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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사퇴의 뜻을 밝힌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김종훈 미래부장관 후보 사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사퇴의 뜻을 밝힌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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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사람이 왜 갑자기 사퇴한 거야?"

4일 오전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갑작스럽게 사퇴하자, 여자친구의 질문이 날아왔다. 김종훈 후보자는 사퇴 이유로 '정부조직개편안 혼란상', '정치권 난맥상'을 언급했다. '야당 탓'이라는 것이다. 보름 전 1000억 원에 이른다는 미국 국적 포기세를 내면서까지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사람의 사퇴 이유라고 하기엔 어딘가 궁색하다.

특히, 정부조직법 협상 타결 시한이 5일인 것을 감안하면 4일 야당을 비판하며 갑작스럽게 사퇴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김 전 내정자 사퇴 1시간 뒤, 박근혜 대통령이 그의 사퇴를 언급하며 야당을 압박한 것을 두고, 대야 압박용 사퇴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그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커넥션'과 같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 점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낙마로 이어질 만한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으로 이어진다. 앞서 인수위원회에서 낙마한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아들 병역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한국식 룸살롱을 찾아 엽색 행각을 벌였고, 도박에도 빠져 살았다는 한 재미교포 블로그의 의혹 제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갖가지 '설'에도 청와대와 김 전 내정자는 입을 닫고 있다. '최대석 인수위원 사퇴 미스터리'에 이어 또 다른 미스터리가 떠오르고 있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질문에 답한다.

협상 타결 하루 앞두고, 왜 갑자기 사퇴했나?

여친 : 김종훈 전 내정자가 야당을 비판하면서 사퇴했잖아. 야당이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했다고 하는데, 야당의 발목잡기가 심했던 모양이지?

남친 : 김 전 내정자가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보통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은 사전에 협의하고 조율하는 절차를 거치게 돼.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절차가 없었어.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오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회동 제안을 언론에 알리는 동시에, 허태열 비서실장을 통해 야당에 이를 알렸다고 해. 사실상 통보였던 거지. 야당이 대통령 면담을 거부했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아.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조차 박 대통령을 비판했어.

여친 : 야당의 발목잡기에 크게 낙담한 것 같던데…. 미국에서 살아온 그가 보기에 우리 정치 난맥상에 충격을 받은 건 아닐까?

남친 : 현재 미국의 정치 난맥상은 우리보다 더 심할 텐데?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 간 예산 절감과 세금 인상 협상은 결렬됐어. '증오의 정치'가 시작됐다는 비판이 나와. 결국,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줄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트)이 발동됐어. 독재국가처럼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에 무조건 양보하라고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지루한 협상과 대치가 당연한 현상이야.

사실 여야는 이미 서로 상당한 양보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대부분을 합의했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2%를 제외하고 모두 합의됐다고 말할 정도야. 계속 협의하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지. 특히, 방송장악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양보할 여지도 많잖아. 이런 상황에서 국회를 비판하며 사퇴한 건 이해하기 어려워. 

여친 : 얘기를 들을수록 납득이 안가네. 결국, 다른 사퇴 배경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설마 야당을 압박하려고 김 전 내정자가 사퇴한 건 아닐까?

남친 : 정치적 상상력은 미스터리를 푸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지도 모르지. 김 전 내정자는 오전 9시께 사퇴 기자회견을 했고, 1시간 뒤 박근혜 대통령이 김 전 내정자의 사퇴를 언급하며 야당을 압박했어. 박 대통령은 전날 김 전 내정자의 사퇴 결심을 전해 들었다고 해.  삼고초려로 데려온 사람인데, 사퇴를 막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안가. 당장 내일(5일)  정부조직법개편 협상이 타결될지도 모르는데. 야당 압박용 사퇴라는 의혹 제기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닐 거야.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사퇴의 뜻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 김종훈 미래부장관 후보 사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사퇴의 뜻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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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적도 포기 안 한 듯... '조국에 헌신'은 거짓말?

여친 : 대답을 들을수록, 김 전 내정자의 사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져. CIA 연루 문제가 큰 논란이 됐는데, 결국 해명하지 않고 사퇴했잖아. 이와 관련해 큰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남친 : 날카로운 지적이야. 그가 사퇴하면서 해명을 내놓지 않았어. 미래부 장관 내정 뒤, 가장 논란이 됐던 게 'CIA 커넥션'이잖아. 그가 CIA와 깊은 관계임이 드러나 각종 국가기밀을 다루는 미래부 장관으로서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거세졌던 게 기억이 나.

2001년 미국 주요 정보기관의 업무를 쇄신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만든 8인의 민간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게 대표적이지. 그런데 사퇴하면서 의혹에 대한 해명하지 않았어. 억울하다면 김용준 전 후보자처럼 사퇴하면서 해명을 했겠지. 의혹의 냄새가 나. 그런데 한편으로 그가 야당의 집중 공격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언가 더 큰 하자가 있었던 게 아닐까?

여친 : 이중국적 문제도 논란이 됐었잖아. 조국에 헌신하겠다면서 미국 국적 포기한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다시 미국 국적을 회복할까?

남친 : 그는 아직 미국 국적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아. 지난달 17일 내정될 때 미국국적을 포기한다고 했지. '상식적으로 이런 말을 했으니, 미국 국적 포기 신청을 했겠지'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말은 없었어. 내정될 때부터 국적 논란이 컸기 때문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면, 즉시 언론에 알렸을 거야. 여러 가지를 감안하면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돼. 장관을 시켜주면 미국 국적을 포기해 조국에 헌신하고, 안 시켜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야.

여친 : 미궁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야. 청와대나 김 전 내정자도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

남친 : 응. 박근혜 대통령은 인수위에서 '밀봉'으로 비판받았는데, 청와대에서도 그런 기조가 계속되는 모양이야. 인사가 잘못됐다는 생각보다 야당 탓을 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워. 여당에서는 그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어. 박 대통령은 '통치의 시대는 가고, 정치만 가능한 시대'라는 조해진 의원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태그:#김종훈 미래부장관 내정자 사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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