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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사퇴의 뜻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사퇴의 뜻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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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4일 오후 1시 10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4일 전격 '사퇴'했다. 법적으로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유령 부처'의 '유령 장관 후보자'가 밝힌 사퇴 이유는 아직 부처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접겠다"는 말도 꺼냈다. 이를 두고 장관을 시켜주면 조국에 헌신하고, 안 시켜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현재의 정부조직법상 미래창조과학부가 없는데도 김종훈 후보자를 내정해,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라는 비판을 산 바 있다. 김 내정자는 '정부조직개편안 혼란상', '정치권 난맥상'이라는 단어를 동원하며 '사퇴는 야당 탓'이라고 변명했다. 김 후보자는 'CIA 커넥션' 등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해명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의례적인 말조차 없었다.

그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대립하고 있는 야당을 강하게 비판해, 스스로가 혼란상을 더욱 가중시켰다. 1시간 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김 내정자의 사퇴를 야당 탓으로 돌리고 야당에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압박함에 따라, 여야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정국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적반하장"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민주당은 "김 내정자가 언론검증도 통과하지 못했다"며 "사퇴하면서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공직후보자로서 자질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내정자의 사퇴는 야당 탓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인사실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종훈, 야당 탓하며 사퇴... "혼란상", "난맥상" 비판

김종훈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예고 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여야 영수회담의 무산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었다"며 심경을 밝혔다.

그는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 가서 열심히 연구하고 도전했다, 미국에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갖고 미국에서 인정받는 한국인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이겼다"며 "그러나 제가 미국에서 얻은 모든 걸 버리고 마지막으로 저를 낳아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남은 일생 바치고자 한국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과학과 ICT 산업을 생산적으로 융합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해야 한다"며 "그 비전에 동감하고 나라의 비전을 대통령의 설득에 동참하고자 나섰다,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 시점에서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정부조직개편안 혼란상을 보면서 저의 꿈도 산산조각 났다"고 밝혔다.

그는 "조국을 위해 바치려 했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 정치권 난맥상 보면서 제가 지켜내기가 어렵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했던 마음을 접으려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김 후보자 사퇴가 야당 탓이라고 거들었다. 대국민 담화문에서 "미래성장동력과 창조 경제를 위해 삼고 초려해 온 분인데, 우리 정치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들어온 인재들을 더 이상 좌절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대변인은 "CIA 근무경력과 국적논란, 재산의혹 등 본인의 자질문제가 많은 국민에게 우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장관을 시켜주면 조국에 헌신하고, 안 시켜주면 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니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없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고 꼬집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사퇴의 뜻을 밝힌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사퇴의 뜻을 밝힌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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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미국이었으면 후보도 못돼...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박 대통령과 김 후보자는 야당 때문에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김 후보자는 논란이 됐던 'CIA 커넥션'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앞서 김 후보자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깊은 관계임이 드러나 각종 국가기밀을 다루는 미래부 장관으로서 적절한 지를 두고 논란이 컸다.

김 후보자는 1992년 직접 설립한 벤처기업 '유리시스템즈'에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이 이사로 참여했고, 1999년에는 CIA가 설립한 비영리 공개 벤처캐피탈 '인큐텔'의 창립 이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2001년 미국 주요 정보기관의 업무를 쇄신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만든 8인의 민간위원회인 '스코크로프트 패널'에 이름을 올렸다.

김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을 못한 점을 감안하면, 언론검증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낙마한 셈이다. 이를 숨기고 야당 탓을 한 것을 두고 정성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자가 장관 후보자로 나오느냐,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또한 청와대 가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지, 아무런 자격도 없는 자가 자기 신상과 관련한 것을 가지고 국회와 와서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덧붙였다.

정성호 대변인은 앞서 민주당 공식 논평을 통해 "CIA 연루, 국적 및 거액의 재산축적 논란 등 김종훈 후보자는 공직후보자로서 소양이 부족했다"며 "이러한 의혹 속에서 국민은 김종훈 후보자가 과연 '조국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출세와 성공만을 위해 살아온 것은 아닌지 등 의문을 품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김종훈 후보자가 미국의 장관 후보자로 나섰다면, 철저한 사전 검증에 걸려 후보자 반열에 아예 들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사퇴하는 것은 그 자체로 그가 공직후보자로서의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무원칙한 부실인사에 있다, 김종훈 후보자 사퇴로, 박근혜 정부의 인사난맥상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은 애먼 야당만 탓하지 말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자질과 능력, 도덕성 있는 인사를 추천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김 후보자의 사퇴를 만류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김종훈 후보자가 조국을 위한 뜻을 접겠다는 말을 재고해야 한다, 국민과 정치권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의미가 있지, 물러선다면 올바른 게 아니다"며 "조만간 정부조직법이 타결될 테니 재고하셔서 마지막 모든 것을 조국을 위해 바쳐 달라"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부조직 관련된 법률이 제대로 통과됐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많은 장관 후보자들은 국가를 위해서 일을 해보겠다고 나선 분들인데 그 분들에 대해 너무 심하게 함부로 대하는 모습은 정말로 이제는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태그:#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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