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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사람들이 만든 사기초가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앞에 모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사기초가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앞에 모였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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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 17일 이틀간 시가현 오우미하치망시 히무레하치만구 신사에서 사기초 축제가 열렸습니다. 해마다 이곳에서는 3월 15일에 가까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사기초 축제가 열립니다. 일본에서 사기초는 돈도나 돈도야키라고도 하는 행사로 연말에서 연초에 집에 걸어놓은 꾸미개들을 불사르는 의식을 말합니다.

오우미하치망시 사기초 축제는 봄을 맞이하는 축제로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원래 음력 1월 14일, 15일 열리던 축제를 양력으로 바꾸면서 3월 14일, 15일 전후 토요일과 일요일 열리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사기초를 불태우면서 불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사기초 축제는 이제 추위가 물러가고 불처럼 번영하기를 기원하는 축제입니다.
 사람들이 사기초를 불태우면서 불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사기초 축제는 이제 추위가 물러가고 불처럼 번영하기를 기원하는 축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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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미하치망시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주변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부터 사기초 축제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이 축제는 농사의 풍년과 가정·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지역별로 모여서 그 해 띠에 해당하는 동물을 주제로 신을 태운 가마를 준비합니다. 이곳에서는 이것을 사기초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날에는 대나무 가지에 빨간색 종이를 길게 잘라서 붙인 노키사키라고 하는 꾸미개를 집 문 앞에 꽂아놓습니다. 이 노키사키는 17일 밤 사기초를 불에 태울 때 같이 태웁니다.

지역별로 열 세 마을에서 각기 만드는 사기초는 각자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때라서 그해 띠에 해당되는 동물장식을 만듭니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고구마, 매실, 버섯, 고구마, 당면, 건포도, 호박, 박, 녹두, 깨, 검정깨, 옥수수, 콩, 검은콩, 팥, 오징어, 멸치, 사탕, 김, 고추 등등 농산물이나 해산물을 사용하여 만듭니다.

마을사람들이 사기초를 어깨에 메고 신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기초는 볏짚으로 만든 다리부분과 동물 장식, 12월을 상징하는 빨간 종이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긴 막대기로 고정시켜서 어깨에 멥니다.
 마을사람들이 사기초를 어깨에 메고 신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기초는 볏짚으로 만든 다리부분과 동물 장식, 12월을 상징하는 빨간 종이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긴 막대기로 고정시켜서 어깨에 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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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초가 다 만들어지면 3월 16일 오후 한시 마을 사람들은 사기초를 어깨에 메고 히무레하치만구 신사로 갑니다. 이곳에서 사기초를 신사 신에게 바치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그리고 마을 대표자들이 참석하여 사기초를 불에 태우는 순서를 정하고, 가장 잘 만들어진 사기초를 뽑기도 합니다.

사기초를 들어서 옮기는 데는 보통 30명 정도가 참여합니다. 원래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사기초를 운반했는데 요즘 마을 사람들이 감소하여 지금은 남녀가 같이 사기초를 운반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사기초를 이동시키거나 운반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지신밟기 행사처럼 노래를 부르거나 "조야레, 조야레!"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각 마을에서 만든 사기초입니다. 올해는 뱀띠해라서 뱀 장식을 만들었습니다.
 각 마을에서 만든 사기초입니다. 올해는 뱀띠해라서 뱀 장식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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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일요일 오후 2시 무렵 각 마을에 있던 사기초를 메고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앞마당에 모입니다. 이때 사기초를 메고 제자리를 돌거나 이웃 사기초와 정면으로 부딪혀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이때에는 "맛세, 맛세!"나 "세놋세, 세놋세!"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사기초를 서로 부딪쳐 밀어붙이다가 사기초를 고정시키는 막대기가 부러지기도 합니다.

일요일 오후 8시 각 마을에 돌아갔던 사기초가 다시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앞마당에 모입니다. 이때는 전날 추첨해 정한 순서대로 신사 앞마당에 와서 사기초를 불태우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처음에는 사기초 4기를 한꺼번에 불에 태우고 나머지는 순서대로 신사 앞 마당에 들어와서 한 기씩 태웁니다. 사람들이 사기초에 불을 붙이기 전에 먼저 신사 앞마당에 가서 불씨를 받아다가 불을 지릅니다. 사기초가 불에 탈 때에도 마을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사기초 주위를 돌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사기초의 뱀 장식입니다. 이들은 모두 해산물이나 농산물로 만든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사기초의 뱀 장식입니다. 이들은 모두 해산물이나 농산물로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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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별로 자기 마을 사기초가 불에 다 타면 마을 사람들은 신사에 가서 예를 표하고 신사 노무대에서 미코(巫女)가 추는 가구라 춤을 봅니다. 그리고 미코의 축수를 받고 마을 대표의 축사를 듣습니다. 그리고 사기초를 고정시킨 막대기를 들고 마을로 돌아갑니다. 

마을 사람들이 사기초 축제를 마치고 미코의 축수를 받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사기초 축제를 마치고 미코의 축수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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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 사람이 모이고, 난장이 빠질 수 없습니다.
 축제에 사람이 모이고, 난장이 빠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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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사기초 축제, #시가현, #오우미하치망시,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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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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