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100원을 입금하지 못한 버스기사가 해고를 당했다. 회사는 사규에 따라 집행했다고 하지만, 버스기사 김용진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3100원을 입금하지 못한 버스기사가 해고를 당했다. 회사는 사규에 따라 집행했다고 하지만, 버스기사 김용진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문주현

관련사진보기


3100원을 입금하지 못한 버스기사에게 5일 회사가 해고를 통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 전주에 있는 전북고속 소속의 운전기사 김용진(57)씨가 1월 2일 운행한 진주에서 함양, 인월, 남원을 거쳐 전주까지의 왕복 노선 현금수입은 2만1900원. 그러나 이날 김씨가 제출한 입금봉투에는 3100원이 부족한 1만8800원만 들어 있었다.

회사는 1월 11일 김씨를 불러 차량 내부 CCTV를 판독하고 인월에서 승차한 승객이 남원에서 내리면서 김씨에게 현금으로 계산하는 것을 확인했다. 인월에서 남원까지 차비는 3100원이다. 이에 회사는 김씨에게 3100원과 함께 버스기사에게 지급되는 하루 CCTV 관리비 6000원을 회수했다. 

이후 회사는 2월 5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단체협약서 제42조(해고)1항에 근거하여 그가 '운송수입금 부정 착복행위'를 저질렀다"며 해고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착복이 아닌 실수라고 소명했지만, 결과를 바꿀 수 없었다.

김씨는 "요새 눈도 많이 오는 등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안전운전에 신경 쓰다보니 실수로 3100원을 입금하지 못했는데 착복했다고 말하면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고 무거운 처사"라고 억울함을 밝혔다. 이어 "CCTV를 함께 확인하고 이미 부족한 수입금을 다 변제했다"면서 "시인서도 요구해, 확인까지 해줬는데 너무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전북고속 관계자는 오히려 "김씨가 시인서도 써서 시인했다. 운송수입금 착복은 대한민국에서 (어느 버스 회사나) 다 해고한다"며 "해고가 부당하면 지방노동위원회 등 법적으로 김씨가 대응하면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씨가 1월 15일 작성한 시인서는 "운송수입금으로서 회사에 입금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금하지 않은 사실을 시인하며 시인서를 제출합니다"라는 내용으로, 착복·횡령을 시인하는 것은 아니다.

'돈통' 없어 현금은 기사가 직접... "거스름돈도 기사 돈으로"  

지난 1월, 회사는 김용진 씨와 함께 CCTV 판독 후 3,100원과 CCTV 관리비 6,000원을 돌려받았다.
 지난 1월, 회사는 김용진 씨와 함께 CCTV 판독 후 3,100원과 CCTV 관리비 6,000원을 돌려받았다.
ⓒ 문주현

관련사진보기


김용진 씨의 징계에 적용한 조항.
 김용진 씨의 징계에 적용한 조항.
ⓒ 문주현

관련사진보기


1월 2일 오후 3시 43분 김씨는 진주에서 출발하여 경남 함양을 거쳐 인월 터미널에서 승객들을 태우고 인월을 벗어날 무렵 인월면 시장 인근 도로에서 승객 한 명을 태웠다. 김씨는 "한 아주머니가 추위에 떨며 뛰어왔다. 회사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안타까워 우선 태웠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5시 28분경 남원에서 정차한 후, 승객은 차에서 내리며 요금 3100원을 5000원짜리 지폐로 지불했고, 김씨는 자신의 돈으로 잔돈 2000원을 내줬다. 여기까지가 지난 11일 김씨와 회사 관계자가 CCTV로 확인한 정황이다. 김씨는 "3100원을 입금봉투에 평소처럼 넣어둬야 하는데, 남원에서 바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 주머니에 넣어두고는 깜빡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북고속 기사들은 '수납기'가 없기 때문에 하루 운행을 마치고 '구간수입승차권 입금봉투'(입금봉투)에 하루 수입승차권과 현금수입금을 담아 제출한다. 그리고 현금수입은 따로 입금표에 구체적인 수입구간내역 등을 작성하여 함께 제출한다. 이를 버스업계는 '입금'이라고 부른다. '수납기' 없이 기사들이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동료 기사들도 지적했다.

동료 기사 최병용(가명)씨는 "승객이 현찰로 타면 정차하고 입금표에 바로 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두 코스를 뛰고 나면 깜빡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용우(가명, 57세)씨도 "회사가 잔돈을 구비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자기 돈으로 거스름돈을 바꾸고 하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박진승 노무사는 "시외버스에는 시내버스와 같은 일명 '돈통'이 없다. '돈통'이 없는 상황에서 회수권만 받던 사람이 현금을 특수하게 받으면서 생긴 과정에서 생긴 실수인데, 이를 해고사유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전직 기사 "재직 당시 수 차례 실수... 부족분 입금으로 마무리"

승차권과 현금을 모아 '입금봉투'에 담아 제출한다.
 승차권과 현금을 모아 '입금봉투'에 담아 제출한다.
ⓒ 문주현

관련사진보기


'입금봉투'와 함께 작성해야 할 '입금표'. 승차시마다 작성해야 하지만, 바쁠 때는 작성을 못하는 일이 생긴다고 버스기사들은 말한다.
 '입금봉투'와 함께 작성해야 할 '입금표'. 승차시마다 작성해야 하지만, 바쁠 때는 작성을 못하는 일이 생긴다고 버스기사들은 말한다.
ⓒ 문주현

관련사진보기


동료 기사들은 "진주~전주 노선은 현금 손님도 많고 중간에 정류소도 10곳 이상이다. 한 마디로 벽지노선이다"라면서 "그런데 김씨는 전북고속에서 고참으로 분류되어 그동안 안양~광주 직통노선만 뛰어서 사실 현금을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직통노선은 현금을 내고 타는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용진씨는 지난 1972년 전북고속(당시 전북여객)에 현재는 사라진 '승무원'으로 입사하여 1982년부터 운전대를 잡은 30년 베테랑 버스기사이다. 동료들의 말대로 김씨는 지난 2010년까지 안양~광주 직통노선을 운행했다. 그러다 2010년에 '체불임금 지급, 부당노동행위 근절,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새롭게 설립한 민주노총 전북고속분회에 가입하여 파업에 동참했다.

2010년 12월 8일 시작한 파업은 2012년 7월에 끝났고, 김용진씨를 비롯한 평조합원들은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김용진씨는 업무 복귀 후 기존의 안양~광주 직통노선이 아닌 벽지노선 위주로 배차를 받아왔다.

전북고속 관계자는 "실수라고 할 수 없다"면서 "과거에도 이와 같이 착복한 근로자는 모두 해고되었다. 지난 2010년에 강아무개씨는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정당한 해고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전북고속에서는 지난 2012년 김아무개씨가 2800원을 착복한 것 때문에 퇴사한 사실이 있다. 관계자의 말대로 강아무개씨도 해고되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전북고속분회가 동료들로부터 받은 자술서 내용은 전북고속 관계자의 주장과 배치된다. 최근 퇴사한 박아무개(49)씨는 자술서를 통해 "재직 당시 수 차례 현금수입금 오류를 범한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 CCTV 판독을 하고 부족분에 대한 현금을 입금시키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한국노총 조합원으로 밝힌 박진수(가명·54·10년차)씨는 "김씨와 같은 사례에 대해 회사는 CCTV 판독 후 기사의 실수로 누락된 승차권 및 현금에 대해 변제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왔다"면서 "매표소가 없는 벽지노선을 운행하다보면 현금 승객을 승차시키게 되는데, 때론 거스름돈을 제 주머니에서 꺼내줄 때도 있다. 본인도 김씨와 같은 실수를 몇 번 했고, 변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어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체불임금 5억 넘는데... 3100원 때문에 범죄자로 몰다니"

김씨가 회사로부터 받은 모범상 내역.
 김씨가 회사로부터 받은 모범상 내역.
ⓒ 문주현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고의성 있는 착복이 아니라는 주변의 주장에도 회사는 해고의 뜻을 거둘 의사가 없다는 것은 분명히 했다. 관계자는 "고의성이 있다, 없다 사람이 판단할 수 없다"면서 "그만큼 조심하고 현금이 들어오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이 다 가려줄 것"이라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김씨가 법적으로 대응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 전북고속분회 황태훈 상황실장은 "회사에서 운전원들이 현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조치는 마련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버스 기사에게 뒤집어씌우는 행위"라면서 "황의종 전북고속 사장은 법원에서 지급하라는 체불임금을 현재까지도 지급하지 않고 있는데, 처벌받지도 않는다. 그런데 3100원 입금 못했다고 우리 조합원을 범죄자로 몰고 해고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며 분노했다.  

전주지방법원 민사 2부(왕정옥 판사)는 지난해 1월 민주노총 전북고속분회가 황의종 사장에게 제기한 체불임금 소송에서 황의종 사장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101명의 버스노동자의 체불임금은 약 5억5000만 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버스기사 해고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