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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나 편의점 등에서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땀의 대가를 알게 된다거나 세상이 얼마나 녹록지 않은지 경험해 보는 것이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장난은 일단 뒤로 하고 학생들에게 말을 걸어 보면 대부분 시간당 최저임금의 액수를 정확히 알고 있다. 최근 주유소에서 만났던 아르바이트 고등학생은 자신이 받고 있는 시간당 임금이 4860원이라고 말했다. 1원의 오차도 없이 최저임금에 맞춰 임금을 지급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라고해서 4860원 지급이 헌법과 근로기준법 등에서 말하고 있는 '임금'의 의미에 부합하는 것인가.

대한민국 헌법은 제32조에서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4860원이 헌법에서 말하는 '적정한 임금'인가? 또한 헌법 제119조에서 이야기하는 소득의 '적정한 분배'가 최저임금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는가? 임금과 최저임금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정당한 대가를 통해 사람답게 사는 삶을 꿈꾸는 것은 춘몽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할 것이다.

모든 노동자는 노동을 제공하고 사용자로부터 화폐를 받아야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 올해의 시간당 임금 하한선은 4860원이며 2013년 1월1일부터 시행되었으므로 매달 하순경에 월급을 받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이달부터 적용을 받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어른들의 노동으로는 먹고 사는 것이 힘들게 되어 미성년자인 청소년들까지도 밖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 구조가 되었다. 그런 이유로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는 청소년과 노동자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최저임금의 올바른 개념과 그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의 무지 또는 무사안일한 행정과 법 제정에 있어서 철학이 부재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고 있는 사업장에 모범사업장이라는 스티커를 부착했다. 최저임금이라도 지키는 게 최선인가? 임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질 낮은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고 있는 사업장에 모범사업장이라는 스티커를 부착했다. 최저임금이라도 지키는 게 최선인가? 임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질 낮은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 김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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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의 준수를 계도하는 한 방법으로 최저임금을 알리는 스티커를 사업장들에 부착하는 일을 하고 있다. 소규모 가게 등의 입구에 해당 업소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고 있으므로 '모범'사업장이라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정행위가 사업주에게 자부심을 부여하고 최저임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일반 시민에게는 홍보를 하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실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듯하다. 조사를 면밀하게 한 후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한두 마디 물어본 후에 시행하는 방식은 형식적으로 남발하는 면죄부가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축구 경기에서 반칙을 한 선수는 심판에 의해 여러 가지 징계를 받게 된다. 말로써 하는 경고가 있는가 하면 너무 심한 경우에는 옐로카드를 꺼내 강력한 경고를 한다. 한 번 더 반칙을 하면 경기장에서 쫓아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옐로카드는 지금까지의 반칙을 봐주겠다는 의미가 아닌 것이다. 노동을 제공한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며 그에 못 미치는 임금만을 지급하는 반칙행위를 계속해서 저지를 경우에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법률이 천명하는 것이 바로 최저임금이다. 시간당 4860원이라는 옐로카드를 넘는 순간 퇴장시키겠다는 의미이지 딱 그만큼만 지급해도 된다는 말은 아닌 것이다.

지난해 대비 올해의 최저임금 인상 폭은 약 6%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가 한달 내내 일을 하고 받는 임금은 약 101만 원 정도가 된다.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한다는(제10조) 헌법의 진정한 의미가 우리의 생활에 살아 숨쉴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태그:#최저임금, #임금, #노동, #비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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