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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저녁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격 사퇴함에 따라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권에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버마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
▲ 박근혜식 인사의 시련 29일 저녁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격 사퇴함에 따라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권에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버마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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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후보자 겸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자를 사퇴하면서 새 정부 준비과정에도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 따르면, 김 전 후보자는 인수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할지 그만둘지 밝히지는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어떻게 결정되든 향후 인수위는 진영 부위원장이 위원장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장직을 사퇴하지 않더라도 더 이상 언론에 노출되길 거부하는 김 전 후보자가 전면에 다시 나서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책 목표를 결정하기보다는 정권 인수에만 힘쓰겠다'고 표방해 온 인수위니만큼, 정부 업무보고가 끝난 현재 상황에서 해야할 과제가 많이 남은 건 아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전폭 신임을 받고 있던 인수위원장이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인수위의 위상도 예전만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박근혜 당선인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내각과 산뜻한 출발을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장관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되면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치는 일정상 내달 4일까지는 장관 인선이 끝나야 한다.

그러나 당장 새 총리 후보자를 인선하는 데에 시간을 써야할 상황이다. 장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총리 임명이 늦어지면 국회가 임명동의안 처리를 서둘러주지 않는 한 2월 25일 취임하는 박 당선인이 이명박 정부 내각과 같이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박근혜식 인사, 새누리당에서는 통했지만 국정에선 안통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총리로 지명 발표한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총리로 지명 발표한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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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불확실한 것은 박 당선인의 인사방식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동선대위원장 → 인수위원장 → 총리 후보자 순으로 연달아 발탁하면서 전폭적인 신임을 보낸 김용준 위원장이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되기도 전에 자진사퇴한 것은 '박근혜식 인사'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박근혜가 아무리 신뢰해도 여론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총리 후보자가 발표될 때까지 '철통보안'이 이뤄질 수 있었던 건 박근혜 당선인이 그동안 고수해 오던 그만의 독특한 인사방식 때문이었다. '박근혜 인사방식'의 핵심은 세간의 평가나 언론의 검증보다는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다. 김 위원장이 총리 후보자로 발표될 때까지 철통 보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일반적인 검증과정을 거치기보다는 '박심'이 결정한 바를 그대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새누리당에서는 통했던 이런 인사방식이 새 정부의 국무총리를 선택하는 과정에선 전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이번 김용준 후보자 자진사퇴로 드러났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닥친 인사실패는 국민이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신뢰하지 못하게 해 향후 새 총리 후보자나 장관 후보자 인선 발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 정부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박 당선인에게 분명 상처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자신만의 인사방식'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김용준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언론을 탓했듯, 향후 박 후보자가 자신의 인사방식을 고집하면서 언론에 폐쇄적인 기조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그:#박근혜, #인사, #김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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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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