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현령비현령'이란 말, 아시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입니다. 아시다시피 일정한 원칙이 없이 둘러대기에 따라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해석 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스마트폰 파손으로 보험처리를 해보니 딱 '이현령비현령'이더군요.

지난 9월에 2년 가까이 사용하던 스마트폰이 고장나서 '파손'을 사유로 보험처리를 하고 리퍼폰으로 교체했습니다. 2010년 9월에 아이폰을 구입했는데 2년 가까이 사용하는 동안 홈버튼과 전원버튼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침 처음 구입 당시에 2년 약정 계약을 하면서 파손·분실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했는데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더니 보험처리하면 리퍼폰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참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보험 처리 기준이었습니다. 아이폰의 경우 사용자들이 경험하는 가장 큰 불편이 홈버튼 고장입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처럼 아이폰의 가장 많은 고장은 홈버튼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버튼이 바로 홈 버튼이기 때문이지요.

아이폰 광고
 아이폰 광고
ⓒ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사실 아이폰을 처음 사용할 때 홈버튼은 정말 편리합니다. 어떤 어플이나 기능을 사용하고 있어도 일단 홈버튼만 누르면 첫 화면으로 되돌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폰을 처음 사용하는 초보자들은 홈버튼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새 제품일 때는 화면을 터치 하듯이 살짝만 눌러도 홈버튼이 작동합니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홈버튼을 점점 더 세게 눌러야 작동합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홈버튼 작동이 무뎌지기 때문에 매일 같은 폰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잘 느끼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새 기계를 만져보면 확연하게 다른 느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도 리퍼폰을 받고 나서 홈버튼이 원래는 아주 부드럽게 작동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기기의 버튼을 누르듯 손가락에 힘을 주고 꾹꾹 누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리퍼폰을 받고서야 새로 알게 된 것입니다.

홈버튼 고장은 '파손 보험 처리' 안 돼

하지만 문제는 홈버튼 고장으로는 '파손'에 따른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홈버튼 고장은 '정상적인' 사용 과정에서 기기의 성능이 점점 나빠지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보험 처리와 상관없는 아이폰의 설계상 '결함'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이폰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엔지니어들은 홈버튼을 반복해서 누르면 언젠가는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홈버튼의 설계 수명이라는 것이 있었겠지요. 1만 번 혹은 10만 번 아니면 20만 번 일수도 있는데, 어쨌든 언제가는 고장이 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1년 품질보증기간이 지나면 홈버튼 고장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소비자가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폰의 경우 국내와 다른 A/S 정책을 내세우기 때문에 홈버튼만 따로 수리해 주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홈버튼이 고장나도 19만9000원을 부담하고 중고 제품인 리퍼폰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회사 애플이 애초부터 언젠가는(대략 2년 안에) 홈버튼이 고장날 수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놓고 소비자에게 아주 불리한 A/S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셈입니다. 언젠가는 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대략 2년입니다. 

2010년 아이폰4가 출시됐을 때, 함께 아이폰을 구입한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홈버튼 '먹통'을 호소했습니다.

포털에서 '아이폰 홈버튼'으로 검색하면 수 많은 고장 사례가 나온다
 포털에서 '아이폰 홈버튼'으로 검색하면 수 많은 고장 사례가 나온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홈버튼 고장은 수리도 안 돼

결국 홈버튼 고장으로 불편을 호소하던 많은 사람들은 화면 상에서 홈버튼 기능을 대신해주는 어시스티브 터치(Assistivw Touch)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기본 화면 위에 새로운 동그란 반투명 아이콘이 생기는데, 이걸 한 번 터치하면 액정화면 위에 홈버튼이 생깁니다.

이 액정 위에 나오는 홈버튼을 터치하면 원래 홈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데, 함께 아이폰4를 구입한 절친한 후배가 이런 기능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더군요. 제 주변 아이폰 사용자 중에는 이 기능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 저도 적극적으로 알려줬습니다.

불편한 '어시스티브 터치'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려면 20만 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하고 리퍼폰으로 교체하든지 아니면 아이폰4S 혹은 2년 주기에 딱 맞춰 출시된 아이폰5로 교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제 경우는 홈버튼과 함께 전원버튼도 고장이 났기 때문에 '스마트폰 보험'으로 '보상처리'가 가능했습니다. 홈버튼 고장의 경우 일상적인 반복 사용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전원버튼 고장의 경우는 '낙하'(떨어뜨림) 등으로 인한 고장으로 판정하더군요. 

결국 보상처리를 받기 위해서 실수로 스마트폰을 시멘트 바닥에 떨어뜨린 후부터 전원버튼이 잘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록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떨어뜨린 기억이 분명치 않았는데 서비스센터에서도 전원 버튼이 외부 충격으로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고 하더군요.

스마트폰 보험 보상처리는 그야말로 이헌령비헌령이었습니다. 고장은 보상 처리가 안 되고 파손은 보상처리가 되는데, 홈버튼은 '고장'이고 전원 버튼은 '파손'으로 판정하더군요. 결국 2년간 꼬박꼬박 낸 보험료를 손해보지 않으려면 '홈버튼'고장으로는 안 되고 뭔가 중대한 '파손'(?)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홈버튼만 고장난 아이폰은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실수(?)로 어딘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혹은 어딘가에 빠지거나 하여 못쓰게 돼야 보상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고의(?)가 아니어야 하는데, 고의로 그랬다고 하는 바보는 없을테니까요.

아무튼 홈버튼만 따로 수리해주지 않는 애플의 A/S 정책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도록 하고 있는 셈입니다. 홈버튼만 고장났다고 말하는 정직한 소비자는 손해를 감수(홈버튼 고장에 따른 아이폰 리퍼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고, 홈버튼이 고장난 폰을 실수로(?) 떨어뜨리거나 빠뜨리게 되면 보험 보상을 받아 리퍼 교환이 가능한 것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지정한 서비스센터가 아닌 곳에서는 소비자가 3~4만 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면 홈버튼만 따로 수리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결국 기술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닌데도, 애플이 홈버튼 수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애플이 홈버튼 수리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결국 폰을 떨어뜨리거나 물에 빠뜨리는 실수(?)를 하고 보험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 주변에는 스마트폰 보험 보상 기간(2년)이 지나 보험처리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혹시라도 처음 2년 약정 가입할 때 스마트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험 기간(2년)이 지났다면 홈버튼이 고장난 채로 그냥 사용하거나 아니면 20만 원을 부담하고 리퍼폰을 교환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플이 리퍼 대신 적정 비용을 받고 홈버튼 수리를 해주지 않으면 이런 불합리한 관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서 하루 빨리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애플의 이런 엉터리 소비자 보상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이폰, #홈버튼, #AS, #리퍼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