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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전도식 가동보 수문이 열린 채 빨간 원 안에 작업 인부들이 물속에 장비를 가지고 들어가서 보강공사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중간에 전도식 가동보 수문이 열린 채 빨간 원 안에 작업 인부들이 물속에 장비를 가지고 들어가서 보강공사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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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력발전소는 가동을 멈춘 채 잠수부가 동원되어 보강공사를 하는가 하면 유실과 재퇴적 등 금강은 심각할 정도로 4대강 사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금강을 둘러본 조사단은 "총체적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15일 4대강 조사위원회(단장 박창근 교수), 환경운동연합 박창재 활동처장과 활동가,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대전, 충남, 충북, 전북 70여 개 시민사회단체)의 유진수 운영위원장 외 대전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등이 제7차 금강정비사업구간을 현장조사한 결과, 부실시공이 의심되는 흔적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가동보 수문에서 쏟아지는 물... "봄장마 준비 점검하는 것일 뿐" 

취재가 시작되자 좌측 빨간 원 안에 잠수부가 물속에서 나와서 작업이 중단됐다. 우측 전도식 가동보가 서로 맞물리지 않으면서 틈으로 물이 새고 있다.
 취재가 시작되자 좌측 빨간 원 안에 잠수부가 물속에서 나와서 작업이 중단됐다. 우측 전도식 가동보가 서로 맞물리지 않으면서 틈으로 물이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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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첫 번째로 찾아간 세종보. 수력발전소는 가동되지 않았고 10여 명의 보수직원이 투입된 가운데 보 중간에 전도식 가동보의 수문이 눕혀진 채 보수공사로 보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력발전소 인근 가동보 수문은 중앙 부위 틈에서 많은 양의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매서운 추위에도 잠수부들이 물속에서 공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창근 교수는 "전도식 가동보 이음새 부분이 뒤틀린 것으로 보인다"며 "장비들까지 동원되어 한겨울에 공사를 한 정도라면 보 자체에 심각할 결함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는 "봄장마를 준비하면서 점검을 하는 것이다"고 말하면서도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대교천 도로 진입로부터 보행교 교각까지 200m 정도의 구간에 콘크리트가 손으로 만져도 깨질 정도로 널브러져 있어 박창근 교수가 손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대교천 도로 진입로부터 보행교 교각까지 200m 정도의 구간에 콘크리트가 손으로 만져도 깨질 정도로 널브러져 있어 박창근 교수가 손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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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대교천으로 이동했다. 차량에서 내리던 조사단의 눈앞에는 깨지고 부서진 채 널브러진 자전거도로가 보였다. 일행 중 한 명이 콘크리트 구조물을 손으로 만지자 와르르 부서져 버린다. 인근에 설치된 보행교 및 자전거 도로의 콘크리트는 발길만 닿아도 부서지고 깨지고 있었다.

대교천의 교각도 마찬가지로 교각을 지탱하는 보호공은 유실되고, 하상유지공도 떠내려가고 파인 채 방치되어 있었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길도 지난해와 반대쪽으로 흐르면서 역행침식과 재퇴적 등이 있었고 보행교 교각과 도로의 이음새도 1.3cm 정도로 핸드폰이 쑥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창근 교수는 "자전거도로와 보행교 교량과 만나는 지점에 접합부 부분은 시공시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함에도 시공 오차범위를 벗어난 부실로 이곳뿐 아니라 본류와 지천이 만나는 지점에는 홍수 때 교량만 달랑 남은 채 다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바닥보호공 유실 아니면 주저앉았다"... 역행침식에 콘크리트는 무너져

물받이 공이 드러나면서 사석 보호공이 듬성듬성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
 물받이 공이 드러나면서 사석 보호공이 듬성듬성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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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찾아간 '공주보'도 수력발전소는 가동이 중단되어 중간에 수문이 열린 채 어김없이 공도교 교각보호공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복합형 어도도 물이 흐르지 못하고 바닥이 말라가고 어도에 설치된 물고기 이동을 조사하는 시설물이 부서진 채 처박혀 있다. 물이 빠지면서 물받이공이 드러나고 사석보호공이 상당량 유실된 것으로 보였다.

박 교수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물받이공 너머에 설치된 바닥보호공이 유실된 거 아니면 주저앉았다, 보 좌우 콘크리트 이음새 부분이 이격되어 벌어지고 깨지고 있다"며 "더욱이 좌측 하류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물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강과 어천이 만나는 합수부 지점으로 역행침식 때문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높이 10m, 길이 100m 정도가 유실되어 방치되고 있다.
 금강과 어천이 만나는 합수부 지점으로 역행침식 때문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높이 10m, 길이 100m 정도가 유실되어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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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행침식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이 100m나 날아간 어천 합수부 임장교를 찾았다. 박 교수는 "사석이 유실되고 밑바닥이 파이면서 구조물이 주저앉은 것으로 보아 전형적인 역행침식이다"고 지적하며 옆에 설치된 '공주보' 임시 폐기물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인적이 뜸한 이런 곳에 쓰레기를 쌓아 놓으면 장마에 그대로 강으로 유실될 것이다"고 혀를 찼다.

백제보의 열린 창고에는 녹조제거제가 쌓인 채 수력발전소도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보 하류 수문 가까이에는 수자원공사 보트가 떠다니고 있었지만 무슨 일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박창근 교수는 "하류 지역에 많은 유실로 보강했는데 수력발전소 아래쪽은 다시 유실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익산시 화산배수장을 찾았다. 현장을 돌아본 박창근 교수는 "갈수기라고 하지만 관리수위가 있어서 발전할 수 있는데도 금강에 모든 수력발전소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으며 전 구간이 망초로 뒤덮이고 어도의 작동은 중단되어 저수호안 전체가 안정화가 안 돼 흉물스럽게 변했고 있다"고 우려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우리나라 하천에서 수온이 낮은 겨울에는 수심이 얕고 흐름이 느린 곳에 규조류가 많아져 바닥은 갈색으로 보이지만 물빛은 맑았다. 그런데 4대강 사업 중에는 흙탕물이 사업이 끝난 이후와 오늘은 물빛이 녹회색으로 흐려졌다.

한겨울에도 정체되어 여전히 자라고 있는 녹조

좌측 정민걸 교수와 우측 박창재 처장이 공주보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좌측 정민걸 교수와 우측 박창재 처장이 공주보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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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대 환경교육과 정민걸 교수는 "아마도 보 때문에 정체된 물의 표면이 강한 햇빛을 받아 표층 수온이 올라가서 녹조가 많이 자라 그런 것 같다"며 "인의 유입이 많은 우리나라 강을 보로 막으면 당연히 예상되었던 일이기는 하지만 겨울까지 이렇게 심할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공주보와 세종보의 어도에는 물이 실질적으로 흐르지 않았다. 어도가 없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정 교수는 "사업 이전부터 4대강 사업에서 계획된 어도는 갈수기는 물론 수문을 열 때 물이 흐를 수 없어 실질적으로 어도라고 할 수 없는 구조였다"라고 비판했다.

유진수 운영위원장은 "지난 3년간 4대강 공사로 때문에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고 지적했던 부분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고, 준공하고 1년도 안 된 상태에서 심각할 정도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수자원공사도 그냥 관리만 할 뿐 생태계, 수질, 수량 등 관리를 전혀 못 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박창재 처장은 "그동안 봐왔던 습지나 철새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겨울철에 보여야 할 가창오리, 고니, 청둥오리 등 새들이 전혀 보이지 않고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며 "자전거도로와 공원도 겨울이라고 하지만 이용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허구이며 쓸모없는 사업이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4대강 조사위원회는 오늘 금강을 시작으로 영산강, 낙동강, 한강 등 8~10여 일 일정으로 4대강 전 구간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다음 달 정도에 지난 3년간의 4대강 자료를 총 집합하는 종합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상) 보행교의 교각보호공 및 하상유지공이 유실되고 재퇴적이 일고 있다. (중) 교각과의 이음새 부분이 핸드폰이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져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하) 자전거 도로의 200m 정도의 곳곳이 발로 건드려도 깨지고 부서져 버렸다.
 (상) 보행교의 교각보호공 및 하상유지공이 유실되고 재퇴적이 일고 있다. (중) 교각과의 이음새 부분이 핸드폰이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져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하) 자전거 도로의 200m 정도의 곳곳이 발로 건드려도 깨지고 부서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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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사업, #부실공사, #역행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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