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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마운틴을 오르는 사람들
▲ 산을 오르는 사람들 테이블마운틴을 오르는 사람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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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호의를 부른다

금새 도착하겠지 하던 것이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남아공 케이프타운)'으로 올라가는 기슭에 도착했다. 택시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것을 보니, 태울 사람을 물색하고 있나 보다. 이제까지 걸어왔는데, 여기서 택시를 타야 하나 하고, 위를 보니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는 구불구불한 도로로 거리가 꽤 되는 듯하다.

산책 삼아 다운타운에서 길을 나섰고, 걷다가 중간에서 차량을 이용하자니 오기가 생긴 터였다. 그러다 도착했는데 여기서부터 또 걷자니 저 오르막길이 꽤 부담스럽다. 그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산에 가는 길이지? 택시 탈래?"
"요금이 얼마지?"

테이블마운틴을 오르며 보이는 시가지의 모습
▲ 케이프타운 테이블마운틴을 오르며 보이는 시가지의 모습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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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금액이 터무니 없는 가격은 아니었으나 이제 와서 택시를 타자니 아깝다. 그러면서 택시기사와 말을 트게 되었고,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변잡기를 그리듯 떠들어댔다. 차 밖에 다니지 않는 도로를 옆에 딱 붙어서 혼자 터벅터벅 걸어오는 내가 신기했던지, 그는 나의 여행얘기에 흥미를 보였고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 남아공에 들어와 정착한 얘기도 풀어냈다. 그러나, 케이블카 역에서부터 등반을 할 지 케이블카를 탈지 정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난 얘기를 마무리짓고 일어서야만 했다.

테이블 마운틴을 오르는 길
완만하고 비교적 걷기 좋다.
▲ 등반 테이블 마운틴을 오르는 길 완만하고 비교적 걷기 좋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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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중에 봐. 난 오늘 산에 오를 예정이거든."
"걸어갈 생각이야? 내가 데려다 줄게."

정말 난 호의를 바라고 개인적인 친분이 느껴지도록 수다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화로써 가까워지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어찌 조절하겠는가. 그리고 난 그의 호의를 몇 번 거절하다 결국 감사히 받아들이는 길을 택했다.

등반을 하다 신기한 식물들 앞에선 저절로 발걸음이 멈춘다.
▲ 테이블 마운틴의 식물들 등반을 하다 신기한 식물들 앞에선 저절로 발걸음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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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호젓한 자연에서의 휴식을 방해하다

바다에서 형성된 거대한 사암덩어리가 지각운동으로 융기된, 이 테이블 마운틴을 오기도 전, 이미 내 몸과 마음은 긴장감으로 팽배되어 있었다. 등반을 하는 길목에 나쁜 부랑배들이 기다리고 있다 돈이나 카메라를 갈취한다는 둥, 반갑지 않은 얘기들이 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서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 연인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서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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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을 떼기 전엔 언제나 그 첫 발자국이 두렵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난 한적한 등반 길을 택했다. 사전의 위협적인 얘기가 일어날 확률보다는 몸으로 느껴질 등반의 기쁨의 확률에 더 크게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언제 또 올지 모를 이 곳 아닌가.

인기척이라도 나면 예민해지며 주위를 확인하길 몇 번째, 점점 내 주의는 더 중요한 것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해발 1,086미터, 정상은 평평한 3.2킬로미터의 테이블 마운틴
▲ 테이블 마운틴 정상 해발 1,086미터, 정상은 평평한 3.2킬로미터의 테이블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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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을 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모든 이들은 산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었다. 높이 오를수록 시야에 들어오는 케이프타운의 전경 또한 등반의 기쁨에 한 몫을 하고 있었고 다행한 것은 등반 길엔 나 혼자만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중간마다 셔터를 누르는 때와 야생화에 매료되거나 신기하게 생긴 풀들을 보며 발걸음을 멈추다 보니, 오르기 위한 등반이 아니라 등반을 위한 등반이 되어버린다.

즐기며 오르다 보니 케이블카로 간단히 이동할 기회를 차 버린 것이 여간 다행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식탁 같은 그 산의 정상에 오르고 보니 내가 올라온 길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 정상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과 음료를 마시며 즐기는 사람들.
▲ 도시락 먹는 사람들 산 정상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과 음료를 마시며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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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따뜻하게 밀착해 있었고, 바다를 덮은 또 다른 하늘의 바다는 노을에 반짝였다. 구름이 밀려오는 그 전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순간을 공유할 사람은 없었으나 외롭다기보단 그 순간에 감사할 줄 아는 나로 성장해있음을 느낀다.

사람들이 구름으로 뒤덮인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 식탁모양의 테이블 마운틴 사람들이 구름으로 뒤덮인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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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바다를 뒤덮어, 또 하나의 구름바다를 형성한다.
▲ 일몰을 보는 사람들 구름이 바다를 뒤덮어, 또 하나의 구름바다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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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프리카에서의 6개월이 내 정신의 키를 훌쩍 크게 만들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경험이 감사한 순간이다.

테이블 마운틴에서 바라 본 시내 전경
▲ 해가 진 케이프타운 테이블 마운틴에서 바라 본 시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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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여행기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태그:#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타운, #테이블 마운틴, #세계여행, #아프리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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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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