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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살이 되는 첫아이. 한 달여 전부터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겠노라 선언했습니다. 주말부부에 맞벌이인 엄마와 함께 매일 아침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그녀. 회사 내 어린이집이라 한 번도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없었던 그녀는 어린이집 졸업하기 전에 꼭 한번 '내 집'에 초대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7년 전 설날이었던 2006년 1월 29일. 자연분만을 하겠노라 다짐하며 예정일까지 회사를 다니면서도 매일 저녁 운동장 다섯 바퀴, 아파트 계단 오르내리기 그리고 오리걸음으로 마루바닥 닦기 등 자연분만에 좋다는 각종 운동으로 몸을 다진 엄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정일을 10여 일이나 훌쩍 지난 후 '나 나가겠소'란 표시로 양수를 미리 터트리고도 24시간 지난 후에야 더이상 안 된다는 의사의 수술 권유에 못이긴 척하고 세상으로 나온 그녀였습니다.

결국 생일 전주 토요일, 생일 파티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녀의 올해 생일 프로젝트를 위해서 금요일 저녁 엄마는 오후 7시 퇴근 후 회사 내 어린이집으로 그녀와 또 두살터울 그녀의 동생을 모시러 뛰어갔다가 미역국을 파는 반찬가게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다 팔렸다더군요. 그 얘기에 아쉬워하는 엄마를 보고 그녀는 "엄마가 끓이면 되지"라고 해 반찬가게 아주머니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물론, 엄마도 끓여주고 싶지... 핑계일지 모르겠지만, 이집 미역국이 참 맛있단다).

맨 오른쪽이 그녀. 왼쪽에서 두 번째는 그녀의 두 살 터울 동생입니다.
▲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맨 오른쪽이 그녀. 왼쪽에서 두 번째는 그녀의 두 살 터울 동생입니다.
ⓒ 김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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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간신히 준비한 미역국과 함께 그녀가 똑 잘라 네 명만 초대하겠다고 하던 그녀의 친구들이 도착했습니다. 회사내에서 출퇴근 시간에만 보던 아이들. 그녀는 집에 친구들이 온 걸 보고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그리고는 함께 밥 먹고, 뮤지컬 보고, 틈틈히 빈시간에 저희들끼리 정말 신나게 놀더군요.

아빠와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일하는 엄마를 둔 딸이라는 이유로 주말 부부하는 아빠와는 태어나서 한 번도 같이 살아본 적이 없고, 매일 아침 사내 어린이집으로 출근했다가 오후 7시 30분 이후에 퇴근해서 잠시 엄마가 픽업해다 놓고는 야근하러 갔다 오는 엄마. 그런 환경이였는데도 그녀는 제대로 놀줄 아는 아이로 자라있었습니다. 짜투리 시간에도 아기자기하게 놀이를 짜고, 즐기는 모습이 정말 감동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생일파티를 무사히 마치고 잠자리에 든 그녀. 엄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나 진짜 생일날 또 미역국 먹고 싶어!"

아... 그날은 정말 엄마표 미역국 맛있게 끓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엄마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생일 축하해, 그리고 앞으로도 제대로 놀 줄 아는 그런 아이로 자라렴!'

이후 그녀의 진짜 생일날, 미역국 끓이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더군다나 아침에 김에 밥 말아서 먹이다가 꾸무적댄다고 혼내고 나서야 그날이 그녀의 생일임을 깨달았습니다. '미안해'라고 말했지만 이미 아이 눈 속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녀. 일하는 엄마 덕분에 태어나 한 번도 뭉쳐살아보지 못한 가족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태그:#맞벌이, #첫번째 생일파티, #주말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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