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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니언의 아름다운 모습
 그랜드 캐니언의 아름다운 모습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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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 텐트 생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선한 아침을 맞는다. 어제 가 보았던 호텔까지 자동차가 아닌 산길로 걸어가 본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계곡이 시선을 끈다.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이 노스림(Grand Canyon North Rim)의 경치를 즐기며 카메라에 담고 있다. 어제 저녁에 보던 것과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같은 풍경임에도 시시각각 달라 보이는 그랜드 캐니언의 모습이다.

텐트로 돌아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림 (Grand Canyon South Rim)을 향해 길을 떠난다. 이곳으로부터 직선거리로는 30킬로미터 정도 되는 짧은 거리지만 자동차로 가려며 300킬로 이상 가야 하는 먼 거리다.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멋지게 만든 도로를 운전하는 것은 자동차 여행을 즐겁게 해준다. 왼쪽으로 그랜드 캐니언의 다른 모습이 시선을 빼앗는다. 멀리 보이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평소에 사진을 찍지 않는 아내도 서투른 솜씨로 카메라에 풍경을 담기에 바쁘다.

그랜드 캐니언의 색다른 모습 펼쳐진 도로

북쪽 그랜드 캐니언에서 남쪽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하는 아름다운 도로.
 북쪽 그랜드 캐니언에서 남쪽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하는 아름다운 도로.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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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달렸을까?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성곽 같은 산줄기가 끝나고 희귀한 돌덩이가 모여 있는 평지가 나온다. 돌산에서 떨어져 나왔을 큰 돌덩이들이 풍파에 깎여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자동차 서너 대가 주차해 있고 사람들은 주위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서부 영화에 서 본 적이 있는 인디언 추장이 말을 타고 호령하며 나올 것 같은 풍경이다. 그러나 용감한 인디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래된 자동차 옆에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전시해 놓고 관광객의 푼돈을 노리는 인디언 할머니만 있을 뿐이다.

토산품을 팔고 있는 인디언 원주민
 토산품을 팔고 있는 인디언 원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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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기대어 지은 집. 주인은 없고 관광객의 발길만 분주하다.
 바위에 기대어 지은 집. 주인은 없고 관광객의 발길만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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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운전하니 두 개의 커다란 다리가 나온다. 이것이 유명한 콜로라도 강 위를 지나는 나바호 다리(Navajo Bridge)이다. 1929년에 첫 번째 다리를 만들었으나 자동차도 커지고 교통량도 늘어나 두 번째 다리를 1995년에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콜로라도 강 위로 143미터나 되는 높은 계곡 위에 지은 220여 미터나 되는 다리다.

다리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다리에 올라서니 143미터 아래로 콜로라도 강이 흐르고 있다. 강에는 관광객을 태운 배가 장난감 배처럼 물살을 가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다리에서 뛰어내리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는 것이다. 자살하지 말라는 경고문이라기보다는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을 위한 경고문으로 보인다.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유혹할 수도 있는 다리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콜로라도 강
 다리 위에서 바라본 콜로라도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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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떠나 조금 더 운전하니 마을이 나온다. 캐머론(Cameron)이라는 인디언 자손이 많이 사는 마을이다. 주차장에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이 많다.

건물들은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돌로 견고하게 지었다. 우체국이 있고 박물관도 있다. 인디언을 상징하는 아파치(apache)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호텔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은 자본 국가답게 선물 파는 곳이다.

주차장에 10여 대의 오토바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가죽점퍼를 입은 무리의 남녀가 헬멧을 벗는다. 전형적인 오토바이족이다. 특이한 점은 오토바이에 호주 국기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이다. 호주에서 온 이들은 미국 오토바이족들과 함께 대륙 횡단을 하려고 왔다고 한다. 내가 시드니에 살고 있다고 하니 자신은 호주 멜버른에서 왔다며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허연 턱수염이 인상적인 나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흔히 상상하는 오토바이족들의 난폭함과 험상궂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인자한 이웃 아저씨, 아줌마 같은 사람들뿐이다. 나는 어디서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을까? 아마도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서일 것이다. 틀에 박힌 사고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부정적인 선입관의 경우에는….

"자연은 위대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랜드 캐니언

근처 공원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대신하고 길을 떠난다. 그랜드 캐니언에 가까워질수록 자동차가 많아진다. 도로 주변에 인디언들이 자그마한 천막을 치고 기념품을 팔고 있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한때는 이 황량한 곳에서 자연과 함께 그들만의 삶을 즐기던 인디언들이 관광객의 푼돈에 의지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은 조상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인디언으로 태어난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까? 흔히 역사는 이긴 자의 것이라고 하는데.

그랜드 캐니언에 도착했다. 노스림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많은 관광객으로 복잡하다.  제법 큰 슈퍼마켓에도 사람이 붐비고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무료 셔틀버스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텐트 장소도 간신히 구했다. 이삼일 정도 묵을 생각이었는데 오늘 하루밖에 텐트 장소가 없다고 한다.

관광객이 모이는 곳을 따라 가본다. 오후 늦은 햇살을 받고 있는 그랜드 캐니언의 모습이 아름답다. 왜 그랜드 캐니언에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지 알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광야에 자연이 만들어 놓은 작품들, 자연은 위대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찔한 낭떠러지 끝에서 그랜드 캐니언을 즐기는 젊은이.
 아찔한 낭떠러지 끝에서 그랜드 캐니언을 즐기는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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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니언 사우스 림 (South Rim)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 림 (South Rim)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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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복잡한 텐트촌에서 밤을 지내고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관광을 시작한다. 버스가 서는 곳마다 내려 주위를 둘러본다. 가끔은 한두 정거장 걸으며 풍경을 사진에 담아 본다. 멀리 계곡 사이로는 콜로라도 강이 흐르고 있다. 등산객이 오갈 수 있는 작은 다리도 보인다. 오늘도 저 다리를 오가는 등산객이 많이 있을 것이다.

잘 정비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그랜드 캐니언은 모습은 아름답다. 바로 옆에서는 나무 한 그루가 천박한 환경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관광객의 눈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한 것일까!

고지대의 천박한 땅에서 힘겹게 삶을 유지하는 나무
 고지대의 천박한 땅에서 힘겹게 삶을 유지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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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8월 말에 여행한 기록입니다.



태그:#미국 , #그랜드 캐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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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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