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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 2.18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 추모식에서 유족과 참가자들이 묵념을 올리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 2.18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 추모식에서 유족과 참가자들이 묵념을 올리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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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참사10주기 추모식에서 유족들이 흐느끼고 있는 모습.
 대구지하철참사10주기 추모식에서 유족들이 흐느끼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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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너의 눈망울이 웃는다. 그러면 엄마도 따라 웃는다. 어느 날은 심통이 났다. 그러면 이 엄마는 안절부절 화가 난다. 어느 날은 네가 운다. 엄마는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는다. 그러다 문득 내가 미친 게 아닌가 싶더라... 잃어버린 10년을 상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시간들이 억울하고 분하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 10주기를 맞아 유족단체들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추모행사를 열었고, 대구시는 유족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대신 별도로 추모식을 열었다.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와 2.18 유족회 등 희생자단체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2.18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 추모위원회는 18일 오전 대구문예회관 비슬홀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하철참사 10주기 범시민추모식을 거행했다.

10년 전 화재사고가 일어난 오전 9시 53분에 묵념한 뒤 경과 보고, 넋 모시기, 종교의식, 추도사, 추모의 노래, 넋 보내기, 분향 및 헌화의 순으로 추모식이 진행됐다.

지하철화재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한 딸을 잃은 황명애씨가 추도사를 읽어내려가다 "이제 우리 딸에게 멋진 짝을 만들어주고 싶어졌단다"라고 하자 일부 유족은 큰 소리로 울며 흐느꼈고 다른 유족과 참석자들도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일본 후쿠치마야선 탈선 사고 유족인 후지사코 미츠코씨도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후지사코씨는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를 애도하고 이 사회의 안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참석했다"며 "유족들을 만나면서 언어는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은 통하고 있다는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참사10주기 추모식에서 마임이스트 조성진씨가 넋 보내기 마임을 하고 있다.
 대구지하철참사10주기 추모식에서 마임이스트 조성진씨가 넋 보내기 마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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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행사에 참석한 유족들은 대구시가 팔공산에 있는 시민안전테마파크 일대를 추모공원으로 조성하고 수목장을 허가하기로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유족들만 갈라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딸을 화마에 잃고 10년 동안 지하철참사 관련 자료수집을 해왔다는 윤근씨는 "대구시가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에 위령탑을 세우고 192그루의 나무를 심어 수목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키지않고 오히려 유족단체를 공원법과 장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며 분노했다.

정치권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이날 추모식에는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민주통합당 홍의락 의원과 이승천 대구시당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2009년 추모행사에 참석해 '추모재단 설립이 어렵게 되면 도움을 주겠다'며 서상기 국회의원을 소개해 줬지만 서상기 의원은 추모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가 17일 갑작스럽게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며 비난했다.

윤 위원장은 주호영 새누리당 대구시당 위원장도 추모위 추진위원들 중에 시민단체와 진보단체가 구성된 것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해왔다며 "추모행사에 여와 야가 따로 있고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느냐"며 비난했다.

위령탑 참배에 인근 상인대책위 반발

대구지하철참사10주기를 마친 유족들이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아 참배하려 했으나 인근에 있는 상가연합회 회원들이 막아서 대립하고 있다.
 대구지하철참사10주기를 마친 유족들이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아 참배하려 했으나 인근에 있는 상가연합회 회원들이 막아서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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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화재참사 10주기를 맞은 18일 오후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은 유족이 위령탑 앞에서 국화꽃으로 이름이 새겨진 부분을 닦아내고 있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 10주기를 맞은 18일 오후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은 유족이 위령탑 앞에서 국화꽃으로 이름이 새겨진 부분을 닦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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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를 맞아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은 한 유족이 나무 밑에 흰 국화꽃을 꽂고 있다. 유가족 일부는 이곳에 수목장을 했으나 대구시로부터 암매장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를 맞아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은 한 유족이 나무 밑에 흰 국화꽃을 꽂고 있다. 유가족 일부는 이곳에 수목장을 했으나 대구시로부터 암매장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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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식을 마친 유족들은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아 위령탑에 참배하려 했으나 미리 위령탑 주위에 모인 인근 상가 주민들로 구성된 상가번영회가 이들을 막아섰다.

팔공산 위락단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 40여 명은 위령탑 주위에서 "팔공산에 추모사업 결사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싸이렌을 울리고 음악을 트는 등의 방법으로 유족들의 참배를 막았다.

김남호 팔공산상가번영회 회장은 "이곳은 추모탑도 아니고 묘지도 아니기 때문에 추모행사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대구시도 추모탑과 수목장을 이곳에 모시기로 약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대구시와 약속해 조성된 시민안전테마파크는 희생자 192명의 영혼이 잠든 묘역이라며 중앙정부가 약속했고 대구시도 이곳에 희생자들을 모실수 있도록 이면합의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위령탑 앞에서 참배를 하는 대신 위령탑 주위의 나무와 잔디밭에 국화꽃을 놓고 참배하는 것으로 추모행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일부 유족은 위령탑 앞에 앉아 오열하고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부위를 손수건으로 닦아내기도 했다.

대구시, 별도 추모식 거행... 시장 "내년에는 유족단체도 함께하기를"

김범일 대구시장이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를 맞아 18일 오전 중앙로역에 별도로 마련된 추모대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를 맞아 18일 오전 중앙로역에 별도로 마련된 추모대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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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를 맞은 18일 오전 또다른 유족단체인 대구지하철비상대책위측이 경북대 글로벌프라자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를 맞은 18일 오전 또다른 유족단체인 대구지하철비상대책위측이 경북대 글로벌프라자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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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희생자대책위 등의 추모식과 별도로 대구시는 이날 오전 9시 중앙로역에 차려진 추모대에서 별도의 추모식을 했다. 대구시는 이날 시 산하 211개 기관에 조기를 내걸고 직원들은 검은 리본을 달았다. 이재술 대구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단과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공무원들도 중앙로역을 찾아 참배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시가 주관한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범일 시장은 "추모식을 합동으로 하도록 노력했지만 잘 안돼 유족단체들이 별도의 추모식을 했다"면서 "내년에는 꼭 참석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이번뿐만이 아니라 시장 임기 내내 유족들의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하철참사비대위와 부상자 단체 회원 60여 명은 경북대학교 글로벌프라자 경하홀에서 별도의 추모식을 하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태그:#추모행사, #대구지하철참사10주기, #대구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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