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장 뜨거웠던 의제는 무엇이었을까?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였을까? 아니다. '노회찬 구하기'였다. 야당 의원들은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 '떡값 검사'의 이름을 공개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14일 대법원으로부터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 대한 3·1절 특별사면(특사)을 촉구했다.

같은 당의 김제남 의원뿐 아니라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도 5분 발언을 신청해 노 대표 특사를 주장했다. 24일에는 야당 의원 80명이 노 대표 특사 촉구 결의안을 냈다. '노회찬 구하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 159명은 지난 5일 노 대표에 대한 재상고심 선고를 연기해달라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인터넷에서도 뜨겁다. 16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노회찬 대표의 특사를 청원하는 서명운동을 제안하자, 10여 일 만에 6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동참했다. 이렇게 뜨거운 전직 의원 구명 운동은 일찍이 없었다. 특히, 3·1절 특사를 통해 노 대표가 4·24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게 뜨거운 구명운동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얼까? 노회찬 대표가 정의에 반하는 시대착오적인 판결의 희생자가 됐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는 "그래도 대법원이 판결한 건데, 큰 문제가 있겠느냐"고, "3·1절이 코앞인데 특사가 가능하겠느냐"고 묻는다. 여기에 정치부 기자 남자친구가 답한다.

"기자에게 보도자료 배포하면 무죄, 인터넷에 보도자료 올리면 유죄?"

여친 : "'노회찬은 유죄'라는 대법원 판결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거야?"

남친 : "올해 말 '올해 최악의 판결'을 꼽는다면, 이 판결은 1순위라는 비판이 나와. 이건 법리를 모른다해도, 일반인이 보기에도 상식에 반하는 판결인 것 같다는 게 큰 문제야. 보도자료를 기자에게 주면 죄가 되지 않고, 인터넷에 올리면 의원직을 상실할 정도로 큰 죄라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해?"

여친 :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인 것 같아."

남친 : "바로 그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요지야. 대법원은 '떡값 검사' 관련 내용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정당한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봤어. 면책특권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거지. 하지만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올린 일은 죄가 된다는 거야. 지금과 같은 시대에, 누구나 보도자료를 볼 수 있어.

대법원 홈페이지의 '대국민 서비스 코너'에서 보도자료를 찾아볼 수 있지. 과거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면, 지금은 인터넷에 보도자료를 올리잖아. 결과적으로 똑같은 행위인데,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올린 일은 죄가 된다고 했으니, 시대착오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지."

여친 : "근데 노회찬 대표는 떡값 검사 이름을 왜 공개한 거야?"

남친 : "좋은 질문이야. 이번 판결에 대한 또 하나의 비판은 정의를 뒷걸음질 치게 했다는 거야. 2005년 삼성이 검사들에게 떡값을 줬다는 내용의 도청테이프가 공개됐어. 안기부에 의해 도청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대화에서 나온 얘기니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지. 하지만 당시 검찰의 수사는 미온적이었어.

그런 상황에서 노회찬 대표가 결심한 거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었던 노 대표로서는 삼성이 검사를 돈으로 매수해 부도덕한 유착관계를 맺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거야. 하지만 더 말이 안 되는 것은 그 다음부터야. 삼성과 떡값 검사들은 처벌받지 않았지만, 떡값검사 명단을 공개한 노회찬 대표는 실형을 받고 의원직을 잃게 됐어. 우린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 걸까?"

이틀 앞 3·1절, 노회찬의 운명은?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14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힌뒤 착잡한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의원직 상실' 회견장 떠나는 노회찬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14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힌뒤 착잡한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여친 : "대통령이 비리를 저지른 측근이나 재벌 총수 말고, 노회찬 대표 같은 사람에 대해 특사를 하면 그나마 정의가 바로서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희망의 새 시대를 보여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를 해보면 어떨까?"

남친 : "대통령의 사면권은 입법부와 사법부의 오류를 바로잡을 최후의 수단이야. 헌법에서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야. 그런데 지금까지는 잘못 사용돼 비판을 받았지. 이번 판결은 대법원도 밝혀 듯이, 통신비밀보호법에 벌금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실형을 선고했다고 해. 그런데 여야 의원들 152명이 공동으로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야.

노회찬 대표 특사는 정당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아. 시대착오적인 판결로 국민의 대표직에서 내려왔으니, 4·24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거거든. 이를 위해서는 3·1절 특사에 포함돼야 하는 거지. 박근혜 대통령이 '100% 대한민국'이나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노회찬 대표의 사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

여친 : "근데 초치는 것 같아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차치하더라도 3·1절이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특사가 가능한 일일까?"

남친 : "불편한 진실이야. 박근혜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몰라도, 현 상황에서 특사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게 사실이야. 특사 절차는 사면법에 나와 있어.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특사명단을 보고하면,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특사를 단행하는 거지. 이론적으로는 하루만에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물리적으로는 어렵다고 봐야겠지.

27일까지도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어. 긍정적인 반응조차도 없지. 특히 4·24 재보궐선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노회찬 대표 특사를 단행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지. 노회찬 대표에 대한 특사가 이뤄지고, 지역구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국정장악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여친 : "이제 상황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아. 마지막으로 3·1절 특사 여부를 떠나 노회찬 대표를 살리자는 호응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

남친 : "조국 교수 말대로 이념과 정파를 떠나 이만한 정치인은 많지 않기 때문일거야. 당시 국회의원 중 용기 있게 떡값 검사를 공개한 것은 노회찬 대표가 유일했어. 모두 분노했지만,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모두 침묵했던 때였지. 정의를 세우려했던 노회찬 대표가 시대착오적인 판결로 의원직을 잃게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노회찬 구하기'에 나선 것 같아.

특히, 노회찬 대표와 당시 떡값 검사 수사책임자의 엇갈린 운명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 삼성과 검찰에 면죄부를 줬던 수사책임자는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어. 황교안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정의를 바로세우는 업무를 맡게 되는 거야. 노회찬 대표를 살리는 일은 정의를 다시 세우는 일이 돼버린 거지."


태그:#노회찬 특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