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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과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과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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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패배 후 당의 진로를 찾지 못한 채 비상대책위원회조차 내실있게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스스로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어떤 반성과 평가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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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이번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총체적 전략 실패로 인식하고 있으며, 계파 갈등과 지도부 무능 때문에 이번 대선은 물론 지난 총선에서도 패배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7일부터 3일까지 1주일간 민주통합당 의원 127명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응답자 65명), 민주통합당의 대선 패배 원인을 '총체적인 전략 실패'라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70.8%(46명)에 달했다. 열에 일곱은 전략 실패로 이번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세대별·지역별·성별 등 인구 구성에 따른 세부 정책 실패'(12.3%, 8명)와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과도한 의존'(9.2%, 6명) 등이 이번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민주통합당은 대선에 앞서 치러진 지난해 4월 총선에서도 패배했는데, 그 원인에 대해서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원의 60.0%(39명)가 전략 실패를 꼽았다. 이어 계파 갈등(12.3%, 8명), 지도부 무능(10.8%, 7명) 의견 순이었다. 기타 의견 13.8%(9명)에는 '정책능력 부족' 등의 의견이 있었다.

MB정권의 무능과 실정에 비추어 보수진영에서조차 야권이 도저히 패배할 수 없는 선거로 인식됐던 지난해 양대 선거(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실패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스스로도 총체적 전략 실패가 선거패배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선거전략을 총괄 지휘할 지도부가 무능했거나 민심을 정확하게 읽는 전략을 분명하게 세우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양대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해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그것은 당의 진로과 관련해 응답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태도에서 읽힌다.

"정계개편 필요"는 84.6%... 이중 절반 가량은 '국민연대'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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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 응한 민주통합당 의원 65명 중 84.6%(55명)는 '야권의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는 '야권 정계개편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15.4%, 10명)을 압도한 것이다. 또 정개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55명 중에서 절반 가량인 49.1%(27명)는 그 방법으로 야권의 대선 공조기구였던 '국민연대(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참여세력 모두가 참여한 국민정당' 방식을 꼽았다.

'국민연대'는 대선을 앞둔 지난달 6일 종교계, 문화예술계, 합리적 중도보수적 인사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다양한 단체, 진보정의당, 민주통합당 등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반대하는 각계 세력이 모여 출범했다. 안철수 전 대통령 예비후보 지지세력 합류에 대한 문도 열어놓기도 했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국민연대에 의해 국민후보로 추대됐다. 문재인 전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와 합의했던 '새정치국민선언'을 성실히 이행하고, 대선 승리 이후 새 정치와 국정운영에 있어 국민연대와 함께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은 패배했지만, 민주통합당 의원들 사이에는 국민연대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는 인식을 퍼져있는 셈이다.

야권 정계개편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원 중 27.3%(15명)는 '민주당을 해체해도 대안세력이 없으므로 정당개혁 방식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민주통합당 자강론'이다. "안철수 전 예비후보 세력과 손잡고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은 12.7%(7명)였다. 진보정의당과 함께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은 1.8%(1명)에 불과했다.

의원 선수별로 보면,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초선 의원들은 국민연대 방식을 지지했다(63.0%). 반면, 재선 의원들은 국민연대(33.3%)보다는 민주통합당 개혁(46.7%)을 선호했고, 3선 이상 의원들은 38.5%씩 국민연대와 안철수 전 후보 쪽과 함께 손잡는 방식을 똑같이 선택했다.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는? 70.8% "계파 정치 등 낡은 정당 문화 쇄신" 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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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를 묻는 질문에 70.8%(46명)가 낡은 정당문화 쇄신을 꼽았다. 정당문화 쇄신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계파 정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밖에 '임기를 보장하지 않는 과도한 지도부 흔들기', '공천제도', '지역주의', '정책 개발 노력 부족'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인적 청산을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라고 꼽은 의원은 15.4%(10명)였다. 대부분 친노 세력을 언급했다.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가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라는 의견은 4.6%(3명)였다.

민주통합당의 향후 이념 방향에 대해서는 12.3%(8명)가 '좌클릭', 15.4%(10명)가 '우클릭'을 선택했고, 26.2%(17명)는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타 의견을 낸 41.5%(24명)는 '이념 중심성을 탈피하고, 정책의 현실성·신뢰성·책임성을 담보해야 한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전 후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는 50대의 표심에 대해 72.3%(47명)가 '베이비 부머 세대의 생활불안 의식 때문'을 꼽았다. 이어 '노무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오버랩 됐다'(12.3%, 8명),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통령 후보의 TV토론 태도 때문'(7.7%, 5명), '안보불안 때문'(3.1%, 2명) 순이었다.

대선 패배 책임 주체에 대해서는 83.1%(54명)가 '민주통합당 구성원 모두'라고 답했다. 13.8%(9명)는 친노 진영을 꼽았고, 민주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단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은 1.5%(1명)였다.

문재인 전 후보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은 12.3%(8명)에 그쳤고, '사퇴해야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60.0%(39명)였다. 16.9%(11명)는 '다른 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등의 기타 의견을 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7일부터 3일까지 1주일간 진행한 이번 민주통합당 의원 대상 설문조사에는 응답을 원하지 않거나 새해 예산안 처리 등 바쁜 일정 탓에 참여하지 못한 의원을 제외한 65명이 응했으며, 응답률은 51.2%다.

응답자 중 초선 의원은 33명(50.8%), 재선 의원은 9명(23.1%), 3선 이상 의원은 13명(26.1%)이다. 실제 민주통합당 초선 의원 비율 38%인 것을 감안하면, 초선 의원 응답 비율은 다선 의원보다 높았다. 이는 문재인 캠프에 상대적으로 적게 참여한 초선 의원들이 재선 이상 다선 의원들보다 선거 패배에 대한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개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태그:#무기명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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