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내정자
ⓒ 연합뉴스
저축은행 비리 엄단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비리를 저지른 저축은행 회장을 변호한 사람이 청와대에서 공직 기강 확립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검사 출신인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내정자에 대한 자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곽 내정자는 2011년 이명박 정부 최대 민생 실패의 사례인 저축은행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년 뒤,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리고 불법대출을 해줘, 예금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변호를 맡았다.

이 때문에 곽 내정자가 민정수석을 맡기에는 도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그는 조작 논란이 제기된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수사 검사였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크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당시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밝혔고,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재심을 결정했다.

18일 윤창중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곽상도 내정자 인선 배경에 대해 "20여 년간 검찰에 재직해 오신 분"이라는 설명만 내놓았다. 다른 언급은 없었다.

"비리 엄단" 강조 1년 뒤 비리 저축은행 회장 변호

2003년 수원지검 특수부는 안양 대양상호신용금고 불법 대출 사건을 수사했다. 상호신용금고는 현재의 저축은행이다. 이 사건으로 기업인수에 힘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돈을 받은 김방림 민주당 의원이 구속됐고, 박지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소환조사를 받았다. 당시 특수부장이 바로 곽상도 정무수석 내정자다.

2011년 저축은행 비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곽상도 내정자는 그해 5월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10년 전과 동일한 형태의 범죄가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에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부가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도 고질적인 병폐를 발본색원하는 계기가 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곽 내정자는 이듬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변호사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지난해 5월 회사 돈 200억 원을 빼돌린 후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잡혔다. 미래저축은행은 앞서 김 회장의 횡령과 불법대출로 그날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그의 도피는 저축은행 비리자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혔다.

곽 내정자는 김 회장을 변호하면서 "김 회장이 지인들 명단을 검찰에서 진술했으며 개인적으로 빼돌린 돈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난 1월 570억 원을 횡령하고, 5200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통해 회사에 3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예금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신용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저축은행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사실상 은행을 개인의 사금고로 만들었다"며 "영업정지 직전엔 대표이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해외 밀항까지 시도하는 등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수사에 참여... 진실위 진실 규명에 반발

곽상도 내정자는 검사 시절 6공화국의 대표적인 공안사건인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수사에 참여한 바 있다. 이 사건은 1991년 대학생과 재야단체 인사들이 잇따라 분신하는 '분신정국'에서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에서 비롯됐다. 강기훈씨는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며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강씨는 줄곧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199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쓰지 않았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고 사법부에 재심을 권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당초 결정을 뒤집고 김씨의 유서는 강씨가 아닌 본인의 필적이라고 밝혔다. 2009년 9월 서울고법은 "유죄 확정 판결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며 재심을 개시했다.

하지만 곽상도 내정자를 비롯한 검찰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이었던 곽상도 내정자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진실위가 '조작'이라고 하는데 그 의미가 뭔지 납득이 잘 안 간다"며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 사안을 이제 와서 문제 삼아 어떡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반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는 "당시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은 조사 결과에 승복하고 고백하기보다는 평가절하하고, 자신들의 책임만을 모면하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아직도 현직에 남아 있는 사건 조작의 책임이 있는 검사들은 당장 현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검찰은 항고했고, 대법원의 재심 결정은 미뤄졌다. 이후 강씨의 간암 투병이 알려지고, 재심을 촉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재심을 최종 결정했다. 그해 12월 강씨는 첫 재심 공판에서 "20년 전 검찰의 공소장은 참으로 한심스럽다"며 "거대한 거짓, 모략, 허구, 비상식에 바탕을 둔 괴물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태그:#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내정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