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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연례 한미연합 군사 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 훈련 시작을 계기로 모든 언론들이 한반도 긴장이 연일 극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날로 강도가 높아지는 북한의 비난 성명전이 한몫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심리적 공세를 제외하면 정말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전쟁 가능성이 조성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해 엄청난 군사력을 동원해 키 리졸브 훈련을 실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을 비롯한 막강한 군사력이 참가하여 북한의 도발이 있을 시 선제 타격 등을 통하여 안보를 튼튼히 할 것이라고 국민을 안심시키면서도 연일 안보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도 키 리졸브 훈련이 실시되기 전날인 10일까지도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등이 참가한 가운데 한미 합동 연례 방어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을 21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한국경제 3월 11일자 보도). 이에 거의 모든 언론들이 "올해 키 리졸브 연습에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와 F-22 스텔스 전투기, B-52 전략폭격기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정말 이번 훈련에 막강한 미국 군사력이 참가한 것일까?

이빨(?) 빠진 연례 훈련... 한국 국방부만 자가발전?

지난 2009년 3월 10일 한미연합전시증원 연습인 '키-리졸브' 훈련에 참가한 한-미 해병대가 경기도 포천 영평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 10일 한미연합전시증원 연습인 '키-리졸브' 훈련에 참가한 한-미 해병대가 경기도 포천 영평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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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시작되고 나서 국방부는 "이번 연습에는 한국군 1만여 명, 주한미군 500명과 미 본토로부터 증원된 병력 2500명을 비롯해 3000여 명의 미군 병력이 참가한다"며 "특히 미 태평양 사령부는 키 리졸브 연습과 한반도 주변에서의 해상 훈련에 참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이 "키 리졸브 훈련 참가하는 조지 워싱턴호"이라는 별도 기사를 내보낼 만큼 호언장담(?)했던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워싱턴 호의 참가 여부에 대한 보도는 없었다.

이에 국방부는 슬그머니 워싱턴호의 불참 사실을 언론에 알렸고 오히려 <조선일보> 등이 이러한 사실을 먼저 보도했다. 같은 계열인 'TV조선'에서 핵추진 항공모함의 훈련 참여 사실에 대해 "미군 최고 전력인 핵추진 항공모함은 참여 그 자체로 북한에게는 위협입니다. 웬만한 국가의 군사전력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항모전단 하나가 출격하면 강력한 경고 메시지, 둘이 출동하면 사실상 선전포고로 여겨집니다"라고 보도했지만, 불참으로 결론이 난 것.

그런데 과연 이번 훈련에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이 참가하기는 한 것일까? 군사 작전이 그 자체가 비밀이라서 일반인이 그 구체적 사항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보도된 언론 기사를 통하여 비교할 수 있을 뿐이다.

한 해 전인 2012년 키 리졸브에 관한 보도를 보면 "이번 훈련은 유사시 한반도를 방어하는 절차를 연습하는 정기적인 훈련으로 외국에 주둔하고 있는 800여 명을 포함한 미군 2천 100여 명과 한국군 20만여 명이 참가해 예년 수준으로 진행된다"고 돼 있다(연합뉴스 2012.2.26).

언뜻 보면 2012년에는 오히려 한국군 20만 명이 참가한다고 했는데, 올해는 한국군 1만 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줄었고 해외 미군 병력 참가자 수는 별반 차이가 없다. 또한, 2011년에 실시된 키 리졸브 훈련에 관한 국방부의 보도자료도 "이 정규적이고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이 연습에는 미군은 해외 증원군 500여 명을 포함한 2300명이 참가하게 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따라서 해마다 펼쳐지는 한미 키 리졸브 훈련에 약 3천 명 전후의 병력이 매년 참가하고 있으며 연례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올해의 참가 규모도 같은 수준이다. 오히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미국과 한국은 키 리졸브가 실제 훈련보다는 가상 전쟁 게임(war game) 형태로 진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군의 참가 규모가 작년에 20만 명에서 올해는 단지 1만 명이라고 밝히고 있어 오히려 의문이 들고 있다.

책임도 못지는 국방장관의 발언...국민들은 그냥 믿으라고?

그렇다면 정말 그냥 연례적으로 진행되는 한미 군사 훈련인데, 갑자기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참가한다는 등 온 언론들을 대서특필(?)하게 한 장본인은 누구일까? 놀랍게도 그 당사자는 바로 한국의 현 김관진 국방장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2월 12일 국회 국방위 전체 회의에서 "핵무기는 절대 무기고 핵무기 투발 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사전에 파괴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면서 "이번 한미 훈련에 미국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참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국방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실제 훈련이 실시된 3월 11일까지도 모든 언론들이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의 훈련 참가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결국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의 훈련 참가는 없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계획에도 없던 미 항공모함의 참여 사실을 자가발전한 것이라면 그래도 웃어넘길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 국방장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참여를 보류했다면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가중되는 위기 속에 한국의 국방장관은 미국의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단호히 거절했다는 것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계획이 서 있는 한미 연례 군사 훈련임에도 즉,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의 참여 계획이 없음을 알면서도 한국의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립서비스만을 위한 기만적인 행동을 했다는 오해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미국은 확전 방지 주력... 한국 국방부는 일단 질러놓고 보자?

한국 국방부의 앞서감(?)으로 인한 한미 간의 불협화음은 비단 이번 핵추진 항공모함의 훈련 불참에 그치지 않는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또 평시 북한의 도발에 공동 대응하고자 이른바 '공동 국지 도발 대비 계획'이라는 상호 간의 합동 작전 계획을 마련하였으나 현재까지 양국 국방부가 서명을 완료하지 못하는 등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올 1월에 이 대비 계획에 양국 국방장관이 서명할 예정이었으나, 수개월째 늦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강한 억제력을 갖추기 위해 도발 원점뿐만 아니라 제2, 제3 목표물까지 타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 측은 확전 방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이 확전의 위험성을 이유로 서명을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비 계획은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등 최전방에서 북한군이 도발하면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격퇴하고 미군 전력은 한국군의 작전을 지원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 측은 꾸준히 공세적인 한국군의 작전에 미군 전력까지 가담하면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을 한국 측에 계속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한국군 관계자는 '선제 타격'은 물론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해온 수준의 10배 이상으로 응징할 수 있도록 지휘관에 선조치 재량권이 부여됐다"고 밝히면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3차 핵실험을 포함한 연이은 도발과 대남 심리전에도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은 오지 않았다. 한국 국방부는 단지 희망 사항을 국민들에게 전하였을지는 모르나, 국제사회에서 미중 간의 관계를 논하지 않더라도 핵추진 항공모함의 이동이 그렇게 쉽게 결정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국제관계의 현실이다.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 정부는 대북관계를 단절하고 상호 비방전에만 몰두했지만, 북한과 미국은 물밑 협상을 통하여 조미 합의서라는 것을 발표한 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관련 정보도 전혀 받지 못하는 등 완전한 외톨이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일부 보수 언론들을 동원하며 한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안보 위기를 고조시킴과 동시에 든든한(?) 미국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마주쳐야 하는 미국이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가장 기초적이고도 엄연한 국제관계의 현실마저도 국방부 관계자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연일 북한은 초지일관 미국과 맞짱을 뜨겠다고 방방 뛰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전략적 이해만을 추구하겠다는 게 이 한반도의 엄연한 현실이다. 언제 우리 국민들은 이런 미국과도, 이런 북한과도 맞짱을 뜰 수 있는 줏대 있는 정부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깨어있는 국민이 깨어있는 정부를 만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진실의 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미 연합 훈련,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키 리졸브,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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