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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앞의 간헐천에서 신비스럽게 물기둥이 솟구있다
▲ 간헐천 호텔앞의 간헐천에서 신비스럽게 물기둥이 솟구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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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추위가 계속되는 1월 10일, 두 딸의 배웅을 받으며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경이로운 대자연의 경관을 고스란히 간직한 뉴질랜드로 떠나기 위함이다. 세종시에 새로 생긴 인천공항 버스를 타고 어렵지 않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은 늘 그렇듯 외국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탑승수속을 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거나 커다란 가방을 끌고 어디론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KE 129편 비행기는 활주로를 박차고 가볍게 인천공항을 이륙했다. 기내는 빈자리 하나 없이 여행객들로 만원이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로, 상기된 표정이다. 하지만 장거리 비행에 대한 부담인지 기내의 공기가 다소 무겁게 느껴진다. 10시간 이상 좁은 공간에서 보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기내 좌석에는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개인 비디오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어 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비행기는 쉬지 않고 날아 어느새 오클랜드 상공을 날고 있다. 구름에 가려 시내가 잘 보이지 않지만 바닷가에 위치한 오클랜드는 신비스럽게 방문객을 환영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나오자 더운 열기가 느껴진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이곳은 여름이기 때문이다. 겉옷을 벗어버리고 반팔 차림으로 가볍게 길을 나섰다. 시원한 바람이 여행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오클랜드공항에서 가이드를 만나 승합차를 타고 곧장 와이토모로 출발했다. 오클랜드는 큰 빌딩은 없지만 인구 130만 정도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 최대의 도시다. 여느 도시처럼 차들이 도로를 꽉 메우고 있다. 잠시 후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진입을 한다. 우리나라처럼 중앙분리대가 있지만 고속도로가 다소 빈약해 보인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없고 중앙분리대도 일부구간에만 설치되어 있다. 한반도 1.2배 큰 땅덩어리에 인구가 고작 420만 정도가 살고 있으니 도로가 넓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오클랜드에서 와이토모로 가는 길이다. 차로 2시간 거리지만 끝없는 구릉의 초원이 펼쳐진다. 그 초원에는 나무들이 몇 그루씩 서 있고, 간간히 양과 젖소들이 초원을 돌아다니며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한국의 산야에 익숙한 나에게는 제법 신비롭고 이색적인 풍경이지만 반복되는 풍경에 금세 지루해지고 만다.

양떼들이 풀을 뜯는 초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 초원 양떼들이 풀을 뜯는 초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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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풀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점심 때가 되어 초원 언덕에 태극기를 펄럭이는 한국인 식당에 차가 멈추었다. 이국 땅에서 신나게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자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점심으로 쇠고기를 구워 냈는데 칼로 잘 잘리지 않을 만큼 질기었으나 먹을수록 고소한 맛이 괜찮다.   

와이토모에는 반딧불이 동굴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석회동굴로 우리나라의 고수동굴처럼 종유석과 석순이 발달해 있지만 반딧불이(Glow worm) 유충이 살고 있어 신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수많은 반딧불이 유충이 동굴천장에 실처럼 길게 매달려 빛을 내고 있다. 그 수가 엄청나게 많아 동굴에서 마치 은하수를 보듯 감동을 준다.

게다가 동굴 속을 흐르는 물에 배를 띄우고 그 배를 타고 가며 천장을 보게 되면 깜깜한 산간 오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는 느낌이다. 어릴 적 마당에 멍석을 깔고 수없이 떠 있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할머니의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듣던 추억이 마구 되살아난다.

동굴을 나와 푸른 언덕을 바라보았다. 그 언덕 위에는 어릴 적 시골길에서 늘 보았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띈다.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고향의 미루나무가 서 있는 것이다. 흰 구름이 지나는 파란 하늘 사이로 서로 키 재기를 하며 언덕 위에서 미루나무 몇 그루가 반갑게 몸을 흔든다. 어찌나 반가운지 한참을 바라보다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러나 그 미루나무에서는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초원위에 서 있는 미루나무가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멋스럽게 서 있다.
▲ 미류나무 초원위에 서 있는 미루나무가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멋스럽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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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토모를 나와 로토루아로 가는 길이다. 길은 왕복 2차선으로 달리는 차가 거의 없다. 지나는 사람도 없다. 사람이 살지 않은 미지의 땅에 온 느낌이다. 오로지 푸른 초원만이 눈앞에 펼쳐질 뿐이다. 지나는 길에 수력발전소가 있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산도 없는 초원에 깊은 계곡이 있고 그 수십 미터 아래로 물이 떨어지는 수력 발전소가 있다.

주변의 산책로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숲속엔 소나무과의 아름드리 나무가 있고 관목 크기의 고사리가 자라고 있다. 고사리는 뉴질랜드의 대표적 식물이라고 가이드가 귀 뜸 해준다. 우리나라 고사리와 비슷하지만 야자수처럼 매우 크게 자란다.

로토루아는 유황온천으로 유명하다. 뉴질랜드는 화산섬이기 때문에 온천지대가 많다. 그중 로토루아는 유황온천으로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와이토모에서 2시간 정도 달리자 로토루아 호수와 시내가 펼쳐진다. 벌써부터 냄새가 진동을 한다. 유황냄새다. 유황은 마치 계란 썩은 냄새 같아 매우 고약하나 유황온천은 관절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질랜드에서 첫 번째로 묵을 호텔에 짐을 풀었다 3층의 건물로 오래된 건물이다.

냄새가 너무 지독하여 창문을 열어 보았다. 눈앞에 장관이 펼쳐진다. 바로 눈앞에 간헐천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온다. 가까이는 개펄에서 뽀글뽀글 끓고 있다. 마치 낙지들이 숨구멍으로 숨 쉬는 것처럼 보인다. 멀리는 분수처럼 시원한 물줄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대략 30m 이상 물줄기가 솟아오르는 것 같다. 그 옆으로는 마오리족 원주민 마을이 살포시 보인다.

간헐천에서  물기둥이 하늘로 힘차게 솟구있다
▲ 간헐천 간헐천에서 물기둥이 하늘로 힘차게 솟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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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복을 챙겨 로토루아 시내에 있는 유황온천장으로 갔다. 호수가에 자리한 유황온천은 42도의 수온으로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온천장 앞으로 넓은 로토루아 호수가 펼쳐져 있고 수백 마리의 갈매기들이 날기를 반복하며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저녁 7시가 넘어서 한식당을 찾아 나섰다. 종가집이라는 한국식당으로 한국어 간판이 이색적이다. 저녁 메뉴로는 사슴고기 매운탕이다. 전에 사슴고기를 구어 먹어본 경험으로 저녁이 기대된다. 매운탕처럼 냄비에서 지글지글 끓는 사슴탕을 먹어 보았다. 마치 시골에서 먹는 개장국과 아주 흡사하다.

로토루아 시내 역시 예상대로 한산하기 그지없다. 차들도 거의 없지만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카페나 술집도 보이지 않는다. 가로등만 줄지어 서서 길을 지키고 있을 뿐 고요한 세상이다. 한국과 너무 다른 모습에 갑자기 많은 생각들이 밀물처럼 몰려온다. 뉴질랜드로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온다는데.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오게 하는 걸까? 갑자기 알 수 없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뉴질랜드에서 여행 첫날을 맞은 이미지는 너무 심심하고 건조하여 한국문화의 그리움을 견디기 힘들 것 같다.


태그:#뉴질랜드, #간헐천, #와이토모, #로또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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