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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16일 오전 11시 45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21일)가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날마다 불거지고 있다. 저작권법 위반,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기업 협찬 요구 등 항목도 다양하다. 이 후보자를 향해 "비리와 불법의 백화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민주통합당, 진보정의당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위원들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분당 아파트 위장전입 의혹, 법원장 재직시 기업 협찬 의혹, 저서와 관련한 저작권법 위반 의혹, 자신과 가족을 위한 관용차의 사적이용 의혹 등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으로서 공직윤리의식을 지니고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며 "청문회 개최 전에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것이 본인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명박근혜'가 지명한 마지막 인사, 이동흡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이처럼 각종 논란에 휩싸인 이 후보자에 대한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을 묻자,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16일 "국회 청문회 절차가 남아있다"며 즉답 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불거진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8대 의혹을 정리했다.

저작권법 위반에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 의혹도 추가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이 지난 2008년 11월 13일 열린 종부세 선고에 참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이 지난 2008년 11월 13일 열린 종부세 선고에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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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저작권법 위반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1년, 헌법 연구원들과 함께 작성한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헌법재판> 책을 출간하며 책 표지에 본인 이름만 넣어 저작권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재판관이었던 이 후보자는 청사 내의 구내식당에서 책 출판기념회를 열어 구설에도 오른 바 있다.

둘째는 인사청문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위장전입 의혹이다. 이 후보자는 1995년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다가 4개월 만에 다시 송파구로 주소지를 옮겼다. 당시 가족들과 송파구에 계속 거주 했음에도 본인만 주소지를 옮긴 것이다. 이에 새로 분양받은 분당 아파트의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고자 본인만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 측은 "딸의 교육 문제 때문에 바로 이사할 수 없어 본인만 분당으로 전입신고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셋째로, 이 후보자의 아들이 4100만 원을 증여 받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87년생인 이 후보자의 아들이 지난해 3월 재산신고분에서 4100만 원(농협 3000여만 원, 모아상호저축은행 1000여만 원 등)을 신고했으나 증여세를 자진납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정한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은 것이며 국세기본법 등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의 성인이 3000만 원 이상을 직계로부터 증여받았을 경우 증여 금액의 10%를 증여세로 납부해야 한다.

네 번째,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이 후보자의 재산증식 과정에 대한 의혹이다.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수입보다 지출이 2억 원 이상 많은 것에 물음표가 찍힌 것.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006년부터 20011년까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한 기간 동안 약 7억 원의 수익을 얻었는데, 같은 기간 동안 9억 원을 지출했다"며 "그렇다면 이 차이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의문이다, 헌법 재판관 시절 특정업무 경비 등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게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구체적인 내용은 청문회 과정에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홀짝제' 피하기 위한 관용차 요구부터 송년회 기업 협찬 요구까지

다섯 번째로, 2006년 수원지방법원장을 지낸 이 후보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차례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김용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 수원시장의 법원 조정위원 직을 무리하게 유지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소된 조정위원을 해촉하는 것은 2007년 대법원 규칙에 명시될 정도의 관례였다.

<한국일보>는 당시 수원지법에 근무했던 법조계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이 후보자가 "조정위원이 형사사건으로 우리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으므로 해촉해야 한다"는 판사들의 의견을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이 후보자는 "법원 행정에 관한 사항은 법원장이 정한다"는 이유를 들어 김 전 시장을 유임시켰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전반적인 상황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섯 번째 의혹은 공사구분과 도덕성 문제에 관련돼 있다.

이 후보자가 헌법 재판관이던 2008년, 승용차 홀짝제를 피하기 위해 개인 차량을 이용하며 헌재 사무처에 기름값을 요구했으나 거부되자 차량 번호 끝자리가 다른 관용차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헌재는 결국 이 후보자에게 끝번호가 다른 관용차를 내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헌재가 내준 관용차를 이용한 것 뿐이지 본인이 요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자가 서울고법 부장 판사였던 당시 판사들과 룸살롱에 출입해 후배 판사들에게 "검사들은 일상이니 2차(성매매)를 나가라"고 말했다는 의혹도 추가됐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당시 동료 판사였던 한 변호사는 "이 후보자가 고법 부장으로 인사가 난 뒤 해단식 때 동료판사들과 룸살롱에 가서는 후보들을 붙잡고 '2차 가고 싶지 않냐, 그러려고 출세하고 돈 모으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일곱 번째로, 이 후보자가 삼성에 협찬 물품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2005년 수원지법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송년회를 준비하며 이 후보자가 "경품행사를 해야겠으니 삼성에 물품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의 지시에 판사와 직원들이 강하게 반대하자 결국 '협찬 지시' 요구를 철회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더불어 2003~2004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이 후보자는 삼성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 가운데 122억1800만 원을 취소 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검찰에 골프장 예약을 부탁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겨레>에 따르면 2005년, 수원지방법원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이 후보자는 수원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앞으로 골프 부킹은 책임지라"고 말했다. 삼성 협찬과 골프장 부킹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마지막 의혹 역시 '삼성'과 관련돼 있다. 이 후보자의 셋째 딸이 삼성물산에 취업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다. 당시 경력직 채용 조건은 '해당 분야 최소 4년 이상, 석사의 경우 2년 이상의 경력'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셋째 딸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년 5개월 간 국내 중소 건축회사에 일한 게 전부다. 이처럼 채용 조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합격한 것에 '특혜'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노컷뉴스>는 "이런 입사 과정은 이 후보자가 서울고법 판사로 있으면서 삼성 관련 과징금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린 것과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후보자는 2003년 삼성물산 등에 부과된 과징금 30억 2800만 원을 18억 4900만 원으로 낮춰준 바 있다.

"반드시 낙마" 전열 가다듬는 야권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특위 민주통합당·진보정의당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특위 민주통합당·진보정의당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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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의혹과는 별개로, 임명권자와 동향 출신의 사법기관 수장 임명도 문제 되는 지점이다. 이 후보자의 고향은 대구로, 경북 출신의 박근혜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와 고향이 같다. 1987년 이후 4번의 헌재소장 인사가 있었지만 임명권자와 동향 출신의 수장을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박근혜' 인사라는 점도 이 후보자 임명 반대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지난 6일 "이 후보자가 BBK 특검법 위헌 의견 등 이명박 정권에 유리한 의견을 내온 헌법재판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임기를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보은인사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박근혜 당선인의 의사도 깊숙이 개입됐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같은 날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소장직에 3명의 후보자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이동흡 지명자의 경우 법조계에서 비판이 많아 임명하고 싶지 않았는데 박근혜 당선자 쪽에서 강하게 임명을 원했다고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한 박근혜 당선자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자의 친일 성향도 도마에 올랐다. 최재천 의원은 1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일 당시) 일본군 위안부 사건에 대해 일본의 논리에 손을 들어줬다"며 "더불어 친일재산 환수에 대해서도 소유권 논리로 친일의 입장에 서왔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헌법의 수호자가 돼야 할 헌법재판소장에 완전히 어긋나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서영교 의원 역시 "우리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나서는 것은 위헌이라고 말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내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각종 의혹과 문제점들을 내포한 이 후보자에 대해 민주당은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인사청문특위는 오는 21일~22일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후 23일 청문결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한편,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인사청문회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오전 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 청문회 절차가 있으니 다퉈볼 일이 있으면 청문회 과정을 통해 얘기하면 된다"며 "정상적인 절차 속에서 얘기하고 과정을 풀어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드러날 시, 국회 의견을 존중할 거냐'는 질문에는 "미리 예단해 얘기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태그:#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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