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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송전탑을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콘서트에서 삼평리 할머니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1일 오후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송전탑을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콘서트에서 삼평리 할머니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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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평리에서 1일 오후 열린 송전탑을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콘서트에서 김익중 동국대 교수와 김성대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삼평리에서 1일 오후 열린 송전탑을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콘서트에서 김익중 동국대 교수와 김성대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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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북면에 19개의 송전탑이 지나가는데 그 중 7개가 삼평1리를 지나갑니다. 지금은 6개가 완공되고 1개 남았는데 우리 할머니들과 주민 20여 분이 1개를 끝까지 막을겁니다. 송전탑 1개 막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다 세워도 1개 못 세우면 전기 보낼 수 없습니다. 우리 싸움에 힘이 되어주세요." (이은주 삼평1리 부녀회장)

시골의 작은 버스정류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마을을 지나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벌이는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할머니들을 위한 자발적 콘서트가 1일 오후 이곳에서 열렸다.

삼평리 주민들과 함께하는 '삼평리에 평화를' 콘서트에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할머니들 뿐만 아니라 밀양의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영양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경주환경운동연합과 민주노총 대구본부, 희년공동체, 성주산바태풍대책위, 후마네르 공부방 아이들 등 2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콘서트는 오후 3시부터 대구와룡배움터 박동인 교사와 강금영씨의 노래를 시작으로 땅과 자유의 삼평리 메들리 '평화가 무엇이냐', '우리의 노래는 총보다 강하다'로 이어졌다. 이어 연극배우 이현순의 시낭송과 청소년들의 노래와 율동, 가수 임정득씨의 공연 등이 2시간 넘게 펼쳐졌다. 삼평리 할머니들이 나와 노래를 부를 땐 환호가 이어지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두곡의 노래를 부르고 4곡의 앵콜곡을 합창했다.

이은주 부녀회장은 "평균 나이 75세 할머니들이 34만5000볼트 송전탑을 막아내기 위해 매일 돌아가면서 밤잠 설쳐가며 천막농성을 하고 계신다"며 "마을 주민이 모두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전세계에서 한국과 중국, 인도 세 나라만 핵발전소를 짓고 있다"며 "핵발전소의 가장 큰 적은 에너지 낭비"라며 전기에너지를 줄이고 핵발전소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탈핵'을 외쳤다.

김 교수는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로 70%가 오염됐다, 300년 동안이나 지속될 것"이라며 핵발전소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후 김성대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와 함께 '뭉개구름'을 '버섯구름'으로 개사한 노래를 불렀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열린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콘서트에 삼평리 주민들은 물론 대구와 부산, 밀양 등지에서 200여 명이 모였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열린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콘서트에 삼평리 주민들은 물론 대구와 부산, 밀양 등지에서 200여 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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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삼평리에서 열린 콘서트에 찾아온 밀양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에게 삼평리 할머니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1일 오후 삼평리에서 열린 콘서트에 찾아온 밀양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에게 삼평리 할머니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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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에 맞서 싸우는 주민들도 이날 콘서트에 함께했다. 30여 명의 밀양 주민들은 콘서트장에 마련된 의자 맨 앞자리에 앉아 공연을 지켜봤다. 삼평리 할머니들은 밀양 할머니들의 손을 꼭 잡고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건설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밀양과 청도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막고 있어 핵발전소 건설 계획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송전탑 건설로 인한 피해나 국가의 일방적인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알리는 데 청도와 밀양의 투쟁이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콘서트장 맞은편 집 안마당에선 잔치가 벌어졌다. 콘서트를 찾은 손님들을 위해 마을 주민들이 떡을 만들고 추어탕을 끓이고 도토리묵과 손두부, 막걸리를 준비했다. 공연 중간중간에 모인 사람들은 모닥불 주위로 몰려들어 추어탕과 막걸리로 허기와 추위를 달랬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열린 송전탑을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콘서트에 주민들이 추어탕과 떡, 도토리묵 등을 준비해 손님들을 맞았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열린 송전탑을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콘서트에 주민들이 추어탕과 떡, 도토리묵 등을 준비해 손님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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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뒤에는 만민공동회 형식의 토론이 이어졌다. 삼평리의 한 주민은 "이렇게 많이 찾아와줘서 고맙다"면서 "우리 고향을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는 결의를 나타냈다.

밀양에서 온 한 주민은 "우리도 11개의 천막을 치고 24시간 할머니들이 몸으로 싸우고 있다"며 "밀양과 청도 주민들이 손을 잡으면 송전탑 몰아내고 핵발전소도 더이상 짓지 못하도록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청도 할머니의 손을 맞잡았다.

대구녹색당 이형석 대표는 "날이 따뜻해지면 공사가 재개될 것 같다"며 "주민들이 농성하고 있는 천막을 보수하고 지킴이를 운영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 이후에도 연대하고 함께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공연에는 30여 명의 아이들도 함께했다. 청소년인문학센터 후마네르 공부방의 아이들은 마당 가운데에서 비석치기 놀이를 하고 놀았다. 이들은 "할머니들이 만들어주신 떡과 음식이 너무 맛있다"며 "추운데 고생하시는 할머니들이 빨리 집으로 돌아가실수 있도록 송전탑 건설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평리에서 열린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콘서트에 찾아온 아이들이 마당 한구석에서 비석깨기 놀이를 하고 있다.
 삼평리에서 열린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위한 콘서트에 찾아온 아이들이 마당 한구석에서 비석깨기 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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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송전탑?
허허~ 지나가는 소가 웃겄다
돈 가진 사람들의 알량함
권력 쥔 자들의 무례함
권좌를 찬탈한 자들의 거짓말에
속지 않을 것
무어라~
말을 마라..."

- 연극배우 이현순이 낭송한 '삼평리 비나리' 중


태그:#송전철탑, #삼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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