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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예비후보에서 노원 병 4·24 재보궐 선거 예비후보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4개월 여만에 새로운 예비 후보 명함을 달게 됐다. 

대선 당일 미국행을 택한 후, 3개월여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는 돌연 노원 병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1일의 일이다. 귀국 전에 이미 이사를 마쳤다는 그는 곧장 노원 병 전입신고를 하고 13일 예비후보등록인사를 시작으로 매일 지역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선 후보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안 후보는 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어떻게 몸에 체화시키고 있을까. 지난 일주일여 간 안 후보의 행적을 통해 '달라진 안철수, 달라지지 않은 안철수'를 짚어봤다. 

[달라진 안철수] '낮은 자세' 눈맞춤 행보

"어제 이사온 안철수입니다"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부근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어제 이사왔습니다"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어제 이사온 안철수입니다"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부근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어제 이사왔습니다"며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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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무릎을 꿇었다. 버스 기사 십여 명이 모여 이른 회식을 하고 있던 식당에서였다. 13일 당고개역 인근을 돌며 주민과 인사를 나누던 안 후보는 "부인이 안철수씨를 너무 좋아한다"는 식당 주인의 손에 이끌려 식당에 발을 디뎠다. 그 자리에서 마침 회식을 하고 있던 버스기사들과 마주한 그는 신을 벗고 방에 올라가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눴다.

몇몇 기사들은 자리에 일어나 안 후보를 맞았지만 몇몇은 자리에 앉아 있던 상황. 안 후보는 무릎을 꿇고 한 기사 앞에 앉았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나눈 후, 다음 사람에게로 이동해 또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서너 차례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춰 인사를 마친 그에게 한 기사는 "취재진 무르고 소주나 한 잔 하자"며 농을 던졌고, 안 후보는 "다 돌고 오겠다"고 눙을 쳤다.

이 같은 '눈맞춤' 행보는 안 후보의 "상계동과 더 낮게 더 가깝게 있겠다"는 첫 일성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14일, 안 후보는 또 다시 바닥에 무릎을 모으고 앉았다. 이번에는 사인을 하기 위해서다. 상계동 경로당을 방문한 안 후보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사인 요청에 한 자리에서 20여 장의 사인을 했다. 이후 어르신들 앞에 선 안 후보는 큰절로 인사를 대신했다. 안 후보는 "그저께 상계동으로 이사왔다, 상계동 주민"이라며 "또 뵙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어르신들은 "얼른 성공해서 대통령과 견줘야 하지 않냐", "사랑한다"며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같은 날, 안 후보는 "저 사람은 누구에요?"라며 천진하게 묻는 만 4살 아이들 20여 명과 함께 했다. 안 후보는 처음 "점심식사는…"이라고 말을 꺼냈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 후보를 바라보기만 했다. 곧, '식사'라는 표현을 알아듣지 못했음을 깨달은 그는 재차 "점심은…"이라고 묻다, 마지막으로 "밥은 먹었니"라고 물었다. 안 후보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알아들은 아이들은 그제야 "네"라고 합창하듯 대답했다.

그만의 방식으로 '더 낮게, 더 가깝게'를 실현하는 중인 것이다. 대선 후보로서 대중 앞에 섰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달라지지 않은 안철수] '대로변' 인사 유세, 애매모호한 화법은 여전

노원구 상계동으로 전입신고를 마친 '노원 주민' 안 후보가 지역 일정으로 처음 택한 것은 '후보등록에 대한 인사'였다.

13일, 노원구청 앞을 기자회견 장소로 택한 안 후보는 "노원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출발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지난 11일 다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공항에서 "새 정치를 위해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낮은 자세로 현실과 부딪히며 일구어 나가야 한다, 노원 병 출마가 그 시작"이라며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한 바 있다.

5분여 간 이어진 '후보 등록 인사'를 발표하기 위해 발표문을 두 손에 들고 읽는 안 후보 앞에는 2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녹음기, 수첩을 들이댔다. 인사를 마친 후에는 자연스럽게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노원 지역에 대한 것보다는 '미래 대통령 요구설' 등 정치 현안에 관련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지역 주민이 아닌 전 국민을 상대로 발언을 하고 지지를 호소하던 대선 후보 시절 안 후보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안 후보가 후보 등록 인사를 한 장소인 노원구청은 상계 6, 7동에 위치해있다. 대부분이 '노원 병' 지역구인 상계동에서 유일하게 '노원 을' 지역구인 곳이기도 하다. 사실상 '노원 병' 재보궐 선거와는 크게 관련 없는 장소에서 첫 일성을 내놓은 것이다.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노원구청에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각오를 밝히고 있다.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노원구청에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각오를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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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의 '대선후보급' 행보는 지역 방문 일정에서도 드러난다. 노원구청 인사 이후 지역 인사를 시작한 안 후보는 당고개역 인근 큰 대로를 U자로 돌며 악수를 나눴다. 길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의 손을 잡고 "어제 이사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를 연발했다. 직진하던 길을 틀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보통 국회의원 후보들이 유세를 하며 대로변 뿐 아니라 작은 골목을 샅샅이 훑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 같은 '겉핥기'는 다음 날인 14일에도 계속됐다. 수락산 역 5번 출구에서 첫 걸음을 뗀 후 500여m를 직진하며 가게에 들어가 인사를 나누고 지나는 주민과 악수를 했다. 이날 지역 인사 역시 역세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초 안 후보가 "낯선 길이 눈감고도 찾아가는 길이 될 때까지 골목골목 찾아뵙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연결되지 않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일부러 백화점 앞 등 정말 큰 길 주변은 가지 않고 있다"며 "이제 막 선거운동을 시작했으니 차차 골목 안으로 들어가 주민들 얘기를 경청하는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식 '애매모호' 화법 여전... 윤여준 "정치현안, 태도 불확실"

애매모호한 화법 역시 '대선 후보 안철수'와 달라지지 않은 지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노원 병 출마를 앞두고 노회찬 의원과의 사전 교감 여부' 논란이다. 안 후보가 노원 병 출마를 선언한 직후, 본래 노원 병 지역구 의원이었던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 사전에 양해를 구했냐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이어진 것이다. 출마 선언 전 전화를 통해 출마 뜻을 밝혔다는 안 후보 측과, 전화는 왔었지만 출마 뜻은 밝히지 않았다는 노 전 의원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런데 정작, 논란의 중심인 안 후보는 명확한 사실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오해가 있으면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내가 존경하는 분이고 판결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만 했다.

정치 현안에 대한 안 후보의 입장 표명 역시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안 후보가 귀국 기자회견에서 정부조직법 협상 표류에 대해 "어느 한 쪽은 양보를 해야 하는데 대승적 차원에서 정치력을 발휘해 모범적으로 푸는 쪽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 '대안 제시는 부족한 거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실정.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내가 협상의 주체가 아닌 입장이서 지금으로서는 대승적으로 양보하는 쪽이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정치 현장에서 기회를 줘서 일을 하게 되면 그때는 단호하게 내 입장을 말씀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현실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화법에 대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4일 '팟캐스트 윤여준'에서 "감성적인 언어로 추상성이 높은 모호한 말을 하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자들이 한국정치에 관한 예민한 현안을 질문했을 때 (안 후보는) 애매하게 이쪽도 저쪽도 아닌 대답을 했다"며 "국민도 확실하지 않은 생각이나 태도가 애매한 것 같은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노원 병에 출마한 데 대해 윤 전 장관은 "충분히 선택할 권리가 있지만, 정치 도의상 노회찬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한 과정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명하고 설명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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