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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산동의 한 투표소 모습. 사람들이 줄 서서 투표하고 있다.
 부산 연산동의 한 투표소 모습. 사람들이 줄 서서 투표하고 있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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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고 살만 하니까 민주주의 찾는기제. 그래가 지금 개판 됐다 아이가."

부산 연산 제2동 제2투표소 앞에서 19일 오전 만난 백진욱(59)씨의 말이다. 백씨의 말에 투표를 마치고 지나가던 강정만(62)씨가 발끈해서 설전이 벌어졌다. 강씨는 백씨에게 삿대질을 해가며 "민주주의를 우습게 보면서 왜 투표 하러 왔냐"고 큰소리를 친다. 그러자 백씨는 "박근혜 후보 지지하러 왔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문 후보 지지자다. 서로 엇갈린 의견에 갈등은 깊어 보였다.

"웃기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아이고. 당신이 미친 거겠는교. 나라가 미쳐가 지도 미친 거겠지. 박근혜 뽑는 건 자유인데, 우리 동네 사람이 민주주의를 깔보는 말을 하니까 내 부끄러워가 이러는 거 아인교."

투표장에서 티격태격... '역동적인' 부산 투표장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투표 안내원이 나와 제지하기 시작했다. 안내원은 "이렇게 특정 후보지지 발언을 투표장 앞에서 하시면 안 된다"며 두 사람을 밖으로 내보냈다.

오전 7시, 부산 북구 화명동 동원로얄듀크 아파트 단지 내 투표소 현장은 출근길을 방불케 했다. 직장인들은 바쁜 걸음으로 투표소에 들렀다. 줄은 눈 깜짝할 새에 길게 늘어났다. 김기석(42)씨는 "마음 가는대로 투표 하고 나오니 속이 후련하다"고 투표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출근길 직장인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인 지덕만(74)씨도 투표를 마치고 걸어 나왔다. 양산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지씨는 이번 선거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지씨는 빠진 앞니를 훤히 드러내며 "내가 뽑은 사람이 기대만큼 정치를 잘해 줄 거라는 믿음을 안고 (투표소) 찾았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투표소 모습. 유권자들이 줄 서서 투표하고 있다.
 부산의 한 투표소 모습. 유권자들이 줄 서서 투표하고 있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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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진(28)씨도 직장에 가기 전 투표소에 들렀다. 최씨는 "8시까지 출근인데 줄이 길어 걱정"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투표소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최씨는 "젊은 사람들이 바쁘더라도 시간을 쪼개 투표권을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래온천 새마을금고 앞에서 만난 고영화(69)씨는 "지난 대선(2007년)에는 뽑을 사람이 없어 투표를 안 했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아들 내외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고씨는 "옛날에는 젊은 사람들을 투표소에서 보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많다"고 말했다.

고씨의 아들 박창선(47)씨는 "아침 날씨가 쌀쌀해 어머니가 걱정돼 함께 모시고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 역시 "양자 대결 구도로 선택의 폭은 좁아졌지만, 이번만큼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민들이 경남 양산, 김해로 많이 빠져 나가는 바람에 지금 부산 경제구조가 엉망"이라며 "부산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당선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천1동 르메이에르 아파트 상가에 있는 투표소에서 만난 대학생 이성준(26)씨는 아버지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이씨는 "이번 대선에서는 세대 간 의견이 많이 갈리는 것 같다"며 "대학생이다 보니 취업난이나 일자리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마도 이번 투표율은 70%를 훌쩍 넘기지 않겠느냐"면서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태준(36)씨는 오늘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는다. 투표를 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점심시간 전에 투표소를 방문했다. 김씨는 "소신껏 투표했기 때문에 후회나 미련이 전혀 없다"며 "내일부터는 공평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누가 되든 부산 경제 살렸으면"

박수진(21)씨와 이혜인(20)씨는 "이번이 첫 투표라 설렌다"며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박씨는 "내 손으로 뽑는 첫 대통령 선거인만큼 내가 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표소 앞에서 투표인증샷을 찍고 있던 이씨는 "투표 인증샷을 통해 친구들에게 투표 독려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며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지만 오후부터는 많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산동에서 서면으로 이동하는 길에 탄 택시에서 기사 김남용(45)씨는 "평소에 새누리당 지지하던 사람들도 부산 지역 대통령 나온다 하니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며 "개표할 때까지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민주당 쪽에서는 자기들 지지가 40%만 넘으면 된다고 했는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문재인이 절반은 가져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 조순제(63)씨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방영기(70)씨는 "정치인들이 앞으로 좀 더 개방적으로 접촉해야 한다"며 "50~60년대 시절과는 엄연히 다른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이가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전부 다 퍼다 주는데 뭐가 좋다고 뽑노"

최효종(가명, 55)씨는 투표소에서 줄 서 있는 내내 투덜거렸다. 뒤에 서 있던 박인태(42)씨는 "문재인이 되어야 이북의 물건을 중국에 안 뺏기죠"라고 응수했다. 둘은 줄 서 있는 내내 티격태격 했다. 


태그:#부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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