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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활동 중인 어린이들
 교실에서 활동 중인 어린이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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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새누리당과 정부가 비공개 당정 협의를 통해 2013년부터 시행되는 만 0~5세 무상보육 계획 시행에 합의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확정되었습니다.

2012년 한해 동안 여러 차례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차별 없는 보편적 무상보육 시행을 주장하였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이후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2013년 보육정책에 대하여 함께 평가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당선자와 낙선한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는 다른 공약에서는 차이가 많았지만, 무상보육 공약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두 후보 모두 2012년부터 시작된 만 0~3세 그리고 만 5세 무상보육을 0~5세 전 연령으로 확대하고,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는 경우에는 소득에 관계없이 양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난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선별적 무상보육 계획'은 전면 폐기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가 앞 다투어 선전한 '무상보육 확대 공약'이 올해 3월부터 실현되게 된 것입니다.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나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에 따르면 만 0~2세 아이를 둔 가정은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면 소득 구분 없이 정부가 '종일반' 기준으로 보육비를 전액 지원합니다. 아울러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엄마가 직접 돌보거나 조부모를 비롯한 다른 가족이 아이를 돌보는 경우에도 작년까지 소득하위 15%인 차상위 계층에게만 지원되던 양육수당을, 올해는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최고 20~10만 원씩 지급하게 됩니다.

또 맞벌이, 장애인 등 가정 양육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보육시설을 오전 7시반~오후 7시반까지 종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하고, 반면 전업주부 등 상대적으로 시설보육 수요가 적은 가정에는 오전 7시반~오후 3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합니다.

시설 대비 지원금 약 2배 차이...보육대란 해소될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년 보육료 및 양육수당 지원 체계를 표로 정리한 것.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년 보육료 및 양육수당 지원 체계를 표로 정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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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 안은 지난해 정부가 0~2세 무상보육을 시작하면서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만 지원하는 바람에(일부 저소득층만 양육수당 10~20만 원 지원) 가정에서 엄마가 돌보던 아이들까지 한꺼번에 보육시설에 몰려들어 이른바 '보육대란'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 개선책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러나 보육시설에 가면 39만4000원(전체는 75만 5천원이지만, 시설 지원비 36만1000원을 제외한 금액)을 지원하지만, 엄마가 직접 양육하거나 다른 가족이 양육하면 최고 20만 원만 지원하기 때문에 지원 금액 차이가 거의 2배 가량 됩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정부가 기대하는 보육 시설 이용 '가수요'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편 지난해 만 3~4세를 보육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만 5세만을 대상으로 실시된 누리과정이 만 3~5세로 확대되어 시행됩니다. 만 3~5세의 경우, 매월 22만 원의 보육료를 시설을 통해 지원하고,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비롯한 가정양육을 하거나 보육시설 대신 대안교육을 원하는 경우에도 월 10만 원의 양육수당이 지원됩니다.

지난해까지 만 5세 누리과정의 경우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면 전혀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월 10만 원의 양육수당이 지원되는 개선안이 시행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만 3~5세 아이들에게도 처음으로 양육수당을 지급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경우에도 양육수당이 시설 이용 아동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보육시설 이용 아동과 보육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을 똑같이 지원할 수 있도록 연차적으로 개선되어 나가야 마땅합니다.

양육수당 10만 원, 생활비로 쓰면 부도덕한 부모인가?

한편, 일부 언론에 보도된 이른바 보육 전문가를 자처하는 분의 인터뷰를 보면 "만 3~5세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더라도 10만 원씩 양육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면 일부 저소득층 가정에서 당장 현금으로 받는 양육보조금 때문에 아이를 시설에 보내지 않아 계층별 '교육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매월 10만 원의 양육수당을 받아 생활비로 쓰는 도덕적으로 해이한 부모들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염려할 일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매월 22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보육시설에 맡기는 대신에 월 10만 원 밖에 안 되는 양육수당을 받기 위해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부모는 극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민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의 기우에 불과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보육시설에 맡기는 아이나 엄마가 집에서 직접 양육하는 아이나 국가가 지원하는 보육지원은 조금도 차별없이 이루어져야 마땅합니다. 일하는 엄마에게도, 일하지 않고 아이만 돌보는 엄마에게도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상보육, #양육수당, #양육보조금, #보육대란,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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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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