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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포레? 누구지?' 책 검색을 하다가 찾아낸 책의 저자 이름이 낯설다. 아마존에서 검색을 해도 이 프랑스 저자의 책에 대한 평을 접할 수 없었다. 원제가 <Maintenant Ou Jamais! La Transition Du Milieu De Vie>인 이 책의 번역서 제목은 <마흔앓이>였다. 마흔이란 숫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내 눈을 사로잡았으니 이 책의 편집자는 내용에 상관없이 일단은 제목 선정에서 성공한 셈이다. 원제는 중년의 전환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40대 전후의 전환기를 경험하는 중년을 대상으로 쓴 심리학 책이니 번역서 제목과 그리 동떨어진 건 아니다.

순전히 제목에 대한 호감으로 구입하여 읽기 시작한 책은 첫 페이지부터 빠져들어서는 2-3일 만에 다 읽어버렸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대단히 좋았다. 누가 내게 요즘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물론 30대 중반을 넘긴 이들에 한하여.

누구나 그렇듯 멀리 있는 미래의 일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문제의식을 체감하기 어렵다. 따라서 결혼을 하지 않은 자녀가 없는 이삼십대 초반의 싱글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어설프게 늙은 척하려는 젊은 작가지망생들에게도 추천하지 않는다. 그런 이들은 책으로 중년의 경험을 취하지 말고 몸으로 겪어나가는 것이 더 유익이다) 허나 당신이 40대 전후의 중년이라면 이 책은 매.력.적.이다.

이 책을 읽던 중 영화 <언페이스풀>이 떠올랐다. 그다지 좋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이 영화 초반에 코니(다이안 레인)가 남편이 출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멍하게 밖을 내다보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슬픔, 무료함, 의미없음, 늙어감.…. 이 모든 것을 담은 듯한 표정. 이 한 장면은 장차 있을 그녀의 외도를 의도하며 정당화시켜준다. 그녀의 가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남편도 성실하고 착하며 자녀도 잘 자란다. 그저, 그녀가 중년에 들어섰을 뿐이다.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가 컸다. 뭐 하나라도 하려고 치면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아이가 어느새 청소년이 되어 부모의 참견을 싫어한다. 아이를 위해 나의 존재 자체를 희생했던 시절이 엊그제인데, 아이는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좀 있으면 집에서 독립을 할 판이다.

남자는 회사생활도 이제 익숙해졌다. 익숙하다 못해 이젠 무료하다. 매일 하는 일이 똑같다. 의식하지 못했는데 가끔 숨이 막힌다. 창밖을 물끄러미 볼 때가 잦아졌다. 그럴 때면 왠지 모를 슬픔, 대상이 없는 원망의 감정들이 밀려온다. 부모는 나를 사랑해주고 도와주던 존재에서 도리어 내가 보호해야할 연약한 존재가 되었다. 이것이 '중년의 위기'인가.

저자는 흔히 사용하는 '중년의 위기'라는 표현은 어느 정도는 과장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40대를 전후해서 삶의 전환점이 온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청년까지는 부모가 원하는 삶, 국가와 사회, 배우자와 아이들,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애썼다면 이제는 다시 나에게 자신의 가치, 욕망에 대해 다시금 집중하게 되는 시기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시기가 찾아올 때 그 욕망들을 피하지 말고 직면하라고 말한다.

중년에 많은 이들이 명품 옷이나 고급 취미에 몰두하거나 젊어지려고 성형수술을 반복한다. 혹은 연하의 애인을 사귀어서 데이트를 하거나 불륜관계에 빠진다. 심지어는 술과 도박에 빠지기도 한다. 갑자기 배우자와 이혼을 하거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새로운 분야의 회사로 이직을 하기도 한다. 친절했던 사람이 한순간 괴팍해지기도 하고 헌신적이었던 엄마가 딸처럼 옷을 입고 밖에 나가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부부가 서로의 이야기에 무심해지고 각자의 취미생활과 모임활동에 열을 낸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모습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이다.

포레는 본서에서 여러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중년의 심리상태를 드러낸다. 그리고 융의 심리학에 기대어 그 마음 속의 문제들, 욕망들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많은 중년의 일탈행동들이 본질적이지 않으며 그런 이유로 그런 개별 행동(외도, 술, 성형)으로도 중년의 흔들림은 해소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감기의 본질이 콧물이 아니듯 중년의 흔들림의 본질은 '나자신'의 욕망을 바르게 알고 그것을 해소하는 것이다. 중년의 '내'가 행복해야, 배우자가 행복하고 자녀가 행복하고 나아가 가정과 사회가 행복하다. 하지만 중년의 '나'는 내 맘대로 해서는 안 되는 가정, 사회적 제약들이 너무도 많다.

한 1년, 5년, 나아가 10년은 참고 살 수 있다. 하지만 10년을 넘어서면서 이 삶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막연한 확신이 들 때, 사람들은 무너지게 된다. 더이상 참아낼 자신이 없는 것이다. 타자들이 규정한 페르조나를 뒤집어쓰고 꼭두각시처럼, 노예처럼, 그렇게 늙어갈 수는 없다.

그것이 중년을 맞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절규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프랑스 중년보다 한국 중년들이 더 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청년들은 점점더 취업도 혼기도 늦어지고 있다. 회사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기도 전에 늙는다. 퇴직은 점점더 빨라지고 있다. 청년의 혼란, 어려움을 갓 벗어나면 중년의 흔들림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은 우리나라 중년들에게는 더더욱 의미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포레의 제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풍선의 압력이 높아지면 어느 순간 펑 하고 터진다. 풍선이 터져버리기 전에 미리미리 바람을 빼서 압력을 낮춰야 한다. 나에 대해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들을 천천히 그리고 많이 생각하면서 그것들을 해나가야, 말년에 일탈행동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의 현재는 건강한가. 그렇지 않다면 포레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


마흔앓이 - 나에게로 떠나는 마음여행

크리스토프 포레 지음, 김성희.한상철 옮김, Mid(엠아이디)(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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