 각급 학교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학교공무원정원규정)'에 따라 정할 수밖에 없다. 이 규정을 보면 교과부 장관이 먼저 총 정원 범위 안에서 각 시·도의 학생 수와 읍·면 지역 단위의 학교 비율 등을 고려해 정원을 배정하고 그 다음에 시·도 교육감이 공립학교의 국가공무원 정원을 정하도록 했다. 자연스럽게 교원 배치기준이 이제까지의 '학급 수'에서 '학생 수'로 바뀌는 셈이다.

이 말은 교원 정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시행령 개정으로 작은학교 살리기를 꾸준히 실천해 온 강원도나 전라도 같은 지역에서는 학급당 교원배치 기준이 사라져 법적 기준 대비 교사확보율이 더욱 낮아질 게 뻔하다. 이전 시행령 기준을 엄격히 지켜도 모자랄 판에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학생이 줄고 있는 농산어촌 학교들은 교원 확보가 어렵고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없어 학교 통폐합이 급속히 진행될 것이다.

이는 공무원 총 정원의 범위 내에서만 배치할 수 있는 까닭에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의 손아귀에 교육을 종속시킬 수밖에 없다. 강원도처럼 다른 지역에 견주어 작은 학교가 많은 지역은 교원 배치율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각급학교의 보건교사·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실기교사 등의 배치 기준도 삭제되어 이들 교사의 배치에도 큰 차질을 빚음으로써 도·농간의 교육 격차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8일 "교원의 정원수를 학생 수 기준으로 배치할 경우 소규모  강원도의 교육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하면서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교육의 시각을 회복하자

교육단계별 교사 1인당 학생수(2010)
▲ 교사 1인당 학생수 교육단계별 교사 1인당 학생수(2010)
ⓒ OECD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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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임기중 학급당 학생수를 OECD 국가 평균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교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한 공약에 주목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오는 2020년까지 초·중등교원 2만6천 명을 늘리겠다고 지난 1월 보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 교사1인당 학생 수는 여전히 OECD 기준에 비추어 많다. 그러니만큼 교원을 더욱 늘려 교육의 질을 높여야할 때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년부터 해마다 연간 초등 3천 명, 중등 1천 명씩 정원을 늘려 교원 수업부담을 덜어주고 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국민과의 약속을 하늘같이 알고 지키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분이다. '100% 대한민국', '국민행복시대' 같은 말들에서 보듯 국민이 진정으로 행복한 세상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교육의 불평등이다. 이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은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100% 대한민국'에서 거꾸로 가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태그:#초중등교육법시행령, #교원법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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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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