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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봉에서 바라보는 한강 너머의 북한땅
 애기봉에서 바라보는 한강 너머의 북한땅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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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다에서는 백령도, 한강에서는 애기봉, 휴전선 일대에서는 경기도의 열쇠전망대와 강원도의 통일전망대 등이다. 만주에 가서는 백두산 천지, 신의주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압록강 유람선, 북한땅의 풀잎까지 손에 잡아볼 수 있는 두만강 뗏목 위 등이다.

물론 북한땅으로 들어가면 가까이에서 보는 정도가 아니라 직접 발로 그 흙을 밟아볼 수 있고, 북녘사람들과 대화도 나누어볼 수 있고, 대동강맥주를 마시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사는 특이한 감정을 되새겨볼 수도 있다. 평양, 개성, 금강산 등지가 바로 그곳이다.

그러나 누구나, 아무 때나 그런 곳들을 가볼 수는 없다. 돈과 시간 여유만 있으면 갈 수 있는 백두산도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지만, 평양, 개성, 금강산은 정말 아득한 곳이다. 헌법상으로는 엄연히 대한민국 영토인데도 '국민'이 갈 수 없는 곳, 그래서 대동강 을밀대, 개성 박연폭포, 해금강 총석정 등을 우리는 더욱 가보고 싶은지도 모른다.

개성 선죽교 앞 기념 매대의 북녘 판매원 * 김두현 작 - 본 기사의 사진들은 전시장의 작품을 재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유리창에 타 사물이 비치는 등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둡니다.
 개성 선죽교 앞 기념 매대의 북녘 판매원 * 김두현 작 - 본 기사의 사진들은 전시장의 작품을 재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유리창에 타 사물이 비치는 등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둡니다.
ⓒ 김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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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 입각하여 민족 화해, 그리고 평화통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함을 목적으로' 창립되어 10년째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남북한에 대한 균형잡힌 이해에 기반한 남북관계 및 통일문제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체험과 문화를 중심으로 한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시민적 통일기반 확대를 위해 다양한 통일운동을 진행'해온 대구의 시민단체 <평화통일시민연대>가 2월 16일부터 서현교회빌딩 1층 갤러리GNI에서 북한 사진전을 열고 있다. 사진전의 제목은 "그리운 산하! 반가운 얼굴! 미리 본 통일".

북한 구경을 해보지 못한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사진전이다. 실물을 볼 수 없으면 사진으로 대신하는 것이 사진기가 발명된 이후 사람들의 인지상정 아니던가. 이산가족찾기가 온 국민의 눈물을 자아낸 데에는 떠나온 실향민의 가슴에 걸린 빛바랜 사진 한 장도 큰 몫을 하였다는 말이다.

평양 칠골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성가대 - 도영주 작
 평양 칠골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성가대 - 도영주 작
ⓒ 도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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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의 사진전에서는 '놀라운' 풍경들도 볼 수 있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평양 칠골교회 성가대가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이 가장 이채로웠다. 북한 교회의 신도들도 저처럼 찬송가를 열렬히 부르는구나! 도영주 작가의 사진 앞에서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같은 작가의 사진 중에는 만경대 앞을 지나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병사들은 앞을 바라보며 행진하고 있다. 병사들의 오른쪽에는 김일성 또는 김정일의 사진인 듯한 조형물이 뚜렷하게 보인다. 대형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병사들은 이곳에 '정신교육'을 받으러 온 듯이 여겨진다.

만경대 앞 북한 군인들 * 도영주 작
 만경대 앞 북한 군인들 * 도영주 작
ⓒ 도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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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민속여관의 가을 * 김두현 작
 개성 민속여관의 가을 * 김두현 작
ⓒ 김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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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에서 '개성 민속여관의 가을'도 본다. 김두현 작으로, 전통 와가로 된 1970년대 남한 전통 여관을 보는 듯 정갈한 담장과 화단이 고풍스럽다. 여관 앞 보도에 깔린 네모난 벽돌들이 좌우로 다른 문양을 하고 있는데, 한쪽은 정방형을 닮은 돌로 깔려 있지만, 다른 한쪽은 직사각형 벽돌로 짜맞추어진 점이 눈길을 끈다. 게다가 가운데는 좌우 통행을 구분하는 중앙선인 양 세로로 일직선의 돌선을 놓고 있어 특이하다. 결론을 말하면, 한번 가서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개성이라면 단연 선죽교가 떠오른다. 그런데 사진전은 선죽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볼 수 없는 박연폭포의 장관까지 보여준다. 얼어붙은 폭포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깨알처럼 조그맣게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박연폭포의 위용은 정말 대단한 듯하다. 역시,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을을 잘 불러일으켜주는  좋은 작품이다.

겨울의 박연폭포 * 도영주 작
 겨울의 박연폭포 * 도영주 작
ⓒ 도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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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에서 뱃놀이하는 사람들 * 도영주 작
 대동강에서 뱃놀이하는 사람들 * 도영주 작
ⓒ 도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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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은 온정각 새해 평화통일 연날리기, 평양의 관문 평양순안공항, 개성 선죽교 앞 기념 매대의 북녘 판매원, 북녘의 크리스마스 풍경, 평양 동명왕릉, 개성 왕건릉 등등 볼 만한 작품들이 많아 눈길을 끈다. 물론 백두산, 금강산, 해금강, 삼일포, 신의주, 압록강, 두만강 풍경도 빠짐없이 전시되어 있고, 이곳저곳의 문화유산 사진들도 상당수 있어 사진전의 의미를 한껏 높여주고 있다.

특히 사진전은 '방북 사진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북한 사람들의 얼굴도 많이 보여준다. 나는 그들의 표정을 유심히 본다. 만약 실제로 북한에 가서 그곳 주민들과 대면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아무려면 처음 보는 사람끼리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사진인데 어떠랴. 지금 안 보면 언제 이처럼 뚫어지게 볼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 탓인지, <대동강에서 뱃놀이하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의 사람들까지도 나는 '안광이 지배를 철할' 정도로 관찰하듯 살핀다. 실제로 보이지는 않지만 내 머리 속에는 그들의 표정이 그려지는 듯 선명하다.

하지만 총석정은 여전히 볼 수 없었다. 길이 끊겨 외금강도 볼 수 없게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총석정 타령까지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언제가 되어야 총석정 구경을 제한없이 할 수 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밀물처럼 밀려 왔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진전에서 총석정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직 남한에서 간 관광객 중에는 총석정을 찍은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지만 그 '옥의 티'는 평화통일시민연대가 만든 것은 아니다. 지구상 유일의 분단 상황이 낳은 비극의 현주소일 뿐이다. 그것이 이 사진전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의 '창립 10주년 특별 방북 사진전', 놓치지 않고 한번은 둘러볼 만한 희귀한 구경거리다.

사진전 22일까지 계속, 21일에는 후원의 밤 행사도 열려

사진전은 22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전화는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010-5880-7708, 053-254-5615). 오는 2월 21일(목) 오후 7시30분에는 사진 전시장에서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창립 10주년 후원의 밤 행사도 계획되어 있다.

서현교회빌딩 1층의 GNI갤러리 입구에 걸려 있는 사진전 현수막
 서현교회빌딩 1층의 GNI갤러리 입구에 걸려 있는 사진전 현수막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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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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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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