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네바를 출발한지 30여분 지나자 알프스 자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 제네바에서 샤모니로 향하는 고속도로. 제네바를 출발한지 30여분 지나자 알프스 자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알피니즘(Alpinism). 산에 오르는 일이 그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사상이나 사조 등에나 붙이는 '주의(主義)'라는 단어를 붙였을까? 그러나 산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는 흰 눈을 뒤집어쓴 검은 산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250여 년 전 위대한 모험가들은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에 도전하였고 정상에 섰다. 그리하여 알피니즘이 시작된 것이다.

아직 겨울 시즌으로 알프스 자락에 접어들자 온통 설화가 만발하였다.
 아직 겨울 시즌으로 알프스 자락에 접어들자 온통 설화가 만발하였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샤모니에는 공항이 없으므로 가까운 스위스의 제네바나 프랑스 리옹으로 가서 샤모니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제네바를 출발하여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을 넘을 즈음 간단한 검문이 있었지만 서행을 요구할 뿐 차를 세우거나 짐을 보자고 요구하지 않는다. 한반도 육상의 유일한 국경인 휴전선과 비교하면 그저 옆 동네 마실 다니는 수준인 셈이다. 제네바에서 샤모니까지는 약 80km가 조금 넘는 거리로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고속도로에 접어든 지 30여 분 지나자 알프스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살레(chalet : 스위스의 목조 주택으로 별장이나 민박집으로 쓴다)가 한 폭의 그림이다. 샤모니가 가까워오자 검은 산에 흰 눈을 뒤집어 쓴 알프스 산군이 버티고 서있다. 대부분 3000미터 이상, 4000미터 전후의 첨봉들이 즐비한 이곳 풍경은 경외감마저 안겨준다. 250년 전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용기로 저 산을 오르려고 했을까….

샤모니 교회. 시내 중심가에 있다.
 샤모니 교회. 시내 중심가에 있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샤모니 시내는 평일이라서 한산하였으며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미끄러웠다. 겨울 시즌인 탓에 일반 관광객보다는 스키어들이 많았으며 노천카페 등은 다소 을씨년스러웠다. 번잡스러운 성수기와는 다른 분위기로, 샤모니를 둘러보기에는 더 좋은 느낌이었다.

샤모니 시내를 관통하는 아르브 강 상류
 샤모니 시내를 관통하는 아르브 강 상류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샤모니 시내에는 아르브(Arve) 강이 흐르고 있다. 아르브 강은 샤모니 계곡의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 흘러드는데, 스위스 제네바의 론 강으로 이어진다. 강 옆으로는 아름다운 유럽풍 식당들과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발머와 소쉬르 동상
 발머와 소쉬르 동상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시내 한복판 광장에는 발머와 소쉬르의 동상이 있다. 알피니즘을 이야기할 때 맨 앞자리로 불러와야 할 인물들이다. 발머는 자연과학자 소쉬르(동상의 오른쪽)의 후원으로 1786년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4807m)을 최초로 오른 사람이다. 샤모니의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는데 발머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이 바로 몽블랑의 정상 쪽이다. 이들은 비록 수정 채광과 학술적인 목적으로 몽블랑에 올랐지만 기록상에 남아 있는 최초의 4000m급 등정이었다.

몽블랑 초등과 관련해서는 처음에는 발머의 단동 등정으로 알려졌으나 동행한 의사 파카드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정상에 올랐으며, 오히려 발머보다 한 발 앞서 등정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졌다.

몽블랑 최초 등정자인 파카드의 동상
 몽블랑 최초 등정자인 파카드의 동상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발머와 함께 몽블랑을 초등했으나 명예나 상금에 초연했던 파카드의 초등 사실은 150년 후에 세상에 알려지면서 샤모니에는 파카드의 동상도 함께 세워졌다. 파카드와 발머의 초등 이듬해에는 초등 후원자인 소쉬르도 직접 몽블랑을 오르게 되는데 당시 그가 부린 짐꾼이 20여 명, 이불(침낭이 아니다!)이 무려 68kg, 그 외 장작더미와 사다리 등을 들고 올라갔다고 하니 지금의 최첨단 등반장비에 비교해보면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샤모니의 패스트 푸드점
 샤모니의 패스트 푸드점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몇 군데 레스토랑 문을 두들겨보았지만 성수기가 아닌 탓인지 대부분 오후에 문을 열었다. 해외여행을 갔을 때 지역 음식에 대한 사전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글로벌한 패스트푸드가 실패할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터에 맥도널드 매장으로 들어갔다. 매장 분위기도 알프스 분위기를 풍긴다.

몽블랑은 구름 뒤로 가려져 있다.
 몽블랑은 구름 뒤로 가려져 있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식사를 하면서 발머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으나 아쉽게도 몽블랑 정상은 구름 속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몽블랑 최초의 등정이 비록 근대적인 산악운동의 효시가 아닌 학술적인 목적이었으나 5000m에 가까운 고봉을 전문 등반장비의 도움 없이 빙하와 만년설, 크레바스를 지나 등정했다는 사실은 새삼 놀라운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비수기였으므로 예약하지 않아도 잠자리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샤모니 일대의 트레킹과 야영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으므로 야영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샤모니 시내에 있는 관광 안내소를 들렸다. 겨울 시즌에 운영하는 야영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안내원은 딱 한 곳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곳은 'Les Deux Glaciers'라는 곳이었다.

샤모니 시내로부터 약 3km 떨어진 곳이었다. 리셉션에서 야영이 가능하냐고 묻자 물론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가져온 텐트를 사용할 것이라고 하자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지만 그 이유가 전기를 사용할 수 없어 매우 추울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유가 되지 않았다. 산악용 텐트에 익숙해 있으며 겨울 침낭도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자 '별난 사람들이군' 하는 표정으로 편한 곳에 텐트를 설치하라고 한다. 둘러보니 캠핑카를 이용한 캠퍼들이 제법 있었다. 샤모니에도 '극성' 캠퍼들은 있는 모양이다.

아르브 강을 건너는 다리
 아르브 강을 건너는 다리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텐트를 칠 만한 곳을 둘러본 후 일단 캠핑장을 빠져나왔다. 아직 텐트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이른 오후 2시 무렵이었기에 가까운 곳으로 가벼운 트레킹을 다녀올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였다. 캠핑장을 빠져나와 건너편 마을로 가보았다.

알프스의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내린 강물
 알프스의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내린 강물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마을 끝의 경사면으로 다가가자 샤모니 시내를 관통하던 아르브 강이 흐르고 있었고, 강을 건너는 다리가 보였다. 빙하와 만년설이 녹은 강물이 알프스 산자락 사이를 유유히 흐르고 마침 눈이 흩날리고 있어 식상하기까지 한 달력 사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가자 간단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마침 그곳은 하이킹 코스의 들머리였다. 이렇게 쉽게 하이킹 들머리를 만나다니…. 주저 없이 차를 세우고 배낭을 꾸려 일단 푯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올라가보기로 하였다.

트레킹 코스의 들머리임을 알리는 푯말
 트레킹 코스의 들머리임을 알리는 푯말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이 루트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탓에 만약을 대비하여 원점회귀를 할 수 있도록 GPS의 전원을 켠 후 트랙을 기록하기로 한다. 눈은 러셀이 되어 있는지도 궁금하다. 침낭과 산악용 텐트를 가지고 가므로 적당한 곳이 있으면 무리하게 야간산행을 하지 않고 숙영을 할 생각이었다.

벨 라샤 롯지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벨 라샤 롯지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 구글맵

관련사진보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오르막길은 'Tour du Mont Blanc(이하 TMB)'의 루트에 포함되어 벨 라샤(Bel Lachat) 롯지로 이어지며, 길게는 'Pointe de Lapaz'(2313m)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였다. TMB는 몽블랑 주변 산군으로 이어진 160km의 종주 트레킹 코스로서 전 세계의 많은 하이커들에게 아주 인기 있는 곳이다.

붉은 사슴 서식지임을 알리는 안내 푯말
 붉은 사슴 서식지임을 알리는 안내 푯말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들머리를 지나자 곧 작은 안내 푯말이 나타난다. 이곳은 붉은 사슴(red deer) 지역이며, 사슴이 겨울을 나는 곳이므로 주의해달라는 안내문이다. 낯선 이방인의 방문이 반가울리 없으므로 조용히 오른다. 올라가는 도중 눈 위에는 사슴의 발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자주 눈에 띄었다.

길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었다.
 길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었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길은 잘 정비된 트레킹 코스답게 평탄했으며, 급경사 길은 지그재그식의 스위치백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들머리에서 30분 정도 지나자 사람이 다닌 흔적이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서 트레킹을 하는 사람을 단 한 명 봤을 뿐 아무도 없다. 러셀이 안 되어 있다. 눈은 깊게는 무릎까지 빠졌는데 급경사가 아니라서 러셀을 해나가는 데 많은 힘이 들지는 않았다.

에귀디 미디(Aiguille Du Midi, 3842m)
 에귀디 미디(Aiguille Du Midi, 3842m)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중간쯤 오르자 조망이 트이면서 웅장한 에귀디 미디 전망대가 건너다보인다. 이 트레킹 코스는 아르브 강을 사이에 두고 에귀디 미디와 몽블랑을 마주보고 있다. 늦은 시간에 출발하여 정상부까지는 다다르지 못하였다. 'Pointe de Lapaz' 정상부는 넓은 구릉지가 펼쳐져 있는 곳인데 구릉지의 초원에 붉은 사슴이 뛰놀고 있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완만한 경사지에서 눈을 치우고 텐트 설치를 준비한다.
 완만한 경사지에서 눈을 치우고 텐트 설치를 준비한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현지의 일몰시간은 여섯 시쯤이었지만 초행길이고 러셀이 되지 않은 눈 덮인 산길을 야간 산행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다섯 시쯤 운행을 중단하기로 하고 적당한 막영지를 찾았다. 그러나 산 중턱이므로 텐트를 칠 만한 공간은 없었다. 다행히 눈이 많이 쌓여 비교적 완만한 곳에 쌓인 눈을 치우고 다진다면 산악용 텐트 한 동을 설치할 수 있을 듯했다.

잠시 구름이 걷히고 저 멀리 아래에 눈 덮인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잠시 구름이 걷히고 저 멀리 아래에 눈 덮인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루트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가운데 오른 이곳이 어디쯤인지, 변화무쌍한 날씨는 폭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비록 눈사태 우려가 없는 완만한 설사면이었지만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불안보다는 설렘에 가까운 느낌이다. 현대적 의미의 알피니즘의 핵심 가치가 곤란성과 불확실성에 맞서는 태도(attitude)라고 한다면 나는 지금 초보 수준의 알피니즘을 즐기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였다.

에디 귀 미디에서 몽블랑으로 이어진 능선. 능선 아래로는 넓은 빙하지대가 보인다.
 에디 귀 미디에서 몽블랑으로 이어진 능선. 능선 아래로는 넓은 빙하지대가 보인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변화무쌍한 구름은 에디 귀 미디 전망대를 순식간에 가렸다가 다시 보여주기를 반복한다. 마주 보이는 몽블랑으로 이어진 산 능선에 석양빛이 내려앉는다. 그 아래로는 넓게 빙하지대가 펼쳐져 있다. 227년 전의 어느 날처럼 발머와 파카드가 느린 걸음으로 빙하지대를 통과하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비교적 완만한 곳을 찾아 눈을 치우고 텐트를  설치하였다.
 비교적 완만한 곳을 찾아 눈을 치우고 텐트를 설치하였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치우는 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눈은 파우더 같아서 쉽게 다져지지 않아 여러 번 눈삽으로 눌러주어야 했다. 눈을 치우고 텐트 설치를 마치자 곧 어둠이 찾아왔다. 일몰 전에 숙영 준비를 마친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곧 어둠이 찾아왔다.
 곧 어둠이 찾아왔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이내 어둠이 찾아오자 산 아래 마을에 하나둘 켜진 불빛들이 모여 마치 산불같이 보인다. 이 시간 저곳은 따뜻한 거실 TV에서 저녁 뉴스가 흘러나올 것이고, 몇몇은 이른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두 시간 남짓한 산행과 제설 작업으로 배가 고팠다.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현지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식량을 보급하는 일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출국하기 전 누룽지와 알파미를 가져갔으며, 쉽게 끓이거나 미지근한 물만으로도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포장재를 해체하여 지퍼 백에 담아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에서 가져온 젓갈과 무장아찌를 이전 숙소에서 두고 온 탓에 고추장만을 반찬으로 하여 라면을 먹게 되었다.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었다. 생각해보니 오전에 샤모니에서 먹은 햄버거가 오늘 식사의 전부였던 것이다.

알프스의 눈을 녹여 부족한 식수를 보충하였다.
 알프스의 눈을 녹여 부족한 식수를 보충하였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준비해간 식수는 1리터뿐이었는데 라면 끓이는 데 다 소비하였다. 휴대용 정수기를 가져갔으나 이물질이 보이지 않아 정수하지 않은 채 그냥 마셨다. 알프스의 눈을 녹인 물은 그 어떤 청정 생수보다도 달디 달았다.

눈을 녹여 누룽지를 끓였다.
 눈을 녹여 누룽지를 끓였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눈을 녹여 물을 만들고 누룽지를 끓여 입을 개운하게 하였다. 다시 한 번 지난 밤 숙소에 두고 온 젓갈과 무장아찌가 그리웠다. 뜨거운 누룽지와 숭늉으로 배를 채우고 몸을 덥힌 후 잠시 텐트 밖을 나가보았다.

알프스 산자락의 마을에도 밤이 찾아왔다.
 알프스 산자락의 마을에도 밤이 찾아왔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텐트 밖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푸르스름한 산란광이 세상을 감싸고 있었고 희미한 구름 띠가 산중턱에 걸려 있으며, 그 아래 산불처럼 타오르는 듯한 사람 사는 마을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손을 뻗어 툭 치면 펄럭일 것만 같은 큰 그림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다.

 운무가 찾아들자 산란광은 형형색색 변하였다.
 운무가 찾아들자 산란광은 형형색색 변하였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는 갑작스럽게 짙은 운무로 주위를 덮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대기의 입자들이 빛에 부딪혀 형형색색으로 사위를 물들인다. 그 현란한 색으로 마치 오로라의 한복판에 있는 듯했다.

알프스의 아침이 밝았다.
 알프스의 아침이 밝았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그동안은 시차 적응이 안 되어 잠이 부족했으나 알프스의 산 속에서 오랜만에 길고 단 잠을 잤다. 간밤에 소록소록 눈 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행히 큰 눈은 아니었다. 대기는 어제 저녁과는 또 다른 색상으로 아침을 물들이고 있었다.

간밤의 거처.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간밤의 거처.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아주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텐트 안의 물이 살짝 언 것으로 보아 아침 바깥 온도는 대략 영하 5도 내외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일정을 이유로 이쯤에서 하산하기로 하고 자리를 정리하였다.

길 옆 완만한 설사면에 설치한 텐트
 길 옆 완만한 설사면에 설치한 텐트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아무리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라고 하지만 한겨울에는 오로지 짐승들의 차지인 모양이다. 텐트를 철수하고 내려오는 동안에도 단 한 사람도 지나가지 않았다. 비록 전 구간을 산행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오롯이 걸을 수 있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새로 눈이 내린 산길에는 짐승들의 발자국이 이리저리 나있었다.

뒤돌아 본 에귀디 미디 전망대
 뒤돌아 본 에귀디 미디 전망대
ⓒ 이현상

관련사진보기


짧은 트레킹을 마치고 샤모니를 빠져나오는 길 주유소에서 잠시 에귀디 미디를 뒤돌아보았다. 여전히 몽블랑은 구름에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았다. 다시 오라는 뜻으로 보였다. 좀 더 많은 준비를 하여 언젠가는 클라이밍과 TMB 종주를 하기로 한다. 알프스는 여전히 그곳에 있을 것이기에 멀지 않은 꿈이리라.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제로그램 홈페이지(http;//www.zerogram.co.kr)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알프스, #샤모니, #CHAMONIX, #에귀디 미디, #제로그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