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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북정책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북정책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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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6일 오후 6시 8분]

도덕성에 호의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순조롭게 시작한 류길재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분위기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다소 험악해졌다. 류 후보자가 5·16 군사쿠데타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미온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진 것.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5·16은 쿠데타인가? 다른 후보자들은 '교과서에 군사정변으로 돼 있다'고 답하더라"고 묻자 류 후보자는 "저는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질의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정치학자로서 5·16에 대한 평가를 못내리느냐"고 핀잔을 하기도 했다.

심재권 민주통합당 의원은 "교과서엔 5·16은 군사정변이라고 돼 있는데 교과서가 잘못 됐느냐"고 물었다. 류 후보자는 "교과서의 표현은 인정한다"고 한 발짝 물러났지만 '역사의 평가에 맡긴다'는 표현은 철회하지 않았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과 학생들에게 강요된 국민교육헌장에 대해서도 류 후보자는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추미애 민주통합당 의원이 유신에 대한 평가를 묻자 류 후보자는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추 의원은 국민교육헌장의 의미를 물은 데 대해서도 류 후보자는 "역사의 판단에 맡긴다"고 답했다.

이에 추 의원은 "부친이 국민교육헌장을 기초한 분이라서 그런 것이냐"고 묻자 류 후보자는 "부친과 연관해서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5·16, 유신에 대한 평가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추 의원은 류 후보자가 1987년 고려대 석사논문에서 국민교육헌장을 '복종형 국민상을 주입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평가했던 일을 지적하기도 했다.

유인태 의원은 "쿠데타란 게, 탱크를 몰고 민주정부를 뒤집었으면 명백히 쿠데타 아니냐"며 "요즘 이어지고 있는 청문회를 보면서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아무도 벌거벗었다고 얘기를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류 후보자는 "대통령의 눈치를 봐서가 아니라, 사회의 여론이 이것(5·16)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 있기 때문에 그랬다"며 "정치학자의 입장이라면 얼마든지 말씀드릴 수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헌법 벗어난 통치 가능" 답변했다 사과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과의 질의답변 과정에선 또 다른 논점이 돌출됐다. 홍 의원이 '5·24 조치가 아무런 법적근거 없이 정부에 의해 이뤄졌다'는 지적을 하는 과정에서 류 후보자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판단할 때에 그렇게 해야 한다면 (법적 근거 없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이 걸려 있는 안보적인 상황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홍 의원은 "대통령이 법적 근거 없이 통치행위를 할 수 있는 상황도 모두 헌법에 규정돼 있고,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의 심재권 의원이 "대통령이나 정부가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통치행위를 할 수 있다고 했죠"라고 물었을 때도 류 후보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심재권 의원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헌법에 근거한 것인데 그런 잘못된 인식으로 어떻게 정부의 국무위원이 되고 부처의 수장이 되느냐"며 "그런 사고를 갖고 있다면 국무위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후 류 후보자는 이런 논란이 일어나게 된 것에 사과했다. 류 후보자는 발언을 신청해 "답변이 법치주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처럼 비쳤다면 그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해서 어떤 조치도 내릴 수 있다는 의미가 당연히 아니었다"면서 "그렇게 오해가 됐다면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류 후보자는 "대통령의 통치는 반드시 법적 근거에 의해 취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5·24 조치의 법적 성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 그런 발언이 나왔음을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음주운전·가혹행위 사과... "2003년 논문중복이면 공직 사퇴"

앞서, 2003년 인천대 평화통일연구소 학술지 논문이 중복게재됐다는 걸 인정한 류 후보자는 다른 논문 중복 의혹은 부인했다. 2006~2009년 한국학술진행재단의 지원을 받아 교원업적연구평가 실적으로 발표한 3건의 논문의 내용이 유사하다고 심 의원이 지적하자 결코 중복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게 중복으로 밝혀지면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느냐"는 심 의원의 물음에 류 후보자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심 의원과의 질의답변에서 류 후보자는 술을 마시고 했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심 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을 낸 일과,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가르치는 학생에게 얼차려를 시킨 일을 끄집어 내자 류 후보자는 그런 사실을 인정하면서 "제 불찰이다.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류 후보자가 이날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 자리에서 그 질문에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는 답변을 줄기차게 반복한 부분은 여당과 야당으로부터 동시에 질타받았다.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안홍준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국익에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면 눈치를 보기 보다는 장관 후보자로서의 소신을 밝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류 후보자는 "눈치를 보거나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자리는 국민들이 보고 계시고 북한도, 주변국도 다 볼 것"이라며 "답변을 요구하신 많은 부분들은 제가 이 자리에서 성급하게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1신 수정 : 6일 오후 4시 45분]
류길재 통일 후보자 "6자회담 재개 필요"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6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첫단추로 6자회담의 재개 필요성을 언급했다. 류 후보자는 자신의 논문 중복게재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류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시작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교류·협력을 복원하고 6자회담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일부 장관으로서 우선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류 장관은 "이전에 하던 것부터 복원을 해야 한다,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6자회담 재개가 쉽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동안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활용된 장이니만큼 북핵문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들과 협력하고 대화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설득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첫단추,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 통해 할 것"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첫단추는 어떻게 끼울 거냐'는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류 후보자는 "대통령께서 여러 번 말씀했듯이, 남북이 기존에 해왔던 것 중에 무리가 없고 전제조건이 걸리지 않는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을 통해서 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의 남북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갖는 의미에 대해선 "굉장히 중요하다. 북한의 도발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돼도 과거 정부에서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이어져온 협력 공간이 존재하고 있고, 남북이 서로 필요로해서 상호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공동협력의 장으로 (개성공단이) 존재하고 있어서 그런 점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가동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남북간의 교류협력 방식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다를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류 장관은 "교류와 협력이란 것이 단순히 물건과 사람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실제로 어떤 얘기를 하고 어떤 사업을 하든 그게 (남북관계 개선에) 실질성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교류협력 정책을 일관되게 지지를 보냈지만, 그 방식은 북한에 이용당하고 국민 갈등을 만드는 점이 있다고 일관되게 지적해왔다"고 말했다.

남북 교류협력의 복원과 6자 회담의 재개 필요성을 언급한 류 후보자였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런 과정을 곧바로 시작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류 후보자는 "상황이 너무 엄중하고 상대인 북한은 경직된 자세로 3차 핵실험까지 했다"면서 '국제사회도 여러 가지로 북한을 통제하고 있어서 (남북이) 협력하기에는 버거운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5·24조치를 해제하기 위해선 금강산 관광객 피살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과의 질의답변에서 류 후보자는 "5·24조치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고 도발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며 "이를 해제하려면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류 후보자는 "국민들이 (남북관계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점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이 더욱 힘있게 추진돼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적극적인 대북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 남북정상회담은 섣불러... 논문 중복게재라 볼 수 있는 부분 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선 "정상회담은 지금의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라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정상회담을 말하긴 섣부르고, 남북관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신뢰 회복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남북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고 국제사회의 제재조치가 강구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선 남북정상회담 논의는 힘들다는 것이다 .

한편 류 후보자는 자신을 향해 제기된 논문 중복게재 의혹은 시인했다. 유인태 민주통합당 의원이 2003년 인천대 평화통일연구소 학술지에 실린 류 후보자의 논문이 2000년 논문과 상당 부분 일치하다는 의혹을 언급하자, 류 후보자는 "중복게재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자 시절 그런 관행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다른 후보자 청문회와는 달리 병역이나 재산 관련 문제가 거의 언급되지 않은 '정책 중심의 인사청문회'로 진행됐다. 우상호 민주통합당 의원은 질의를 시작하며 "이번에 지명된 분은 비교적 자기 관리를 잘하신 분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바로 정책질의로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태그:#류길재,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 #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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