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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국회의원선거 노원구 병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노회찬 후보가 지난해 4월 1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김지선 씨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노원구 병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노회찬 후보가 지난해 4월 1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김지선 씨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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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8일 오후 5시 41분]

"우리는 완주할 것이다."

8일 오전에 만난 진보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단호했다. 이 관계자는 "야권연대는 (4월 24일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 때문에 다 흐트러졌다, 안 전 후보는 야권연대를 하지말자고 한 것"이라며 "이래놓고 협상하자고 하면, 안 한다"고 못 박았다. 이날 진보정의당은 노원병 보궐선거 후보로 노회찬 공동대표의 부인 김지선씨를 확정했다.

안철수 전 후보에 이어 김지선씨의 출마가 확정됨에 따라, 야권연대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항상 양보를 요구받았던 정의당은 이번에는 '완주'를 택했다. 정의당에 노원병 보궐선거는 국회의원 1석이 걸린 선거를 뛰어넘는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노 대표가 삼성 X파일 사건에서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부당하게 의원직을 상실했으니, '국민법정'에서 다시 판단을 받겠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후보의 갑작스러운 출마는 정의당의 뒤통수를 때린 격이 됐다. 정의당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정의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노회찬 대표가 안 전 후보를 향해 "구태정치"라고 일갈했다. 정의당은 결국 안 전 후보 귀국을 3일 앞둔 이날 노원병 후보를 확정하면서, 역습을 가했다. 이날 박원석 원내대변인은 "김지선씨는 안 전 후보가 나온다 해도 15%의 득표율을 확보할 수 있다"며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완주' 선언한 정의당 "안철수와 협상 없다"

지난 7일 정의당 지도부는 김지선씨를 노원병 보궐선거 후보로 낙점했다. 김씨는 하루 숙고한 뒤 8일 출마 제안을 받아들였다. 의원직을 상실한 남편 대신 부인이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지역구 세습'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지만, 이번 선거의 의미를 감안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미 대변인은 이날 "노원병 보궐선거는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에 맞서 재벌개혁과 사법개혁의 정의를 실현하고 삼성X파일 사건의 진실을 국민법정 앞에 세우는 선거라는 의미를 지닌다"며 "김지선씨는 삼성X파일 사건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가장 잘 실현할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안 전 후보와의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안 전 후보가 야권연대를 제안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전 후보의 출마를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며 "정의당 입장에서 역으로 안 전 후보에게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검토하면 어떻겠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의당과 안 전 후보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지난 3일부터다. 노 대표가 14일 의원직을 잃은 이후, 부당한 판결이라는 논란이 일어지면 노회찬 대표 구명 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끝내 노회찬 대표의 생환이 불가능해지자, 정의당은 노 대표의 사법개혁과 경제민주화 의지를 이어나갈 후보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후보가 3일 송호창 의원을 통해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특히 안 전 후보가 노회찬 대표에게 양해를 구했다는 송호창 의원의 말이 거짓임이 드러나, 정의당과 안 전 후보 쪽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노회찬 대표는 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안 전 후보의 출마 소식을 알리는 송호창 의원의) 기자회견을 잡아놓고 1시간 반 전에 저한테 전화해서 그냥 간단한 통화를 한 뒤에 마치 양해를 구한 것처럼, 각본을 짜 맞추듯이 하는 것은 새 정치가 아니라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거친 말도 내놓았다.

그는 또한 야권연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했다. 노 대표는 "야권단일화는 서로의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될 때 그리고 단일화에 대한 어떤 명분이 분명할 때 가능한 일인데, 최근에 벌어진 이 과정은 그러한 신뢰나 존중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존재감 드러내야 하는 진보당, 양보 가능성은 낮아

정의당이 노원병 보궐선거 완주를 선언한 이유는 단순히 안 전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아직 대중정당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 독자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심상정 대통령 후보는 야권연대를 위해 후보직을 사퇴했다. 정당 입장에서는 가장 큰 무대에서 스스로 내려온 셈이다.

하지만 야권단일후보였던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패배로 인해, 정의당은 연합 정부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는 깨졌다. 야권은 무기력한 상황에 빠졌고, 정의당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향후 안 전 후보의 귀국은 야권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정의당은 야권 정계개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존재감을 보여야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양보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정의당은 '지역구 세습' 논란에도 노회찬 대표의 부인인 김지선씨를 노원병 보궐선거 후보로 확정했다. 완주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정의당의 이런 결정은 선거 결과는 물론, 향후 야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노회찬, #4.24 재보선, #노원병,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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