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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도중 목을 축이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도중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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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정홍원'은 국회의 현미경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까.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0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된다. 정 후보자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첫 날인 20일에는 정 후보자가 총리직 수행에 필요한 국정운영 능력을 갖췄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하게 된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기존 방식과 달리 날짜별로 주제를 정했는데, 이날 국정운영 능력 검증에 이어 21일에는 공직 활동과 도덕성 문제 등을 낱낱이 파헤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 아들의 병역 면제와 후보자의 편법 재산 증식 의혹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지난 8일 지명 당시 본인을 '보통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을 국민 눈높이에 비춰볼 때, 그는 '보통사람'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박근혜 새 정부 첫 인사청문회라는 점에서, 향후 예정된 장관 인사청문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장관후보자 제대로 검증했나"는 물음에 정홍원 "공개자리에서..."

'이동흡 낙마'로 탄력을 받은 야당은 일찌감치 정 후보자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며 잔뜩 벼루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20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민주당의 할 일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법 절차에 따라 집요하게 따지고 또 따지고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우선 검사 이외에 이렇다 할 이력이 없는 정 후보자의 국정 수행 능력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검사생활만 30년간 해온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국정 전반을 아울러야 하는 총리로서의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집중 검증할 예정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때 공약한 '책임총리'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도 캐물을 예정이다. 정 후보자가 첫 내각 국무위원(장관) 제청권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물론, 국무위원에게 제기되는 자질 시비에 대한 책임 문제도 관건이다.

실제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정홍원 후보자에게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했느냐?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 절차에 참여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제청은 했지만, (검증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공개적 자리에서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피해갔다.

홍익표 의원은 "탈세·병역·위장전입 등 장관 후보자들의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개정안 통과가 안 됐는데, 직제에도 없는 부처 장관에 대한 임명 제청을 박 당선인에게 했느냐. (했다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그 점에 대해서 고민도 했지만, 새 정부 출범이 너무 임박했다. 한 없이 늦출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같은 당의 이상규 의원도 "책임총리가 맞느냐. 인사제청권을 행사했느냐"며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팀에 국무총리실도 참여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이번에도 "총리실은 검증팀에 따로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시스템에 대해서는 안 밝히는 게 좋겠다"고 답변, '책임 총리' 구현에 대한 의구심을 남겼다.

대신 정 후보자는 "어떻게 책임총리를 구현할 것이냐"는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총리에게 부여된 헌법 권리와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라면서 "각료에게 전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게 중요한 역할이다.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또 "(책임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여 행정 각 부처를 통괄 지휘 감독하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정 후보자는 지난 8일 지명 당시 "(대통령을) 정확하고 바르게 보필하는 게 책임총리"라고 말해, 빈약한 총리관의 일면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정 후보자는 "(내가) 미숙해서 보필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오해가 일어났다"며 "내 과거 경력을 보면 역할에 소홀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 청문위원들은 김종훈 미래과학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의 부적격성에 대한 정 후보자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장관 후보자 제청은 정 후보자가 지명된 후 첫 임무를 행사한 것인데 결과가 매우 실망스럽다"며 "하자 종합 백화점"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정 후보는 "장관 후보자의 긍정적인 면도 봐달라"고 말했다.

병역면제·투기·탈세 등 제기된 의혹만 10여 개... '보통사람' 맞나?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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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검증 공세는 도덕성 등을 다루게 될 21일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아들 병역면제 의혹, 고문변호사 시절 재산증식 의혹, 김해시 땅 투기 의혹, 사내 정보 이용 주식투자 의혹, 부인 동반 외유성 출장에 공금 사용 의혹 등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들만 10여 개가 넘기 때문이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 봤을 때, 정 후보자가 스스로 '보통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정 후보자에게 일가의 증여 문제에 대한 자료 제출을 압박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전 의원은 "아들 부부에게 후보자와 외삼촌, 이모로부터 4년 동안 4억 7000만 원이 증여됐고, 후보자 자신도 월수입이 4000여만  원에 불과한데 아들 내외에게 1억 원의 증여도 한 바 있다"며 "후보자는 10억 원의 예금이 있음에도 처남으로부터 1억 9000만 원의 사무실 매입비용을 증여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혹이 있음에도 정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 후보자는 친인척 간의 수상한 현금거래가 증여세 탈루 목적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후보자는 2009년 아들에게 2억 원, 2012년 며느리에게 1억 원 등을 증여했고, 외삼촌·이모까지 동원된 가족 간 현금거래액이 수억 원대에 이른다. 현금 증여에 대해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해 친인척까지 동원해 자금 세탁을 했다는 의혹이다.

무엇보다 정 후보자 아들 우준씨의 병역 면제가 가장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앞서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경우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이 불거지자, 결국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따라서 야당은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4년 뒤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정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을 집중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정 후보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허리디스크로 병역 면제를 받은 우준씨가 1년 뒤 장시간 책상에 앉아있어야 하는 사법시험 준비를 해 합격했다는 점에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전관예우 의혹도 제기됐다. 정 후보자는 지난 2006년 예금이 4억 8천여 만 원이라고 신고했는데, 2년 동안 고문 변호사로 일한 뒤인 2009년에는 10억 3천여 만 원으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가 퇴임 후 전원주택을 건축할 목적으로 매입했다는 경남 김해시 삼정동 땅을 비롯해, 법조타운으로 지정되기 직전 매입한 부산 제성동 주변 땅에 대해서는 투기 의혹이 일고 있다. 

정 후보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시절 공금으로 부인과 동반해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15일 동안 멕시코, 브라질, 페루, 미국 등을 다녀왔는데, 출장 경비는 수행자를 포함해 3900만 원에 이른다. 정 후보자는 이미 국민주택 청약 1순위 유지를 위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 외에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된 부동산이 너무 많다는 점, 부실 운영으로 문제가 됐던 저축은행의 법률고문을 맡았던 전력 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22일 오전 참고인·증인들을 불러 도덕성 등에 대한 추가 검증을 벌인 뒤, 이날 오후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게 된다.


태그:#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병역 면제 , #책임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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