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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대선 결과는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박근혜 시대 5년, 이 사회에서 진보를 고민하는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오마이뉴스>는 정치, 사회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진보의 길을 모색하는 기획을 수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말]
하승창 싱크카페 대표.
 하승창 싱크카페 대표.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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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장은 부산(출마)을 피한 게 아니라 서울을 선택했다. 새로운 정치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현재의 정치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서울에서 시작하는 게 더 좋다. 지역 구도를 타파하고 지역거점을 확보하라는 부산지역 출마 요구는 과거 정치구도의 산물 아닌가?"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진심캠프의 대외협력팀장을 맡았던 하승창(51) 싱크카페 대표의 말이다. 그는 이어 "진보정의당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신당' 창당설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해 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안 원장이 정치를 지속하려면 연구소를 차리든 어떤 형식으로든 지지자들이 연결되는 모임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라며 여운을 남겼다.

"중립적인 운동은 없다... 시민운동가 정치진출 문제 없다"

경실련 정책실장,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을 거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2세대 시민운동가'로 꼽히는 그는 시민운동가들의 정치진출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면 중간지대가 있을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시민운동은 여전히 독립적으로 활동해야 하지만 중립적이지는 않다. 사적 이익을 위해 정치권으로 진출한다면 시민운동을 파는 일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시민운동의 경험을 살려 정치 발전에 기여하면 환영할 만한 일 아닌가?"

지난 대선이 끝난 뒤 다시 싱크카페의 대표로 돌아온 하승창 대표. 지난 30여 년간 학생-노동-시민 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마주 앉아 이야기하기 편한 사람이다. 경청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과 '각'을 세우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그의 어법은 "-해야 한다"로 끝나지 않는다. 본인이 확신에 찬 말을 할 때도 "-하면 어떨까?"라고 반문한다. 맨 앞에서 깃발을 들기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씨줄날줄로 엮어 진보의 그물을 짜 온 '전국 운동권 네트워커'다.

그런 그가 지난 1년간 자신의 활동 반경을 확대했다. '각'을 세워 존재감을 드러내야 생존할 수 있는 정치 생태계. 다소 어색한 조합일 수 있겠지만, 그는 이미 2011년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총괄 기획단장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지난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 진심캠프의 대외협력 팀장을 맡았고 문재인 후보와의 마지막 단일화 협상 실무자로 활동했다. 그의 새로운 시도 중 한 번은 성공했지만, 두 번은 사실상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성공과 실패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정치 활동 참여는 공익적 시민운동의 연장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즉, 시민운동권에서 주장해온 정치-사회-경제 개혁 작업이 기득권의 벽에 가로막히기도 했지만 유의미한 시도라고 평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그는 정치는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다른 자리로 되돌아갈 수 없는 '닫힌 생태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홍대 입구역 근처에 있는 싱크카페에서 그를 만나 뒤늦은 대선 평가와 안철수-박원순식 정치, 시민운동가들의 정치 진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정치는 항상 닫힌 생태계이어야 하나?"

하승창 대표.
 하승창 대표.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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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이 끝난 뒤에 어떻게 지내나?
" 주로 싱크카페에 와 있다. 여기서 책도 보고, 사람들과 약속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또 여기서 열리는 이런저런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 요즘 시민운동가라는 말보다 정치인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 않나?
"이제는 나를 정치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두 번의 선거캠페인에 참여했지만 본격적인 제도정치 진입은 못한 것 아닌가?(웃음) 기성 정치인들처럼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정치인은 아니다. 또 그렇다고 전통적 의미의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회운동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

- 앞으로 정치를 할 생각인가?
"제도정치권에 들어가 정당생활을 할 것이냐는 질문이라면 당장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러나 공동체의 문제와 관련한 활동을 계속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의 선거 캠페인에 참여했는데 나는 내가 생각하고 해왔던 일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취지라면 앞으로도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내가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는가? 지금 우리 정치, 정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는 닫힌 생태계다.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할 공간이라고 여긴다. 정치를 '그들만의 리그'로 부르는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열린 생태계가 돼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이럴 때 정치와 시민사회가 서로 들락날락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일 아닌가?"

-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측과의 단일화 협상 때 안철수 후보 측 대표로 투입되기도 했다. 단일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어느 정도였다고 평가하나?
"당시 협상팀장으로서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 야권 단일화를 통해 더 많은 시너지를 냈어야 했는데...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한 것 아닌가? 그러나 이기지 못했으니 아쉬움이 컸다."

- 경선 룰을 합의하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한 것이 '아름다운 단일화'였나?
"안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지금부터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라고 밝혔다. 선거 유세에 나설 때에도 '문 후보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말했다. 경선 룰을 합의하지 못해 한 명이 사퇴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 후보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정몽준처럼 러브 샷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광화문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목도리를 걸어줬을 때 사람들은 아름다운 단일화가 완성됐다고 환호했다. 그날 감동의 물결을 이야기한 사람들마저도 태도를 바꾸는 게 아쉽다."

"안철수다운 방식으로 최선 다했다"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투표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하여 출국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투표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하여 출국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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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후보는 최선을 다했나?
"안철수 후보의 역할은 민주당 지지자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게 아니라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표를 모아야 하는 것이었다. 문 후보 지지자 입장에서 마이크를 안 잡는 안철수 후보의 선거유세 방식에 서운함을 표시할 수는 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는 지지자의 외연을 확장해서 표를 모으려고 안철수다운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다."

- 그럼 정권교체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승패를 가른 3.6%포인트 차이만큼 유권자들은 야권을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 3.6%포인트 부족했던 까닭은?
"안철수 현상과 박원순 현상은 왜 나온 것일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라는 시대적 요구였다. 야권은 과거를 물고 늘어졌는데, 여권은 진정성이 의심되긴 했지만, 현재의 유권자들의 마음을 잘 읽었다. 박근혜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시대교체나 복지나 경제민주화 담론을 내세운 것도 그런 패러다임을 간파한 결과다. 야권이 그런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주체세력으로 박근혜 대통령보다도 부족하다고 유권자들은 느낀 것이다. 3.6%포인의 의미는 그런 것이라고 본다"

- 안 후보도 문 후보를 지지했다. 박원순 시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안철수와 박원순 현상이 시대적 요구인데 왜 유권자들은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나?
"새누리당은 당명도 바꾸고 당 색깔도 바꿨다.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도 어느 정도 바꿨다. 변화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쪽은 어땠는가? 안 후보는 그의 말대로 준비가 부족했고, 민주당은 변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번 선거에서 진영논리로 투표한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박근혜 대 문재인을 일부에서는 유신과 민주라는 구도로 나눴는데 많은 유권자들에게 이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 안철수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 후보가 아니었다는 말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선거 때 지근거리에서 지켜봤을 텐데,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 후보 자신도 준비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너무 늦게 출마를 선언했고, 너무 짧은 시간에 큰 선거를 준비했다. 이런 주객관적인 조건에도 안 후보를 매개로한 변화의 요구가 컸기 때문에 대선 때 큰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개인적으로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나서는 게 적절한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기존 정치권에 주어진 권력을 다르게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국가를 운용할 내용과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준비하기에는 부족했다고 본다."

- 신당 창당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 논의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는데 계속 나오는 것은 기존의 정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 때문이다. 민주당의 혁신을 통해서든 안철수가 매개가 되어 신당이 생기든 진보정당들이 바뀌든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어야 희망이 있다. 민주당과 안철수, 진보정당 모두가 똑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

- 덩치가 제일 큰 민주당이 변할 수 있다고 보나?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민주당이든 안철수든 선거 이후에 제기된 변화에 대한 숙제를 풀지 않으면 정치적 미래가 없다."

안철수와 박원순의 리더십

하승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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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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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박원순 캠프와 안철수 캠프에서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두 사람의 리더십을 비교한다면?
"두 분은 자신의 역량을 우리 사회에 공익적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다른 삶을 살아왔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을 하면서 사회적 과제나 의제를 놓고 활동하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지지도가 5%였을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다. 안철수 원장은 강연이라는 틀로 사람들과 만났다. 박원순 시장처럼 사회 혁신 과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기보다는 대중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방식이었다. 대중적 지지도가 그의 정치적 자산이다.

선거 때 보여준 리더십도 그간 삶의 궤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은 자신이 쌓아온 시민운동 네트워크를 통해 선거운동을 이끌었다. 대부분의 핵심 역량이 시민운동가였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일정부분 서로의 비전을 공유한 상태에서 출발했다. 안철수 원장은 캠프 내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안 원장을 중심으로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 그럼에도 두 인물이 추구하는 공통적인 가치가 있다면?
"경쟁의 논리가 아니라 호혜와 협력, 생태적 가치가 중심이 되는 삶의 방식으로 우리사회가 재구성돼야 한다는 것에 두 분은 공감했다. 내가 두 캠프의 선거에 참여한 것도 그런 가치에 동의하기 때문이었다.

- 지난 총선 때부터 시민사회 진영에서 정계로 진출하는 인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편에서는 시민운동가의 씨가 말랐다는 비판도 있다.
"아니 그렇다면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뭔가? 1990년대의 운동방식으로 볼 때 영향력을 행사했던 큰 시민사회단체들의 역량이 줄어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질적으로 시민사회의 저변은 넓어지고 있다. 자생적으로 발생한 촛불시위, 희망버스는 과거의 운동 방식이 아니다. 몇몇 큰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과거 같지 않은 것은 이런 변화에 조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시민운동가가 정치권에 진출하는 게 나쁜 현상인가? 시민사회에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서 더 큰 일을 하면 우리 공동체를 위해 좋은 일 아닌가?"

"박근혜의 레토릭, 진보와 보수의 언어 프레임 흔들었다"

- 일부에서는 시민운동을 팔아서 정치한다는 극단적인 말도 나온다.
"시민운동출신이 정치를 하면 시민운동을 파는 것인가? 정치는 그러면 처음부터 다른 일 안 하고 정치할 사람만 해야 하는가? 시민운동과 정치의 활동 영역은 다르지만 공익을 위해 공동체의 이해를 조정하고 비전을 만드는 일을 한다. 시민운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도 있다. 시민운동의 경험을 살려 정치 발전에 기여하면 환영할만한 일이 아닌가? 사적 이익을 위해 정치권으로 진출한다면 시민운동을 파는 일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지역의 시민운동가들이 가급적 많이 출마해야 한다고 보나?
"중앙 정치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을 먼저 바꿔야 한다. 그동안 지역에서 주민운동을 해온 시민운동가들이 정치 토대를 바꾸기 위해 풀뿌리 정치에 진입해야 한다. 그런데 풀뿌리 정치에 진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유력 정당 후보가 되는 것도 쉽지 않고 녹색당이나 작은 정당을 만들어서 도전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계속 도전해야 한다."

- 시민운동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바람직한 관계는?
"시민운동은 여전히 독립적으로 활동해야 하지만, 중립적이지는 않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면 중간지대가 있을 수 없다. 시민운동의 가치나 지향은 일정한 방향을 내포하고 있다. 단체마다 지향하는 가치도 다르다. 물론 그걸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활동을 하거나 선거운동을 할 수는 없다. 실제 대개 진보정당들의 경우 정책내용은 공익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의 정체성이 그들과 가깝다. 그렇다고 시민단체들이 진보정당의 하부조직이나 지지조직은 아니다. 정당은 정당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지향하는 가치나 정책의 공통성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로 독립적이어야 한다. 시민단체들이 그런 독립성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공간에서 공통의 목표를 실현하면 된다."

하승창 대표.
 하승창 대표.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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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운동 1, 2 세대를 거쳐 3세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이명박 정부 때는 너무 어려웠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를 풀기보다는 단체의 생존을 걱정했다. 모두들 그런 역경을 이겼다. 이제는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숙제에 충실했으면 한다. 기존에 알려진 시민단체들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그 단체들로만 시민사회가 구성된 것이 아니다. 폭이 넓어진 시민사회와의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 이번 인터뷰의 기획 제목이 '진보의 갈 길을 묻다'이다.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보나?
"진보나 보수는 역사적으로 반복된다. 문제는 이분법적인 대립, 진영논리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볼 수가 없다. 역설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레토릭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선거과정에서 그런 변화를 보여줬다. 당 색깔을 빨간색으로 바꿨다. 그리고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의 언어 프레임을 흔들었다. 기존 진영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진보진영도 우리끼리 담론을 만들 게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맞게 자신이 가져온 가치를 대중적 언어로 풀어내야한다."

- 본인은 새로운 판을 짜는 데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혁신을 위한 사회적 정치적 역량이 우리 사회에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소위 2013체제를 담아낼 수 있는 사회적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 혁신을 위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싱크카페를 만든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혁신을 위한 사회적 역량이 강화될 때, 새로운 정치 주체의 토대도 강화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야 지금과 다른 정치도 가능하다."

 온-오프라인 싱크 카페는 새로운 시민운동 실험장
싱크카페 내부 모습.
 싱크카페 내부 모습.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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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카페 공간은 60여평 남짓. 이곳에선 누구나 커피를 사서 마실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카페와 조금 다른 게 있다면 회의나 컨퍼런스 등이 수시로 열린다는 점이다. 하승창 대표가 보여준 2월 네째주 일정을 훑어보니 '생산자 협동조합', '마을종합지원센터', '희망지킴이' 등 15건의 회의가 진행됐다. 2월28일에는 '홍대 살롱-사이'란 주제로 유기농 펑크 밴드가 공연도 했다.

"엄청나게 큰 일을 벌이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식사문화를 바꾸겠다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고,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려는 컨퍼런스도 열렸다. 그냥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편하게 논의하는 자리다."(하승창 대표)

물론 다른 카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싱크카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생각의 씨앗에 싹을 틔우는 작업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낸다.

가령 지난해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라는 제목의 온-오프라인 컨퍼런스가 열렸다. 싱크카페가 주도해 전국에서 50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 일부는 싱크카페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열렸다. '도시와 농촌을 잇다', '마을 학교 만들기', '상상하라 2013 시민단체의 변화를', '싹수 있는 토론' 등 다루는 분야도 다양했다.

이뿐 아니라 싱크카페는 '2012 유권자 정치 페스티벌! 시민참여 투표 액션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토론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들을 직접 실험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디자인을 공유하거나, 투표 이메일 보내기, 영상 캠페인 등 '투표 대첩'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액션플랜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자발적 시민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싱크카페(http://thinkcafe.org/)는 지난 2011년 5월에 개설했다. 카페 'The Way'의 주인이 오프라인 공간을 내어주고 함께 운영을 해보자고 제안해 작년 9월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싱크카페와 공동운영한 탓에 카페의 매출도 3-4배로 뛰었다고 한다.



태그:#하승창, #안철수, #박원순,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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