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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그린델발트시 세계 눈조각 대회에서 관광객이 투표로 뽑은 1등 상장
 스위스 그린델발트시 세계 눈조각 대회에서 관광객이 투표로 뽑은 1등 상장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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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뽑은 1등상! 코리아"

지난 1월 26일, 스위스 그린델발트시에서 개최한 세계 눈조각 대회에서 한국대표로 참가한 화천 선수단이 관광객 평가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선수단 일행은 코리아라는 말만 겨우 알아들었다. 독일어와 영어로 시상국을 호명했기 때문이다. 이 대회의 공식명칭은 '세계 눈 축제'(World snow festival). 축제의 역사 또한 깊다. 올해로 125번째라니 125년 동안 축제를 열어 왔다는 의미다.

참가선수는 민간인 3명과 공무원 2명으로 구성했다. 김승림 작가가 팀장을 맡고, 이정주씨와 김훈씨가 눈 조각을 담당했다. 행정지원은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조부현 담당과 지역경제과 박순신 주무관이 맡았다.

참가국은 독일, 캐나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러시아, 스위스 등 10개국. 모두 자발적으로 자비를 들여 참여한데 비해 한국(화천)만 초청국이었다. 이유는 2010년 그린델발트시와 화천군이 축제의 상호발전 방안에 대해 협약(MOU)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1일 조부현 담당과 박순신 주무관을 만나 밀착 취재하고, 그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

"남들은 기계를 들고 있는데, 우린 삽을 들었다"

세계 눈 조각 대회 1등 작품. 한글로 '축하합니다' 라고 쓴 것이 이색적이다.
 세계 눈 조각 대회 1등 작품. 한글로 '축하합니다' 라고 쓴 것이 이색적이다.
ⓒ 박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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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전자 중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들었다. 어떤 문제는 없었나?
(조부현 담당) "왜 없었겠나. 지난 1월 19일, 우리 모두는 외국 나들이 간다는 들뜬 마음에 비행기에 올랐는데, 비행기 안에서 박순신 주무관이 '계장님 큰일입니다. 우리 영어 잘 못하는데, 도착해서 뭐라고 하죠?' 라는 말에 김승림 팀장이 '그들이 초청했으니까 우릴 알아보겠지'라고 말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가서 '우리가 누구이며, 눈 조각 참여를 위해 왔다'는 표현을 영어로 어떻게 해야 할지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도착해서야 알았다. 군에서 사전에 통보했는지 엠마누엘 슐라피 그린델발트 시장이 직접 나와 우리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 눈 조각을 위한 장비는 가져갔나? 장비 운반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박순신 주무관) "우리가 가져간 눈 조각 장비는 끌 두 개와 삽 세 개였다. 눈 조각에서 그 정도의 장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착 다음날 참가한 나라에서 가져온 장비를 보고 우린 그만 기가 죽었다. 우리를 제외한 참가 9개국 선수들은 모두 눈 조각에 관한한 베테랑 국가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가져온 장비는 미니 트랙터 등 우리가 처음 보는 신식 눈 조각 장비로 무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삽과 끌을 들고 서 있는 우리 스스로 참 뻘쭘했다(웃음)"

- 눈 조각은 참가자들이 눈 블록을 만들고 조각을 하는 것이었나? 그렇게 되면 삽으로 만들기에는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데.
(조부현 담당) "아니다. 축제 당국에서 사전에 3.5m 규모의 커다란 눈 블록을 만들어 놓고 어느 블록으로 조각품을 만들지에 대해 뽑기를 했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9개의 블록은 표면이 모두 매끈한데, 한 개의 블록만 유독 곰보 형태로 패인 곳이 많아 그것을 뽑으면 불리할 듯 보였다. 그래서 '저거만 뽑지 않는다면, 그래도 해 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뽑기 대표선수로 김승림 작가가 나섰다. 그래도 안심을 했던 건 최악의 확률은 10대1이니까... '아무려면 우리가 저것을 뽑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김 작가는 (곰보 투성이인) 그 블록을 뽑은 거다. 그래서 김 작가님을 위로하기 위해 '괜찮아요. 눈에 물을 부어서 곰보를 때워 가면서 조각을 하면 되지요' 라고 위로했다.

- 조각 작품으로는 어떤 것을 정했나?
(박순신 주무관) "그 문제를 가지고 토론까지 했다. 이정주 조각가님이 '콘셉트를 뭐로 할까요'라고 묻자, 김훈 작가께서 '화천 산천어축제를 알려야 하니까 대형 산천어를 조각하자'고 했는데, 김승림 팀장은 '평가위원이 산천어가 뭔지 모르니까 다른 것으로 정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해 한동안 토론을 거친 뒤에 '신비한 미소를 머금은 동양의 소녀상을 조작'하기로 하고 옆에 '축하합니다'라는 글귀를 넣기로  했다. 이유는 이번 눈 조각축제가 125번째라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귀국하면 영어공부부터 하자"

일행은 엠마누엘 슐라피 그린델발트 그린델발트 시장 초청 만찬에도 참석했었단다.
 일행은 엠마누엘 슐라피 그린델발트 그린델발트 시장 초청 만찬에도 참석했었단다.
ⓒ 박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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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 머물면서 재미있었던 일도 있었을 것 같은데... 있었다면 소개해 달라. 
(조부현 담당) "도착 2일째 되던날, 참가국 모두는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는 끌과 삽으로 작업하는데, 옆의 독일 팀과 캐나다 팀은 전기톱날 같은 특수한 기계로 눈 조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경연대회다 보니 빌려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약간의 창피함도 있었지만 남들이 비웃든 말든 일주일간 조각에만 매달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식사를 위해 시내의 어느 레스토랑에 들렀는데, 웨이터가 어디에서 왔는지 묻기에 '코리아'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웨이터는 남한인지 북한인지 묻더라. 그래서 한국이라고 대답했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해 놓고는 난데없이 '강남스타일' 노래를 들려줘 우리를 즐겁게 하기도 했다."

- 시장이 주최한 저녁 식사에도 초대 되었다고 들었다. 영어 때문에 문제되지는 않았나?
(박순신 주무관) "그렇다. 경연대회 기간 중 시장초청 만찬이 있었다. 그런데 각국에서 참여한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려 농담도 하고 그러는데, 우리는 영어를 할 줄 알아야 그들과 어울리지. 그래서 말없이 밥만 먹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시장이 건배제의를 시켜 겨우 "congratulation"이라고 한마디 했다.

그건 그나마 나았다. 3일째 되는 날, 그린델발트시의 어느 방송에서 취재를 나왔었다. 우리나라의 '6시의 내 고향' 비슷한 프로그램 같았는데, 생각 같아선 '우리의 조각 콘셉트는 동양의 소녀가 125번째 스위스 눈 축제를 축하하는 내용이고,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는 CNN에서 7대 불가사의로 뽑을 정도의 세계적인 축제'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놈의 영어 때문에 말없이 눈 조각만 열심히 했다. 다음날 방송을 본 시민들이 '열정적으로 말없이 일하는 성실한 한국인'이라고 평가를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웃음). 진짜 귀국하면 영어공부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눈 조각... 관광객들 감동

시상식 장면. 사회자가 소감을 물었는데, 우리나라 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단다.
 시상식 장면. 사회자가 소감을 물었는데, 우리나라 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단다.
ⓒ 박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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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국 대부분이 신식 눈 조각 장비를 가지고 왔다고 했는데, 우리 팀이 1등을 했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조부현 담당) "1월 26일은 평가가 있는 날이었고, 평가 분야는 세 가지였다. 하나는 참가국 대표들이 상호평가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일 참여한 3만여 명 관광객들의 투표에 의한 평가, 나머지는 두 분야에서 모두 1위를 하면 그랑프리상을 줘 명예의 전당에 올리는 제도였다. 김승림 팀장이 '지난해 우리가 그랑프리를 차지했었는데, 올해 등수에도 못 들면 어떻게 하지?'라고 말하기에 이정주 작가님이 '전년도에 그랑프리를 차지한 팀은 배제되더라고 뻥치지 뭐~' 라고 말해 우리 일행은 한참을 웃었다. 역시 기계로 제작을 해서인지 우리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작품은 세련미와 정교함이 빛나 보였다. 결국 결과는 그렇게 나왔다. 우리는 상호평가에서 4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다음에 이어진 시상은 이 대회 꽃이라 할 수 있는 관광객 평가 상이었다. 먼저 슬로베니아가 3등으로 호명되었다. 우리 일행은 모두 실망스런 눈빛을 보였다. 3등이라도 해야 등수에 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등위 밖으로 밀린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사회자는 스위스가 2위를 차지했음을 발표했다. 내가 '이젠 물 건너갔다. 모두 다 고생했다. 역시 지난해 우승팀에게 또 1등을 줄 리는 없는 거야.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자' 라고 말할 때 사회자가 1등을 발표했다. 사회자의 말 앞부분은 못 알아들었는데, 코리아라고 말한 것 같았다. 그래서 뒤돌아보니 참가국 선수단 모두가 우리를 향해 일제히 박수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아마 관광객들이 기계로 조각을 하는 것보다 일일이 삽과 끌로 다듬고 손으로 마무리 하는 것을 높게 평가했었던 것 같았다."

지난해 출전한 화천 선수단은 그랑프리를 차지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지난해 출전한 화천 선수단은 그랑프리를 차지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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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 궁금한 게 상금액수다. 얼마 받았나?
(박순신 주무관) "1등 발표를 할 때 나도 그게 제일 궁금했다. 그런데 포스터 같이 생긴 상장 하나만 딸랑 주더라. 축제가 상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금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느끼는 바가 컸다. 우리나라 축제도 상금을 높여 참가자를 유인하는 방안은 없어져야 된다고 본다."

- 산천어축제 때 13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았다. 그린델발트 눈 축제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조부현 담당) "우리나라의 축제는 시설확충이나 홍보를 통해 관광객들을 모으는데, 그 곳은 그냥 펼쳐 놓으면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찾는다. 인구 3천 명밖에 되지 않는 도시에서 관광 인프라 구축을 통해 관광객들을 찾도록 하는 마인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산천어축제처럼 축제기간에만 관광객이 찾는 것이 아니라 연중 매일 그곳 시민의 열배나 되는 3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 한다는데, 우리도 4계절 관광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 생각했다."

- 세계대회에서 1등을 했는데, 신문에 한 줄도 나지 않았다. 섭섭하지 않았나?
(박순신 주무관) "공항에서 내려서 인터넷을 검색해 봤는데, 언론에 한 줄도 나지 않았더라. 섭섭함 보다는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세계 눈 페스티발 개요]

대회가 끝나고 작품 앞에서의 기념촬영.
 대회가 끝나고 작품 앞에서의 기념촬영.
ⓒ 박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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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기간 : 2013. 1. 19~1. 30
○ 장        소 : 스위스 그린델발트
○ 참가인원 : 10개국 50여명
○ 결과

[상호평가 부문]
1위 : 스위스, 2위 : 독일, 3위 : 프랑스, 4위 : 한국

[관광객 평가 부문]
1위 : 한국, 2위 : 스위스, 3위 : 슬로베니아


 
상대평가 1위 작품(스위스)
 상대평가 1위 작품(스위스)
ⓒ 박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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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평가 2위 작품(독일)
 상대평가 2위 작품(독일)
ⓒ 박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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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평가 3위 작품(프랑스)
 상대평가 3위 작품(프랑스)
ⓒ 박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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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평가 1위(한국)
 관광객평가 1위(한국)
ⓒ 박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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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평가 2위(스위스)
 관광객평가 2위(스위스)
ⓒ 박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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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평가 3위(슬로베니아)
 관광객평가 3위(슬로베니아)
ⓒ 박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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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신광태 기자는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태그:#화천, #스위스, #그린델발트, #산천어축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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