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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전국비정규직기간제교사협의회 공동대표
 김민정 전국비정규직기간제교사협의회 공동대표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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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의 고용 불안을 악용하는 교장과 교사가 많은데, 이와 관련된 대책은 없이 기간제 교사의 수가 늘어나는 현상만을 탓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김민정 비정규직교사협의회 공동대표는 1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기간제 담임교사 비율의 증가를 두고 일각에서 교육이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받은 '2010~2012년 교원 담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전국 초중고 기간제 교사 3만9974명 중 1만8344명(45.9%)이 학급 담임을 맡았다. 기간제 교사 2명 중 1명꼴로 담임을 맡고 있는 것이다.  

기간제 2명 중 1명은 담임... "고용불안·과중업무로 생활지도 집중 어려워"

기간제 담임교사 수는 2010년 8074명에서 2012년 1만8344명으로 2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담임을 맡은 정교사 수는 2010년 22만7060명에서 2012년 22만2005명으로 5055명이 줄었다.

전체 기간제 교사 중 담임을 맡은 교사의 비율은 2010년 31.3%였으나 2011년 40.1%, 2012년 45.9%로 매년 늘었다. 특히 학교폭력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운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의 담임 비율이 높았다. 2010년 43.9%, 2011년 55.7%, 2012년 67.3%였다.

기간제 담임교사가 증가하는 근본적 이유는 최근 기간제 교사 수 자체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지만, 정규 교사의 담임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학교에서 '상대적 약자'인 기간제 교사들이 담임 업무를 떠안게 되는 구조다.

문제는 정교사와 동등한 담임 업무를 맡는 기간제 교사들이 차별 대우에 시달리는 현실이다. 대표적인 게 학교 안에서의 부당대우와 과중업무다. 김 공동대표는 "기간제 교사는 담임을 맡고도 도서관 업무나 방과후 지도 등의 추가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간제 담임교사는 비정규직이다 보니 고용이 불안한 데다가 업무도 많아 상대적으로 생활지도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중한 업무에도 기간제 교사들은 정교사보다 성과급을 적게 받고, 복지 포인트나 휴가 등도 보장받지 못한다"며 "심지어 교장·교감이 대필이나 대리운전을 시키는 등 기간제 교사를 심부름꾼처럼 대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교실 안에서의 차별도 문제다. 김 공동대표는 "정규직 교사와 같은 일을 하지만 담임이 기간제라는 사실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려지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학생들에게 '땜빵'이나 '스페어 타이어(Spare tire, 예비 타이어)'로 불린다"고 털어놨다.

김 공동대표는 "기간제 교사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만 기간제 담임교사들도 소신을 가지고 학생지도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정교사와 똑같은 담임인데도... 부당대우·차별에 시달려"

- 담임을 맡는 기간제 교사가 늘어 학교폭력 예방 등의 생활지도가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주장이다. 근본적으로 기간제 담임교사는 비정규직이다 보니 고용이 불안해 상대적으로 생활지도 등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과중한 업무로 학생 생활지도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기간제 교사는 보통 업무가 많다. 기간제 교사의 수업시수는 정교사보다 10% 많다. 담임을 맡고도 도서관 업무나 방과 후 지도 등 추가 업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같은 경우는 교장교감의 인사말이나 축사를 도맡아서 대필했다. 교감이 오후 9시 넘어 전화해 자기 집까지 약을 가져다달라는 부탁을 한 적도 있다. 정교사들이 피하는 업무들을 기간제 교사들이 대부분 맡는 것이다.

그렇다고 담당 업무에만 집중하겠다고 항의할 수도 없다. 기간제 교사들에게는 계약 연장이 중요한 문제다. 불만사항을 잘못 이야기했다가는 인사권을 쥔 교장에게 찍혀서 학교에서 퇴출될 뿐 아니라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져 그 지역 전체의 모든 학교에 취업을 못 하게 된다. 이처럼 기간제 교사의 고용 불안을 악용하는 교장과 교사가 많은데, 이와 관련된 대책은 없이 기간제 교사의 수가 늘어나는 것만을 탓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담임을 맡은 기간제 교사는 성과급, 휴가, 야근 등에서 정교사와 동등한 대우를 받나?
"계약서상 기간제 담임교사는 정교사와 동등한 대우가 보장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담임수당은 받지만, 정교사와 다르기 기간제 교사가 받지 못하는 수당이 있다. 복지 포인트나 정근 수당도 정교사와는 다른 대우를 받는다. 호봉도 오르지 않는다. 1년 이상 계약이 연장되도 계약기간 내내 같은 호봉으로 근무한다. 교과부에서 학교별로 내려주는 성과급도 기간제 교사를 제외한 정교사끼리 나눠받는다.  

휴가나 연가도 쓰기 어려운 분위기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은 당연히 못 쓴다. 출산휴가를 낸 정교사를 대신해 들어간 기간제교사의 경우 출산휴가를 쓸 수 없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장기계약을 맺은 기간제교사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내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 학생들도 기간제 담임교사를 차별하는 경우가 있나?
"담임이 기간제라는 사실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려지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 항의 전화나 '언제까지 일하세요?'라는 학생의 질문을 받는 것은 기본이다. 보통 기간제 교사들은 자신의 신분을 학생들에게 밝히지 않는다. 나는 어떤 학생에게 '선생님 땜빵이죠?'라고는 질문을 받았다. 다른 기간제 교사는 '스페어 타이어냐'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학교가 기간제 채용, 교장 눈치 봐야... 교육청 고용·파견 방식으로 바꿔야"

- 기간제 담임교사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은 뭐라고 보나.
"교육청과 교과부가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 일선학교에 파견하는 형식이어야 한다. 지금은 학교가 기간제 교사를 채용한다. 학교장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기간제 교사들은 학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교육 당국이 채용하는 방식이라면 불평등한 갑을관계가 보다 완화돼 고용 안정이 보장될 수 있고, 부당한 대우에도 항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간제 교사들도 소신껏 학생 생활지도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정교사 채용을 늘여야 한다. 교과부 예산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에서는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이유로 정교사 채용 예산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아직도 OECD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 중·고등학교 법정 교원수는 겨우 80%만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20%를 기간제 교사로 메우는 실태를 개선해야만 한다."


태그:#기간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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