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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의 생태학습장이며 공원인 정양늪을 둘러본 우리들은 다시 차를 타고는 용주면 가호리에 위치한 '합천영상테마파크'로 갔다. 일제 강점기 경성의 모습을 재현한 세트장을 시작으로 해방 이후 서울의 1970~80년까지를 재현한 드라마와 영화촬영장이다. 이곳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한 공간으로 탐방객이 많은 곳이다.

이미 조성된 지 10년이 넘어 곳곳이 부서지고 상처가 많기는 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형제애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비극적 운명을 담은 작품으로 개봉과 동시에 최고의 흥행성적을 냈던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지난 2003년 촬영되었던 곳이다.

합천영상테마파크 종로경찰서
▲ 합천군 합천영상테마파크 종로경찰서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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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성공으로 합천군이 대규모 세트장을 상설 촬영장으로 조성했다. 이후 영화로는 6.25당시 낙동강 전투 막바지에 포항여중에서 인민군과 아군 학도병의 전투를 그린 <포화 속으로>, 조선시대 전대미문의 영웅으로 천방지축 악동도사 전우치의 요괴 사냥을 담은 <전우치>, 1953년 한국전 마지막을 그린 전쟁 영화<고지전>, 강제규 감독의 또 다른 전쟁 영화<마이웨이> 등이 촬영되었다.

아울러 TV드라마로는 최근 MBC에서 인기를 모았던 <빛과 그림자>, KBS에서 방영된 <각시탈>이 있다. 이외에도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 <경성 스캔들> <청춘예찬> <전우> <서울1945> <제중원> <셀러리맨 초한지>등이 촬영되어 열혈 영화팬들과 한국 드라마를 아끼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나는 입구에서 길을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해방 직후 미국에서 귀국한 이승만이 돈암장에 기거하다가 1947년 11월부터 초대 대통령에 당선되어 1948년 7월 경무대로 이사하기 전까지 살았던 이화장을 살펴보았다.

합천영상테마파크 국도극장
▲ 합천군 합천영상테마파크 국도극장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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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화동에 있는 실재 건물보다는 볼품은 없었지만, 그럴 듯한 모습에 감동하여 구경을 했다. 이어 인근의 조선총독부, 서울역을 살펴보고 내부도 들어가 보았다. 특히 서울역 내부는 각종 영화 및 드라마 홍보물을 전시하여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는 일본인 노구찌가 건립한 국내 최초의 상용호텔인 반도호텔과 신세계백화점의 전신인 동화백화점, 백범 김구 선생이 살았고 피살당한 현장인 경교장도 둘러보았다. 나름 재미가 있어 수도경찰청 건물, 동북증권사, 원구단, 철교, 도심골목, 종로경찰서, 국도극장, 은하수식당, 태성빌딩, 전차, 탱크, 팬텀기, 경성라디오방송국, 혜민병원, 배재학당, 적산가옥 등도 오며가며 보았다.

일본 기린맥주 광고
▲ 합천군 일본 기린맥주 광고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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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골목길 곳곳에 부착된 광고지며 홍보자료, 포스터 등도 보았다. 일제 강점기부터 1960~70년대에 제작된 광고 중에 의약품광고, 맥주광고, 화장품광고 등도 세심하게 보았다. 누구나 이곳에 오면 자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그리운 풍경들이고 추억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 같아 좋은 곳이다.

테마파크를 둘러 본 다음 우리들은 점심식사를 위해 해인사 아래에 있는 송이버섯전문집인 '삼일식당'으로 갔다. 지리산에서 나는 다양한 산나물과 생선 및 송이무국은 정말 깊은 맛이 좋았다. 상당히 비싼 좋은 송이를 넣은 송이국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식사였다.

해인사 인근에서 먹은 송이국
▲ 합천군 해인사 인근에서 먹은 송이국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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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합천 제일의 볼거리인 해인사로 향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는 날씨가 춥지 않고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으면 해인사 입구를 이루는 '홍류동 계곡'을 따라 길이 6.3KM에 도보로 2시간 30분 정도 걷는 길로 조성된 '해인사 소리길'을 한번 걸어볼 생각이었다.

합천군
▲ 옥류동 계곡 합천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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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류동 계곡에는 가야산 19경중에 16경이 있다. 계곡을 따라 울창한 송림과 기암괴석을 사이에 두고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 가을에는 붉은 단풍, 겨울에는 새하얀 눈으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사실 나는 통일신라말기에 벼슬을 버리고 전국을 주유하다가 이곳에 은거하면서 수도생활을 했던 최치원 선생의 정자인 '농산정'과 붓을 씻었다는 '체필암'을 우선 보고 싶었다. 또한 마구할범과 해인사 대적광전 주춧돌에 얽힌 전설이 있는 '멱도원' 천상의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즐겼다는 '칠성대'도 살피고 싶었다.

옥류동 계곡
▲ 합천군 옥류동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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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입구에서 계곡 속으로 과감히 뛰어 들어갔지만, 눈이 너무 많이 쌓인 계곡은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걷는 것은 도무지 허락하지 않아 다시 도로 위로 올라 몇 장의 사진을 찍고는 해인사 경내로 향했다.

먼저 일주문을 지나 우측에 있는 고사목을 발견했다. 신라 애장왕이 서기 802년 해인사를 창건할 당시에 심은 느티나무로 1200년을 살다가 1945년 일제에서 해방된 조선의 모습을 보고는 생을 마감한 고사목으로 지금은 그 둥치만 남아 해인사의 장구한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해인사 고사목
▲ 합천군 해인사 고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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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치뿐이지만 늠름하고 당당한 모습에 잠시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왼쪽 넓은 터에 있는 모양이 별난 조각을 살펴보았다. 2011년에 설치된 안성금 작가의 '부처의 소리'라는 작품으로 부처상의 보이지 않는 반쪽은 우리에게 감추어진 불성을 내포하며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진솔한 내적 성찰의 무한대를 제시한다고 한다.

해인사 마음의 부처
▲ 합천군 해인사 마음의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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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쉽게 보이지 않는 영혼의 반쪽을 다시 보고 찾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지고자 무릎을 꿇고는 잠시 기도를 했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을 느끼는 듯했다. 이어 사천왕문을 통과하여 바로 우측에 있는 국사단을 살펴보았다.

해인사 국사대신
▲ 합천군 해인사 국사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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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단은 국사대신을 모신 단으로 국사대신은 해인사가 위치한 산국을 관장하는 사산신과 토지가람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야산신 깨달음의 어머니 정견모주는 하늘의 신 이비가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다. 큰 아들 이진아시왕은 대가야국을, 작은 아들 수로왕은 금관가야국을 건국했다. 국사대신은 인간세상을 손바닥 보듯이 하면서, 신비스런 현풍을 떨쳐 해인사에 재앙을 없애고 복을 내린다. 가람을 수호하는 신을 모셨기 때문에 도량 입구에 국사단에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단이다.

해인사
▲ 합천군 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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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범종루를 지나 대적광전으로 들어가 부처님을 뵈옵고는 길을 올라 대장경이 있는 경판각을 살펴보았다.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창문의 크기가 다른 건축구조를 확인했고, 새롭게 부처님도 만났다.

팔만대장경
▲ 합천군 팔만대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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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대비로전에 들러 독신자들에게 짝을 찾아 준다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부처님에게도 인사를 드리고는 하산을 했다. 역시 해인사에서는 부처 중에 부처인 대장경을 보는 기쁨과 대적광전 안의 큰 부처님, 넓은 마당을 지키는 삼층석탑이 너무 좋아 감동이 큰 곳이다. 

독신자들의 결혼을 지원해 주는 대비로전
▲ 합천군 독신자들의 결혼을 지원해 주는 대비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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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한잔 마시며 잠시 쉬다가 이어 '대장경테마파크'로 이동하여 살아있는 천년의 지혜를 보았다. 한동안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과정의 고단함과 노력이 오랫동안 눈에 선하더니, 이번에는 강화도에서 서울로 이송되었던 대장경을 다시 합천으로 옮겨오는 과정을 재현한 사진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해인사 부처님
▲ 합천군 해인사 부처님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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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판 하나하나를 머리에 이고는 이곳까지 온 것으로 보이는 재현사진을 보니 눈물이 날 지경이다. 지금도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경판을 머리에 이고는 탑돌이를 한다고 하니, 나중에 시간이 되면 탑돌이 구경을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에 이고 대장경을 옮기다
▲ 합천군 머리에 이고 대장경을 옮기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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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테마파크까지 이틀 동안 참 좋은 구경을 많이 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번 합천여행에서는 기존에 알지 못했던 놀랍고도 새로운 사실을 몇 가지 알게 되어 너무 기뻤다. 우선 가야의 소국이었지만 군사력과 문화가 대단했던 다라국, 4개의 향교가 있는 선비의 고장 합천.

그리고 해인사와 함께 절을 빛내주는 홍류동 계곡, 계곡을 따라 걷기 좋은 길로 조성된 해인사 소리길, 대장경판을 머리에 이고 온 스님과 필부들의 대단한 불심과 정성에 감복을 받은 멋진 여행이었다.


태그:#합천군, #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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