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창원 상남동 모텔(숙박업소) 객실 수는 1602개다. 대실을 하루 3회 기준으로 할 경우, 1일 성매매가 무려 5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 창원 상남동이 동양 최대 유흥업소 밀집지역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사)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가 실태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창원시아동여성인권연대와 (사)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는 21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창원 상남동 실태조사 보고회'와 '성평등 대동문화제'를 열었다. 여성인권상담소는 지난 여름부터 상남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고, 이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창원시아동여성인권연대와 사단법인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는 21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창원시 상남동 실태조사 보고회"와 "성평등 대동문화제"를 열었다.
 창원시아동여성인권연대와 사단법인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는 21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창원시 상남동 실태조사 보고회"와 "성평등 대동문화제"를 열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창원 상남동의 건물 구조는 특이하다. 대개 1~2층은 식당이며, 그 윗층은 노래방 혹은 단란주점·유흥주점이며, 제일 윗층은 모텔이다.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자는 게 한 건물 안에서 이뤄진다.

최갑순 소장은 "여러 차례 상남동 실태조사를 시도했지만, 자료 미비와 관련 기관의 비협조 등으로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몇 해 전 상남동에서 하루 1만 회의 성매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추정치를 발표했더니 유흥협회에서 항의하더라, 그 정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1원만 훔쳐도 불법"이라며 "그 정도 안되더라도, 불법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원시에 등록된 유흥업소는 509곳이다. 이는 전라북도 전체 유흥업소 숫자보다 많은 수치다. 유흥업소라 하면, 노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방, 노래를 부르면서 술을 판매할 수 있는 단란주점, 거기에다 도우미를 둘 수 있는 유흥주점이 포함된다.

최갑순 소장은 "노래방 간판을 내걸어 놓고 술을 판매하고 도우미를 두는 곳이 많았다, 등록과 다르게 영업을 하고 있는데도 창원시와 경찰은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모텔을 해보려고 한다며 부동산중개업자와 상담을 통해서, 그 실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며 "한때 상남동에서 모텔을 6개월만 하면 아파트 한 채는 살 정도로 번다고 했고, 투자금액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수할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업자들이 세금을 정확하게 내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국세청 등에 자료를 요구해도 줄 수 없다고 했다, 성매매를 하려면 주로 현금을 사용하는데 세금 납부가 정확하게 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경찰에 모텔에서 불법 성매매와 관련해 처벌한 건수가 없고, 미성년자 출입으로 처벌된 사례가 한 건에 불과했다"며 "창원시와 경찰이 단속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사회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며 가정파괴를 해도 돈만 잘 벌어 오면 된다고 여기고, 유신정권이 그렇게 해도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게 됐으니 괜찮다고 한다"며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과 성매매는 남성들의 유흥과 놀이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는 것을 눈물로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창원 상남동, 2000년대 개발 초기에 허가 내줘"

창원시아동여성인권연대와 사단법인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는 21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창원시 상남동 실태조사 보고회"와 "성평등 대동문화제"를 열었다. 사진 왼쪽은 문경희 창원대 교수, 오른쪽은 최갑순 소장.
 창원시아동여성인권연대와 사단법인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는 21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창원시 상남동 실태조사 보고회"와 "성평등 대동문화제"를 열었다. 사진 왼쪽은 문경희 창원대 교수, 오른쪽은 최갑순 소장.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문경희 창원대 교수(국제교류학)는 "몇 해 전 창원에 와서 상남동의 건물 구조를 보고 놀랬다"며 "자료를 보니 창원 상남동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개발되면서 누구나 신청하면 허가를 내줬던 것이다, 그래서 술집 장사와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금융·기술산업에 종사하는 남성인력들의 오락·놀이문화가 없다보니, 저녁에는 성산업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여성들은 밤의 서비스 산업으로 밀려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야간 경제 규모가 큰데, 세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남성들의 놀이·접대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대안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외부인이 왔을 때 창원 상남동이 멋진 공간으로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옥선 창원시의원은 "창원시에 등록된 2010년 말과 2011년 말의 숙박업소와 유흥업소 현황을 보니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변형된 형태의 업소가 많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실태 파악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경찰 자료를 분석해 보면 처벌 건수가 오히려 줄었다"며 "그것은 불법 영업이 줄어 들었다기보다 경찰과 관계기관들이 제대로 단속하려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지자체와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야 하고, 처벌 규정 준수가 필요하며, 도시계획수립 시 재정비 사업으로 포함돼야 한다"며 "왜곡된 성문화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선언합니다"

상남동 실태조사에 나섰던 자원봉사자 김보곤씨는 "성매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연한 것 같다, 창원 상남동 건물 구조가 성매매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게 특이하다"며 "유흥업소 여성들도 억지로 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번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고수희씨는 "건물 한 켠에 탑처럼 쌓여있는 담배꽁초를 보면서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눈물과 한을 느꼈다"며 "마음이 아팠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벌레보듯 보고 대하는, 물건 취급하는 성매매 여성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의 눈물을 씻고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이 웃으면서 행복해지기를 꿈꿔 봤다"고 말했다.

조정혜 창원시아동여성인권연대 대표는 "지난해 11월 창원에서 노래방 도우미 여성이 성구매 남성한테 피살된 사건이 있었다"며 "상남동 실태조사부터 해야 하고, 탈세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동네가 사람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원시아동여성인권연대와 사단법인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는 21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창원시 상남동 실태조사 보고회"와 "성평등 대동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아름나라' 공연 모습.
 창원시아동여성인권연대와 사단법인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는 21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창원시 상남동 실태조사 보고회"와 "성평등 대동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아름나라' 공연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보고회에 이어 '성평등 대동문화제'가 열렸다. '아름나라', 대금·가야금 앙상블, 노래패 '좋은세상, 어르신밴드 '다락밴드', 고구려 무예단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성매매를 하지도 권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성매매를 동반한 접대문화 회식문화를 거부한다" "우리는 성구매가 인간에 대한 인권유린이고 범죄임을 알고 주변사람에게 알린다" "우리는 성매매 문제로 고민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을 알고 있을 때는 즉시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 "성매매 없는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고 다짐했다.


태그:#성매매방지법, #창원 상남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