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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반도에는 카눈·볼라벤·덴빈·산바 등 4개의 태풍이 잇따라 상륙해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한 해 동안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지난 1962년 이후 50년만의 일이었다.

전 세계에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태풍의 발생빈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록적인 한파와 폭염·태풍 등 이상 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인제대 박종길 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 소장(환경정보공학과 교수)을 지난 21일 만나 효율적인 대처방안에 대해 물어봤다.

때마침 이날은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에서 방재학회가 열렸다. 학회에 참석차 들른 박 교수를 한양대 제2공학관에서 만나 기후변화와 태풍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박종길 인제대학교 환경정보공학과 교수(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 소장)
 박종길 인제대학교 환경정보공학과 교수(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 소장)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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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진전될수록 태풍 출현도 그만큼 잦아져

"온실가스를 줄여서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진행 중인 기후변화 현상에 적응해가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박 교수는 이 말을 시작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어 '태풍'의 정의부터 내렸다.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엄청나게 공급받아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 채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 현상을 태풍이라 한다."

박 교수는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그것이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는 생각을 그 당시에는 별로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것이 기후변화와 관련 있음을 계속 언급하는 가운데 미국 연방비상관리국(FEMA)처럼 재해규모를 예측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재해평가 모형'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비 없이 있다가는 막대한 피해를 낳는 태풍. 이러한 태풍에 대처하기 위해 인제대 부설 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는 기상청에 '방재기상 예보'를 제안했다. 기후변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규모를 넘어설 정도의 이상 기상현상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재해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태풍은 해상 수온이 26.5℃ 이상 되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바닷물이 증발해 수증기가 되면 하늘로 올라가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로 변하면서 열을 방출한다. 이 열로 대기는 더욱 따뜻해지고 바다에서 만들어진 수증기는 하늘로 올라가 커다란 비구름을 형성한다.

박 교수는 "지구가 더워지면 수증기 증발이 많아지기 때문에 태풍도 자주 나타난다"며 "바닷물의 증발이 일어나는 곳에서 태풍이 만들어지는데 따뜻한 바다의 면적이 계속 넓어지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태풍 장점도 있다... 지구 에너지 균형·가뭄해소·에너지 생산 등

태풍은 강한 바람과 호우로 우리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지만, 재해 예측 모형을 통해 피해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태풍이 생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는 저위도 지방의 풍부한 에너지를 중·고위도 지방으로 옮긴다. 축적된 에너지는 비를 통해 방출하는데 이때 에너지 불균형이 조절돼 지구 에너지의 평형이 이뤄지기도 한다. 또 강한 비바람을 통해 바닷물의 순환을 돕기도 한다.

박종길 교수
 박종길 교수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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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태풍은 잉여 에너지를 고위도로 옮겨 지구 에너지 평형에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가 잘 오지 않는 지역에 가뭄 해소도 한다. 또 태풍의 강한 바람을 역 이용하면 풍력에너지와 같은 에너지 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태풍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수자원, 수질 개선 등의 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경우 풍력발전기의 가동 시간을 폭풍 접근 여부에 따라 조절하고 있다. 태풍·폭풍이 올 경우 한계풍속 이상이 되면 발전기 가동을 멈춤으로써 가동 효율을 높이고 있다는 것.

박 교수는 지난해 여름 태풍의 구조를 밝히기 위해 기상청과 함께 제주도에서 태풍 집중관측에 나섰다. 이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지상관측 장비는 물론 윈더프로파일러, 라디오존데, 레이더, 2DVD Distrometer 등과 같은 기상장비를 총 동원했다.

하지만 태풍이 이를 알고 피했는지 실제 많은 비를 동반한 기상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이번 여름에도 태풍의 길목인 제주도에서 집중관측을 계획하고 있다.

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 통해 기상청에 '폭염특보' 처음 제안

2003년 설립된 인제대 부설 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는 기후변화 및 대기오염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보건환경(생명)기상, 지역 환경문제를 진단하고 예측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또 기상정보의 효율적인 활용과 평가, 기상재해 및 관측기술 개발, 지역 내 발생하는 위험 기상 연구 및 관련 교육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센터 설립 후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보건기상정보'에 관한 연구였다.

박 교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온도상승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기상청에 보건기상에 대한 연구 제안을 했고 그 결과 '폭염주의보 특보'가 만들어졌다는 것.

현재는 폭염특보를 넘어서 '폭염의 해법'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그는 "열수지 모형을 개발해 폭염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고 연구 중에 있다"며 "현재 폭염특보 발효되면 정부·지자체·학교 등에서 어떻게 피해를 줄이고 대비할지 잘 몰라 그와 관련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계획은 기상정보에 경영학적 마인드를 입히는 것이다. 생명·보건기상과 방재기상 등과 같은 기상정보에 경영학적 마인드를 도입하면 산업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실제로 우리나라 유통업체인 이마트의 경우 '날씨경영'을 도입해 재고를 줄이고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함으로써 이익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이냐 맑은 날이냐에 따라 농산물과 수산물의 수급에 큰 영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형 재해평가 예측 모형 '태풍 내습 시 피해액 산정 시스템' 개발

기후변화 속도는 매년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저감도 중요하지만 이미 변화하고 있는 기후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종길 교수
 박종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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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박 교수는 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를 통해 한국형 재해평가 예측 모형인 '태풍 내습 시 피해액 산정'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했다. 이 사업은 기상청 기상기술개발사업단과 교육과학기술부 도약연구사업 전략분야 연구과제로 시작해 성과를 낸 것.

기존에는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해 오면 태풍의 진로와 강풍과 호우를 예보했다. 하지만 '태풍 내습 시 피해액 산정 시스템'을 활용해서 진행 중인 태풍으로 어떤 지점이 특정 시간대에 얼마의 피해를 낼지 자세한 예측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

박 교수는 "예를 들어 '25m/s의 강풍이 불고 150㎜의 호우가 내린다'고 예보하면 기상·방재 분야의 종사자들은 피해를 알지만 일반인들은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태풍 내습 시 피해 산정 시스템으로 예보하면 일반인들도 피해정도를 바로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시스템의 특징은 '3초 가스트(3-second gust· 3초 사이에 부는 강한 바람)'를 통해 그에 따른 구조물의 피해규모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상청의 바람 관측은 지상 10m 고도에서 관측된 값으로 10분 평균 풍속으로 나타냈다. 태풍을 예보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3초 이내에 발생하는 강풍으로 예보를 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피해를 줄이고 있다고 한다.

박 교수는 "강풍에 의한 피해는 순간 최대풍속에 의해 피해를 입는 것이지 10분 평균풍속으로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다"며 "이미 폭염·태풍이 매년 찾아오고 있고 태풍의 강도와 빈도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들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도 사전 방재활동을 통해 실제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방재 개념(예방-대비-대응-복구)은 사후복구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의 경우에는 준비-대응-복구-완화·저감 등으로 '완화 또는 저감'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우리보다 먼저 재해규모를 평가·예측하는 시스템이 개발됐고, 이를 재해 복구예산 산정에 활용하고 재해보험에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방재개념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면 태풍에 적절히 대비하면서 인명·재산 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종길 교수
 박종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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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박종길 인제대학교 환경정보학과 교수(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 소장)

▶부산대학교 지구과학과 대기환경학 박사 ▶前 한국기상학회 이사 ▶前 기상청 기상관측표준화위원회 위원 ▶前 한국환경기술진흥원 환경기술심의위원회 위원 ▶前 한국철도공사 환경자문위원 ▶現 인제대학교 환경정보공학과 교수 ▶現 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 소장 ▶現 한국환경과학회 회장 ▶現 기상청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기후변화 , #태풍, #재난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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